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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짜 주인공은 소수의 지배자나 영웅이 아니라 용감하고 정의로운 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봅니다. 우리 근현대사의 뼈아프고 자랑스러운 진실이 그 증거입니다. 그러나 현 정부는 그 사람들의 역사를 기록하고 연구하고 알리는 것과는 반대로 그 사람들을 억압하고 탄압했던 친일파 지배자들의 역사를 정당화 시키고 주입 시키려는 시도를 하고 있기에, 이에 굴하지 않고 민주열사들의 역사를 기억하려는 의미와 표현으로 3.15 민주묘지에서의 민중의례로 집회를 시작합니다."

창원 태봉고등학교 이효정 학생(3년)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며 한 말이다. 이 학생을 비롯한 청소년들이 '국정교과서반대 경남 청소년 네트워크'를 만들어, 오는 22일 오후 국립3.15묘역에서 마산역까지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반대 청소년 행동의날'을 준비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반대 경남 청소년 네트워크는 오는 22일 오후 3시 국립3.15묘역에서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소년 행동의날' 집회와 거리행진한다.
 국정교과서반대 경남 청소년 네트워크는 오는 22일 오후 3시 국립3.15묘역에서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소년 행동의날' 집회와 거리행진한다.
ⓒ 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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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정부가 역사 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하더라도 세뇌를 당할 게 아니라 누군가 진실의 목소리를 내야 하고, '역사는 이런 것이다'고 누군가는 말해야 하며, '국정화는 잘못'이라고 해야 한다는 말에 나서게 되었습니다"고 말했다.

이효정 학생은 19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전화통화에서 '행동의날'을 벌이는 이유를 설명했다.

- 집회신고는 했는지요?
"지난주 마산동부경찰서에 제 이름으로 집회신고를 냈습니다. 집회신고는 처음 해봤고, 경찰서에도 처음 가 보았습니다. 처음이라 많이 떨렸고 긴장이 되었으며, 겁도 났습니다. 집회 신고서를 받아서 접수하고 나왔습니다. 그날 경찰은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집회 참가 인원을 30명으로 했는데, 오늘 담당 정보관이 전화가 와서 참가자가 더 올 수도 있는 거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래서 인원이 넘는다면 숫자를 수정하겠다고 했습니다."

-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행동에 나서겠다고 하니까 주위 반응은 어떻나요?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GNyouthnetwork/)을 만들어 알렸더니, 오늘까지 120명 넘게 '좋아요'를 누르고 있습니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구요. <오마이뉴스> 기사 등을 공유해 놓았습니다. 댓글이 많지는 않지만 지지한다고 합니다."

- 행동의날 행사를 처음에는 어떻게 계획하게 되었는지요?
"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이전에는 반대하는 집회가 많이 열렸습니다. 그 때는 학교 역사 동아리 모임에서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 마산창동에서 촛불집회와 길거리수업이 열렸는데, 친구들과 함께 나갔습니다. 나가 보니 다른 학교 친구들도 많이 나와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말고 이 문제를 고민하는 친구들이 많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 촛불집회가 끝나고 난 뒤에 당시 집회 뒤 흩어지는 게 아쉬워서 같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다른 학교 친구들도 공감을 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경남도민모임'은 4일 저녁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우상가 앞까지 거리행진했다.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경남도민모임'은 4일 저녁 창원 상남동 분수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정우상가 앞까지 거리행진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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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동의날 홍보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요?
"학생들은 사회 이슈에 대해 잘 모릅니다. 그런데 이 문제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저희들이 만나 학생들은 대부분 역사 교과서 국정화는 '잘못됐다'고 했습니다. 행동의날 홍보물을 들고 다른 학교에, 야간자율학습을 마칠 시간에 맞춰 찾아가서 나눠주기도 했습니다. 대부분 학생들은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것이 학생들의 여론이라 봅니다."

- 학교 선생님이나 부모님들은 걱정하지 않으시나요?
"기사를 보고 부모님께서 어제 전화를 했습니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 역사 관련 동아리모임을 한다는 이야기를 했지만, 일요일에 있을 집회 이야기는 못했습니다. 아빠께서 전화를 하셔서 대단하다며 제 입장을 존중해 주셨습니다. 같이 준비하는 친구들의 입장도 다양한데, 주변에서 크게 걱정하는 분들은 계시지 않는 것 같습니다."

-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관련해 정부나 대통령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확정 고시가 내려져서 절망스럽다. 솔직히 이번에도 이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큰 목소리를 내야 현 정부가 자신들의 정책 밀어붙이기를 중단하고 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봅니다. 국정화가 된다고 2017년부터 사람들이 갑자기 세뇌되는 건 아니라고 봅니다. 확정고시 이후 '행동의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 국정교과서는 잘못되었다고, 우리는 진실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를 열심히 내면 국정교과서를 우리 후배나 동생들이 배우게 된다고 해도 '아 이 교과서가 다가 아니구나, 다른 목소리가 존재하구나' 하는 것을 느끼고 판단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요?
"이번에 행동의날 행사를 한 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이야기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후에 지역의 시민들에게 우리의 목소리를 알리고 함께 하자는 취지로 구호를 외치면서 시가지를 걸을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교육의 주체로서,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입니다."


태그:#역사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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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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