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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두물머리의 아침
▲ 두물머리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두물머리의 아침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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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물머리에 물안개 피어나는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하나의 강이 되는 곳, 두 물이 만나 하나된 한강은 대한민국의 젖줄이기도 합니다.

아침의 강은 고요합니다.

바람은 막 잠에서 깨어나려고 갈대를 간지럽히고, 그 간지럼을 참지 못해 부스럭거리며 갈대도 일어날 준비를 합니다. 그때쯤이면, 잔잔하던 강물에도 작은 물결이 일기 시작합니다. 깊은 밤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음을 감지하는 것이지요.

만발한 물안개, 고요한 아침의 강

두물머리 두물머리 앞의 작은 섬
▲ 두물머리 두물머리 앞의 작은 섬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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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 세상의 모든 것들이 잠든 시간에 저 깊은 강물은 아무도 모르게 흐르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 도도한 흐름은 기어이 감춰지지 않아 아침이면 작은 물결로 깨어나기 시작하는 것이겠지요.

두물머리 앞의 작은 섬, 거기엔 이파리를 놓아버린 앙상한 나무들이 외롭게 서있습니다. 한때는 봄이 오면 새순을 내고 가을이면 단풍도 들었지만, 가마우지들이 너무 많이 찾아오면서 어느 해부터 새순을 내지 못하고 말라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느해가 하필이면 4대강 공사를 마친 해였지요.

그래도 다시, 새순을 내는 작은 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니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면 또 다른 나무들이 이 작은 섬을 채워갈 것입니다.

두물머리 두물머리 뒷편 북한강 쪽의 버드나무
▲ 두물머리 두물머리 뒷편 북한강 쪽의 버드나무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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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만나지 못한 강, 북한강 저편에 버드나무가 아침바람에 작은 가지들을 흔들어 댑니다. 어서 오라고 강물에게 손짓합니다.

아침마다 새롭게 깨어나는 강가에서 깊은 잠에 빠져든 우리네 역사를 돌아봅니다. 수면제에 취한듯 깨어나지 못한 역사는 점점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이제는 깨어날 때가 되었는데, 한 때는 깨어났다 싶기도 했는데, 다시 깊은 잠으로 빠져들고 있습니다.

두물머리 두물머리 줄기를 따라 이어진 다산 정약용 유적지 부근에서 사진을 담는 모습
▲ 두물머리 두물머리 줄기를 따라 이어진 다산 정약용 유적지 부근에서 사진을 담는 모습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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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 그렇게 만나 하나의 강이 되었습니다.

콘크리트 벽에 강물을 가두지 않았더라면 이런 자갈밭과 모래밭이 어우러진 강이었겠지요. 무더운 여름이면 한강에 나와 참방참방 발을 적시며 더위를 식힐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한강둔치에서 바라보는 한강은 흉물스러운 콘크리트 장벽에 가로막혀 있고, 강 이편과 저편엔 성냥갑 같은 아파트들이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인공의 빛을 발하는 시간이 오히려 깨어나는 아침의 강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자연은 드러날수록 아름답지만, 인공의 것들은 감춰지거나 덮어져야만 아름답게 느껴지나 봅니다.

노 젓는 뱃사공, 강의 잠을 깨우다

황포돛배 두물머리의 아침을 깨우는 황포돛배
▲ 황포돛배 두물머리의 아침을 깨우는 황포돛배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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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그 옛날 아침을 깨우는 황포돛배와는 다르게 출사를 나온 사진가들을 위한 연출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두물머리를 유유히 미끄러지듯 흐르는 황포돛배는 여전히 잠든 강을 깨웁니다.

뱃사공의 노 젓는 작은 몸짓이 강을 깨우는 것입니다.

저 깊은 강을 깨우는 데 큰 몸짓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공의 작은 몸짓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는 것은 희망입니다. 우리네 깊은 잠을 깨우는 것도 작은 몸짓으로 가능하다는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일제시대 반민족친일파들이 득세하고, 분단이야 되든말든 대통령을 하겠다던 이가 국부로 추앙받고, 구데타가 혁명으로 둔갑하고, 껍데기만 바꾼 새마을 운동이 성공한 운동으로 둔갑하는 시대입니다. 그런데도 제 목소리를 내야할 이들은 아부하기에 여념이 없고, 저마다 자기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제 양심을 팔아먹는 일도 어렵지 않게 합니다.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이지요.

황포돛배와 뱃사공의 노젓는 소리와 그 작은 몸짓이 안개낀 두물머리의 깊은 강을 깨우듯, 누군가의 작은 몸짓이 잠든 역사를 깨우는 날이 오겠지요. 물론, 노젓는 뱃사공이 없어도 강이 깨어나듯 그 누군가의 몸짓이 없어도 강물처럼 유유히 흐르는 역사는 때어날 때가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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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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