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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교실을 찾는 이주노동자들의 휴일은 무척 바쁩니다. 그들의 하루를 살펴보면 바쁘다기보다 부지런하게 보낸다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아침 일찍부터 친구들을 만나 함께 미용실을 찾고, 장을 보고, 한국어공부하고, 축구하고, 끊이지 않는 이야깃거리들을 갖고 친구들과 오랜만에 본국 음식을 맛봅니다.

한국인들은 흔히 이주노동자를 생각할 때, 노동자, 생산자로서의 모습만 떠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이주노동자라고 하면 한국인들이 꺼리는 3D업종에서 온갖 차별과 멸시를 겪으면서도 코리안 드림을 꿈꾸는 모습이 전형으로 그려질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전형적인 모습'은 일정 부분 편견을 담고 있기도 합니다. 휴일을 보내는 이주노동자들을 잠깐만 엿보아도 그들이 '소비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혹시 주말에 시외버스터미널이나 재래시장 혹은 놀이공원에 가 본 적이 있나요? 요즘은 수도권 중소도시나 지방의 어느 도시를 가도 내국인 반, 이주노동자 반인 현상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반반이라고 했지만 좀 과장하면 어떤 곳은 이주노동자 천지라고 해도 될 정도로 많은 이주노동자들을 다중이용시설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용인이주노동자쉼터는 버스터미널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터미널 풍경을 손쉽게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도 그렇지만 지난 추석 연휴 같은 경우 여기가 한국인지 외국인지 궁금할 정도로 외국인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길게 줄 서서 버스표를 구매하는 사람들을 세어 보았습니다. 8:2로 외국인이 많았습니다. 한국인들의 경우 교통카드를 사용하기 때문에 버스표를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그렇다 치더라도, 한국에서 버스표를 구매하는 사람 중에 이주노동자가 더 많다는 것은 보지 않은 사람은 믿기 힘든 모습일 수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버스터미널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재래시장도 그렇고, 놀이공원과 같은 대형 테마파크를 가 봐도 다를 바 없는 모습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버스터미널에서, 재래시장에서, 놀이공원에서, 여러 가게에서 어떤 존재일까요? 그곳에서 이주노동자들은 소비자로서 존재하고 있습니다.

방글라데시에서 온 수피안과 한 무리의 그 친구들이 다들 산뜻하게 이발한 모습으로 한국어교실을 찾았습니다. 본국에 있을 땐 여자에게 머리를 맡길 생각도 못 했을 사람들이 이발하고는 다들 기분이 좋아 보였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이발했다는 곳은 내국인보다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는 곳입니다. 네 명의 40, 50대 여자 미용사들이 일하고 있는 작은 미용실로 인테리어나 서비스가 특별할 게 없지만, 평일에는 야근을 한 이주노동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일요일이면 줄을 서서 기다립니다.

암호 같은 인사말,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은?

그 미용실은 이주노동자들이 주 고객이다 보니, 미용실 거울에는 주로 찾는 이주노동자들 나라말로 인사말이 적혀 있습니다. 미용실 원장은 사람이 들어올 때와 나갈 때 해야 하는 인사말을 적었다고 하는데, 무슨 암호 같습니다.

그렇다고 미용사들이 사람을 맞으며 그 나라 말로 인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미용사들은 손님이 미용의자에 앉으면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를 묻고, 거울에 붙여놓은 인사말을 슬쩍 보고 말을 겁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발음이 전혀 엉뚱한 것도 있고, 비슷하다 해도 틀리거나 반말인 경우가 있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서는 반응하기가 어색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필리핀은 아침, 점심, 저녁 인사말을 달리한다고 적고 있는데, 발음이 다를 뿐만 아니라, 반말로 적혀 있습니다. 적혀 있는 인사말을 바르게 적으면 이렇습니다.

필리핀

하-마간담 오마가(아침) --> 마간당 우마가 뽀
마간담 하분(점심) --> 마간당 하뽄 뽀
마간담 가비(저녁) --> 마간당 가비 뽀
가- 파알람 --> 빠알람(안녕)

스리랑카나 캄보디아는 적어놓은 발음 갖고는 전혀 알아듣기 힘들고, 다른 나라말들도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중년의 미용사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상대로 영업하면서 나름대로 하나하나 배워가면서 그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하는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미용실은 규모도 작고, 시설도 별 볼 일 없지만 언제나 손님이 북적일 정도의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소비자인 이주노동자에게 어떻게 다가가느냐는 다문화시대를 사는 삶의 지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https://brunch.co.kr/@princeko에도 게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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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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