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우리의 라오스 비행기는 오후 5시 20분에 출발하여 10시 30분에 도착하는 시간대였다. 프로모션으로 나온 항공권이다 보니 정해진 시간으로만 표 예매가 가능했고 독특하게 라오스 직항으로 가는 이 항공권은 인천에서 오후에 출발하고 비엔티엔에서 오후 10시에 출발하는 시간대밖에 없었다고 했다. 저가로 운행하다보니 시간대도 좀 애매했지만 그렇기에 일정을 어떻게 짜는지가 라오스 여행에 굉장히 큰 영향을 끼친다.

라오스의 주된 여행지는 라오스의 수도이자 공항이 있는 비엔티엔과 블루라군, 카약킹 등 수상레저를 즐길 수 있는 방비엥과 도시 전체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있고 야시장이 유명한 루앙프라방 세 곳이라 말할 수 있다.

시간을 길게 내지 못하는 관광객들은 방비엥 정도만 둘러보기도 하고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있다면 루앙프라방까지 쭉 둘러보고 올 수도 있는 여행지이지만 도시 간 이동이 만만치 않아서 조금만 지체해도 여러 일정을 체험해보지 못하고 라오스 여행을 마칠 수도 있다. 또한 버스 등 이동수단을 예약하더라도 제 시간에 딱딱 맞추어 진행되는 것이 아니다보니(우리는 그걸 라오스타임이라 불렀다) 한두 시간 미뤄지고 조정되는 것은 예삿일이었기에 상황에 맞추어 일정을 변경해야 하는 것도 여러 번이었다.

약간의 불편함은 전혀 예상치도 못한 채 우린 비행기에서 다음 날 일정에 대해 두런두런 이야기하고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며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엔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겨울 옷을 입고 있던 우리를 맞이해 준 건 20도가 넘는 초여름 날씨와 동남아가 갖고 있는 습함이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동남아의 습기... 비엔티엔에서의 하룻밤

우연히 발견한 남푸 분수의 배경은 정말 예뻤다.
▲ 비엔티엔의 남푸 분수 우연히 발견한 남푸 분수의 배경은 정말 예뻤다.
ⓒ 이수지

관련사진보기


팟타이는 어딜 가든 평균 이상이다
▲ 우리들의 첫 먹방, 팟타이 팟타이는 어딜 가든 평균 이상이다
ⓒ 이수지

관련사진보기


"와, 진짜 동남아구나!"

친구는 귀엽다는 듯이 웃는다. 여기저기 많이 다녀본 친구는 동남아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어서 능숙하게 택시값을 흥정하고 숙소 위치를 기사에게 말해주었다. 해외여행은 올해 일본 여행이 처음이었던 나는 당연히 동남아에 한 번도 와 본 적이 없다. 물가가 저렴하고 교통, 전화 등 여러 가지로 우리나라 옛날 모습을 닮아있다는 동남아에게 받은 첫 인상은 첫 발을 디디자마자 덥쳐오는 습한 기운과 생각보다 견딜 만한 더위였다.

도착하자마자 시계 바늘을 두 시간 전으로 옮기고 나니 지금 시간은 오후 9시. 입국 수속을 마치고 우리가 한 일은 달러 환전이었다. 원화는 라오스에서 환전해주지 않으니 달러를 들고 가서 환전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며 사설 환전소는 곳곳에 비치되어 있으니 어렵지 않게 환전을 할 수 있다. 전부 다 환전해서 갖고 있으면 분실의 위험도 있어서 일부만 환전한 우리는 일단 공항부터 빠져나와 비엔티엔 중심가로 이동하기 위한 택시를 타기 위해 이동했다.

공항 앞에 나가보면 미니 밴, 택시 등 비엔티엔 중심가로 이동하기 위한 여러 이동수단이 있다. 일행이 많다면 미니 밴을 이용해도 되겠지만 우린 급 더워진 날씨에 힘이 빠져 에어컨이 달린 택시를 이용했고(이용금액은 거리에 상관없이 택시라면 7달러로 동일하다.) 유명한 숙소라면 숙소 이름만 말해도 그 앞까지 내려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도착하자마자 너무 피곤했지만 근처를 둘러보며 첫날 밤을 맞이했던 우리. 옷도 편하게 갈아입고 비엔티엔의 야경을 구경하기 위해 근처를 슬슬 돌아다녔다. 알고 간 건 아니었지만 비엔티엔의 야경 중 볼 만하다던 남푸분수가 바로 우리 숙소 옆에 있었다. 밤엔 분수를 밝히는 여러 불빛과 라오스 가요와 통기타 소리가 은은하게 펼쳐져 여행을 온 외국인부터 현지인들까지 가볍게 맥주 한 잔하기 좋은 곳이다. 우린 그 근처 펍에 들어가 라오스 첫 음식인 팟타이에 라오 맥주 1잔씩 마시며 다음 날을 준비하고 오늘 밤을 기억했다.

인생은 B와 D 사이의 C!

비엔티엔의 중심가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라오스의 불탑.
▲ 비엔티엔의 랜드마크, 탓담 비엔티엔의 중심가로 들어가는 길에 있는 라오스의 불탑.
ⓒ 이수지

관련사진보기


5시간 비행에 인천공항에서부터 티켓팅에 달러 환전과 면세점 쇼핑까지 잔뜩 긴장했던 우리였지만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둘째 날 아침에도 길게 잠을 자진 않았다. 라오스에서 편하게 입을 옷이랑 신발도 사고 본격적 물놀이를 위한 방비엥으로 움직일 버스도 예약했다. 아침부터 바쁜 일정이었기에 천천히 움직일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많지 않았다.

유유자적한 여행지였지만 세세하게 챙길 일들에 매일 밤 다음 날 무엇을 예약하고 얼마를 쓸지 그때그때 정리하는 것이 고되다면 고된 일. 미리 예약을 하고 갈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면 편했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더 하루하루를 예상치 않게 시작하고 맞이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모든 것이 계획된 대로만 된다면 그 또한 재미없는 여행일테니까.

그렇게 아침에 일어나 조식을 먹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라오 트래블로 가서 버스 예약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라오스 여행 시 이용하는 여행사로 한국 사람들이 많이 이용해서 그런지 적당히 한국말도 할 줄 알고 꽤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비엔티엔에서 방비엥으로 가는 이동수단은 VIP버스와 미니 밴. 버스보단 밴이 시간이 1시간 정도 덜 걸린다는 이야기에 우린 미니 밴으로 결정했고 시간이 오전 9시와 오후 1시에 있다고 해서 우린 과감히 비엔티엔 반나절 관광을 포기하고 아침 9시 버스를 예약했다. 사실 수도이니만큼 비엔티엔에도 황금사원인 탓루앙 사원, 개선문을 본 따 만든 빠뚜싸이, 부처 상들이 모여있는 부다파크까지 볼 거리들이 다양하다.

주로 불교 유물들이고 시내에만 모여있는 것이 아니라 이동수단을 타고 길게는 1시간까지 왕복을 해야해서 시간이 많다면 하루 넉넉잡아 구경하는 것도 좋겠지만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라오스 여행. 방비엥과 루앙프라방의 여러 볼거리들과 즐길 거리들이 더 중요했던 우린 버릴 건 버리고 집중할 것을 선택해 하루도 안 있던 비엔티엔을 떠나 방비엥으로 향할 채비를 했다.

떠나기 전 휴대폰 현지 유심 구입이 두 번째 일정. 로밍, 포켓 와이파이 등 스마트폰을 해외에서 이용할 방법은 다양하지만 약 5일 정도 라오스에 머무는 일정이라 물가도 저렴한 라오스에서 현지 유심을 구입하기로 했다. 라오스의 '라오텔레콤'이 가장 유명했기에 비엔티엔에 가까운 라오텔레콤으로 가서 약 1주일 동안 쓸 1.5기가 유심을 1만 낍(한화 약 1400원)에 구입하였다. 짧게 있는 것이라면 포켓 와이파이도 좋지만 물가도 저렴하고 오래 있는다면 현지 유심을 구입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라오스 여행에서는 매 순간이 그랬었다. 모든 선택의 기로에서 더 아쉬운 것, 서울로 돌아갔을 때 더 생각날 것들을 생각하며 과감한 선택이 필요하다는 걸 느끼며 인생은 'BIRTH'와 'DEATH'사이의 'CHOICE'라는 우스갯소리와 함께 우린 방비엥으로 가는 미니 밴에 올라탔다.

5시간 이동은 기본, 드디어 방비엥으로 가다

방비엥으로 가는 길. 너무 멀다.
▲ 미니 밴타고 이동 중 방비엥으로 가는 길. 너무 멀다.
ⓒ 이수지

관련사진보기


11월부터 4월까지 건기인 라오스. 먼지가 텁텁하다
▲ 라오스의 풍경 11월부터 4월까지 건기인 라오스. 먼지가 텁텁하다
ⓒ 이수지

관련사진보기


사실 9시 미니밴을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린 10시가 다 되어서야 버스에 올라탈 수 있었다. 그마저도 미니 밴으로 예약했는데 VIP버스에 올라타라고 해서 친구의 울분터진 영어와 나의 바디랭귀지를 통해 겨우 미니 밴으로 타며 생각한대로 되지 않는 일정들에 불만을 토로하기 시작했다.

그럴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기본 1시간 이상은 연기가 되어도 모르쇠로 일관해버리는 라오스 현지 기사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지만 잘 모르는 관광객들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숙박업자들까지... 자유여행으로 다니면서 충분한 자료조사와 생각한 예산 범위내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었다. 미니 밴에 앉아 혼자 동남아 여행 왔으면 혼자 바가지 엄청 쓰고 돌아갔겠네, 하며 웃었던 우린 공포의 5시간 이동을 맞이하기 직전이었다.

라오스에 도착한 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비행기 5시간, 6시간 정도의 수면을 치면 라오스에서 즐긴 시간들보다 이동하는 시간이 엄청 길었다. 게다가 라오스는 길이 굉장히 안 좋고 비포장 도로들이 많아 직선의 길도 울퉁불퉁한 웅덩이를 피해 곡선으로 운전을 한다. 그래서 멀미가 있는 사람들은 필수로 멀미약을 두 번은 먹어야 하고 약 200Km의 거리가 엄청 긴 거리는 아니었지만 5시간 동안 비포장도로로 이동해야 하는 것이 생각보다 더 피로한 일정이 되었다. 도시 간 이동은 라오스 여행에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잠을 자기보단 창밖으로 라오스 현지, 사람들를 보고 싶었던 난 위경련으로 힘들어하던 친구를 옆에 기대게 하고 혼자 계속 그들을 보며 이동했다. 건기라 차가 일으키는 엄청난 먼지에도 차를 몰 수 있는 사람들은 그중에서도 잘 사는 사람들일터. 주된 이동 수단은 자전거와 오토바이인 사람들은 머플러나 마스크로 먼지를 어떻게든 막아보며 긴 길을 끝없이 달려갔다.

"이 사람들은 뭘 먹으며 살아가지? 이런 곳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는 있잖아. 농사지어 1차 생산물 팔거고 그거 유통하는 분들도 있을거고 라오비어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도 있을거고."
"돈은 많이 벌까?"
"열심히 벌지 않을까?"

친구는 정말 이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궁금해했다. 난 돈을 벌어내는 것들이야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지만 불편함 없이 얼굴에 웃음이 많은 것이 더 부러웠다. 주눅들지 않고 한탄만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가는 그분들을 보면서 괜히 한국에서의 내 모습도 돌아보게 되는 사색에 잠겨있다가도 덜컹거리는 도로에 몸이 깜짝 놀라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방문하는데 국가적으로 도로라도 포장도로로 좀 바꿔줬음 좋겠다고 혼자 생각하며 더디게 가는 시계만 바라보니 저 멀리서 방비엥에 오신 걸 환영한다는 표지판이 보였다. 라오스 여행의 끝판왕, 방비엥에 도착한 것이다. 

덧붙이는 글 | 2015년 10월 29일부터 11월 2일까지 라오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태그:#라오스여행, #비엔티엔, #방비엥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