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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동부 자바 끄디리(Kediri)는 담배회사로 유명한 구당가람(Gudang Garam) 본사가 있는 곳입니다. 담배 사업이 사양 산업이고, 이상기온으로 담배 농사가 몇 해 동안 흉작이다 보니, 끄디리 경기가 예전 같지 않다고 합니다.

구당가람은 현재 인도네시아 최대 은행이자 브랜드 파워 1위인 BCA(Bank Central Asia) 은행을 소유한 자룸그룹(Djarum Group)에서 매출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끄디리 사람들은 인도네시아 재계 4위 기업을 태동시킨 도시라는 자부심은 여전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요즘 끄디리 길거리 곳곳에 한국어 학원 광고가 붙어 있다고 합니다. 광고에는 학원 이름과 학원 연락처 외에 한국에서 받을 수 있는 월급 정보를 담고 있습니다. 그 광고를 본 사람 중에 자신은 "한국어와 한글을 알 만큼 안다고 자부하는데, 아무리 이해하려 해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연락이 왔습니다.

"한국인은 이 말이 이해되나요?"

한국어학원 광고 '한국 싶어'는 대체 무슨 말일까? 학원 이름?
▲ 한국어학원 광고 '한국 싶어'는 대체 무슨 말일까? 학원 이름?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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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잘못된 거예요, (이해 못하는) 제가 바본가요? 한국인인 당신은 이해하시겠어요?"

광고를 보니 그가 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LEMBAGA PENDIDIKAN BAHASA KOREA
HANKUK SIPPO 한국 싶어
GERBANG SUKSES KOREA
GAJI 10jt-30jt
BIAYA BISA ANGSUR"

"한국어 연구소
한국 싶어(한국 싶어)
성공의 큰 문 한국(한국으로 가는 성공의 큰 문, 한국)
월급 1천~3천만(83만~250만원) 루피아
수강비 할부 가능"

굳이 해석하자면 "희망 한국, 한국으로 가길 원하십니까? 월 1천~3천 만 루피아까지 벌 수 있는 한국으로 가는 성공의 큰 문인 한국어학원으로 오십시오"라고 이해할 수 있는 광고입니다.

광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한글로 쓴 "한국 싶어"였습니다. 연구소란 간판을 달았지만 학원임이 분명한데, 한국어를 제법 잘하는 인도네시아 사람조차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던 모양입니다.

사실 "Hankuk Sippo(한국 싶어)"만 없어도 무엇을 말하는지 무난한 광고였습니다. 지인은 광고를 낸 학원에 직접 전화해 봤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뜻을 아는 사람이 없더랍니다. 학원 관계자는 전화를 건 사람이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인 것을 눈치 채고, 교사가 누구인지 말하려 들지 않았는데, 한국에서 이주노동 경험을 갖고 있는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이주노동자로 한국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중에는 나름대로 한국어를 잘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런 이들 중에는 본국에 돌아가서 한국어학원을 차리거나, 한국어강사를 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한국어교육이란 것이 한국말을 한다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어를 안다고 한글 맞춤법이나 문법 등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사실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어교육을 하는 한국어강사들만 해도 그 수준 차이가 천차만별입니다. 오랫동안 한국어강사들을 보아온 입장에서 봤을 때 '그래갖고 외국인이 알아듣겠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강사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한국인이라고 누구나 한국어를 가르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이죠.

한류 덕분에 한국어를 배우려는 외국인이 늘어나면서 동시에 한글은 한반도 밖에서 엄청 고생하는 셈입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에게 한글이 새로운 기회로 바뀔 날이 있을 겁니다. 그때 세종대왕께서는 그 모습을 보고 뭐라 하실까요? 그래도 한글 덕을 보는 이주노동자들을 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으실 거라 믿어봅니다.

나랏 말싸미 한귁에 달아 문짜와로 서로 사맛디 아니할세
한글을 잘 배워두면 한귁에서 성공할따라미니라~~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princeko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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