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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저녁 신촌의 한 스터디 카페에서 이색적인 토론회가 열렸다.

"21세기 정도전을 기다립니다"라는 티저 포스터로 알려진 이번 토론회의 주제는 '대한민국 민회 설립'. 행사를 주최하고 기조 발제를 맡은 이는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동북아 비서관을 지낸 배기찬 통일코리아협동조합 이사장이다. 배 이사장은 <코리아, 다시 생존의 기로에 서다>라는 책을 집필해 노 대통령의 극찬을 받았고, 참여정부가 주창한 '동북아 균형자론'의 이론적 기초를 놓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노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대구에서 총선에 도전하기도 했고, 이후 통일운동에 주력해온 배 이사장이 갑작스런 민회 설립 운동에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다음은 배 이사장의 발표 내용을 Q&A 형식으로 정리한 것.

발제하는 배기찬 이사장
 발제하는 배기찬 이사장
ⓒ 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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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정당은 불가능, 대안의회 나와야 

- 왜 민회인가?
"여당과 제1야당이 권력을 독점하는 한국의 정치판을 보며 이대로 가다가는 일본처럼 1.5당과 같은 판이 고착화되겠다는 염려가 앞섰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신당창당론, 정권교체론, 새인물수혈론, 개헌론 등 다양한 정치개혁 방식이 시도됐지만, 모두 현실적인 제약에 부딪혀 실패로 돌아갔다. 특히 대안정당을 만들기 위한 시도는 불합리한 선거제도로 인해 번번히 좌절하고 있다. 이젠 '대안 의회'라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민회'의 역사적 기원은 구한말 만민공동회에서 촉발된 의회개설 운동이다. 당시 독립협회가 주창한 의회개설 운동이 성공했다면 국권을 잃지 않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집단, 세대의 사람들이 '비주류'라도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경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민회는 국민의 정치․사회적 에너지를 결집하는 대안으로서, '국민의 명령, 시대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 생각한다."

- 민회는 어떻게 구성되나?
"현행 국회와 똑같이 300명의 민회 의원이 15개의 상임위원회와 본회의를 구성해 활동할 것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은 50대 50이로, 각 150명씩 총 300명이다. 연령상으로는 40대를 주력으로 삼고 그 다음은 30대와 50대, 그리고 20대와 60대가 배치될 것이다. 임기는 1년의 연임제를 고려하고 있다. 민회가 기존 국회에 대한 부정이라기보다는 함께 경쟁하면서 보완관계에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적 목표다." 

- 민회 설립을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올해까지는 민회 설립을 위한 발기인을 모집하고, 민회라는 것을 국민들에게 제안하는 단계로 마무리할 것이다. 그리고 2016년에는 3월 1일쯤 전국적인 발기인 대회를 시작으로 6월 10일 경 <대한민국 민회>를 공식 출범시킬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는 5월 30일 제20대 국회가 출범하는 시기에 맞춘 것이기도 하다. 2018년에는 2017년 대선을 거쳐 새로운 행정부가 출범한다. 이 행정부의 속도와 방향에 따라 민회의 활동 또한 달라질 것이다. 앞으로 많은 기대 부탁드린다."

민회 설립 소식을 듣고 모인 사람들
 민회 설립 소식을 듣고 모인 사람들
ⓒ 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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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민회, 생활정치의 대안 될까?

5년 전 기자의 아버지는 아파트 주민대표를 했다. 15년이 넘도록 살았던 아파트에 그런 자리가 있는 줄 처음 알았다. 내가 고등학교에 입학할 때부터 졸업할 때까지 아파트에는 눈에 '보이는' 변화가 생겼다. 낡은 중앙 수도관이 교체되었고, 밤길 어두운 곳에 CCTV와 가로등이 설치됐고, 불법주차가 성한 곳에는 작은 말뚝이 박혔다.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해고당한 경비원을 치료 후 복직조치 하고 전체 경비원의 정년을 5년 연장시킨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다. 

그런데 내가 느낀 더 큰 변화는 바로 아버지가 동네사람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옆 동의 아주머니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관리소 직원 분들과 간단한 술자리를 갖는 것이 또 하나의 일상이 되었다. 덕분에 나는 그동안 잘 몰랐던 동네 사정을 알음알음 알게 되었다. 사정을 알다보니 지역에서 예산으로 집행하는 일들에 관심이 갔다. 우리지역의 구청장이 매우 잘 하고 있다는 판단도 내릴 수 있게 됐다. 그렇게 아버지와 우리 가족은 조금씩 '정치적'인 사람들이 되어갔다. 내가 간접적으로 경험한 정치는 맹목적인 싸움이나 권력투쟁이 아닌, '우리 삶과 관계를 바꾸는 도구'였다. 정치에 대한 오해와 무지가 풀린 것이다.

얼떨결에 동네사람이 된 아빠와 나처럼, 대한민국의 주인이 된 우리를 꿈꿀 수는 없을까? 노무현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로 활약했던 배기찬 이사장이 꿈꾸는 민회는 이를 위한 작은 출발일 수 있다. 진정한 지역균형 발전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이 만약 살아있다면 배 이사장의 민회 제안에 어떤 반응을 보였을지도 궁금하다.


태그:#배기찬, #민회, #생활정치, #지역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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