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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담그기는 재미있는 놀이이다. 삼시세끼니 백종원 콩나물 비빔밥 만들기니 하며 방송에서 이런저런 매체에서 요리가 즐겁다며 아우성이다. 요리는 노동이며 놀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에 전통문화이며 전통요리인 김장 담그기를 하여 보자.

우선 주재료인 배추와 무가 있어야 한다. 부재료인 갓이니 고추니 하는 것 등은 관계 속에서 구하기로 하자.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니 백프로 자급자족을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자급자족에 가까운 삶을 살려 할 뿐이다.

삼만오천원을 주고 분양받은 주말농장의 다섯평 텃밭에 배추, 무를 심어야 한다. 때는 8월 하순. 아직 햇볕이 따가운 한여름이다. 토요일 아침 일찍 일어나 새벽참에 텃밭 작업을 한다. 아침은 그래도 선선하니. 우선 웃자란 아욱, 상추를 뽑아내고 들깨는 깻잎을 모두 따서 깻잎장아찌를 담가 놓았다. 깻잎장아찌는 아직도 김치 냉장고에서 맛있게 익고 있다.

전반기 작물을 다 걷어냈으니 땅을 갈아 엎어야 한다. 삽으로 땅을 파 뒤업고 복합비료를 밑거름으로 뿌린 뒤 가운데 고랑을 만들어 흙을 다독여 놓는다. 이랑 두 개에 고랑 하나가 생기며 배추, 무를 심을 준비가 오전 6시부터 8시까지 두 시간 만에 끝났다.

배추와 무를 심기위해 텃밭 작업중에 삽을 꽂아 놓았다.
▲ 배추와 무를 심기위해 텃밭 작업중이다. 배추와 무를 심기위해 텃밭 작업중에 삽을 꽂아 놓았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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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저녁에 꽃집에 들러 배추모종 40개와 김장 무씨 한 봉투를 사서 텃밭에 심는다. 이랑에는 지그재그로 배추 모종을 심고 고랑에는 무우씨를 서너개씩 흩어뿌림한다. 밭이 넓으면 엉성하게 모종을 심고 무씨를 뿌려도 좋으나 5평 텃밭에는 밀도 있게 심고 뿌려야 한다.

서서히 자라다 보면 죽는 것도 있을 것이고 무씨 같은 경우는 발아도 안 되는 것도 있을 것이다. 죽지 않고 다 살아 난다 해도 솎아주면서 중간중간 수확을 할 수 있으므로 목표치보다는 많이 심어놓는 것이 좋다. 이젠 물주기, 김매기와 가끔 솎아주기 그리고 비료를 주기만 하면 되리라. 

모종과 씨를 뿌린 뒤 3일 만에 가보니 배추 모종에 구멍이 숭숭 나 있다. 자세히 살펴보니, 좁쌀 만한 까만 벌레가 모종마다 붙어 있어 배추 모종에 구멍을 숭숭 만들어 놓았다. 아, 열받는다. 벌레가 작아서 잘 잡히지도 않는다. 한두 마리가 아니니 벌레를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다시 꽃집에 들러 배추에 붙은 좁쌀 만한 벌레를 죽일 수 있는 약을 달라고 했다. 꽃집 주인은 다이아톤이라는 가루약을 주면서 되도록 아침에 뿌려야 좋다고 한다.

다이아톤을 적당히 뿌리고 며칠 뒤에 가보니 갈색의 다이아톤 가루는 여전히 배추 모종에 묻어 있고 여기저기 배추 모종에 벌레들이 죽어 나자빠져 있는 모습이 보인다. 새로 솟아나는 배추 잎은 농약이 묻지 않은 상태로 새싹이 자라고 있다. 공들여 심어 놓은 배추 모종을 벌레들이 다 갉아먹어, 숭숭 뚫인 구멍을 보았을 때의 열받음이 이제는 벌레가 죽어 나자빠져 있는 통쾌함으로 바뀐다. 이게 생존의 법칙이며 세상의 이치이니 어쩔 수 없다.

이랑에 배추 고랑에 무가 심겨져 있다.
▲ 잘 자라고 있는 배추와 무우 이랑에 배추 고랑에 무가 심겨져 있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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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씨는 일주일 만에 발아하여 떡잎을 보이고 있다. 이렇게 일주일에 한두 번 물을 주고 가끔 배추와 무의 성장에 따라 솎아주면서 3개월쯤 지나니 김장할 수 있는 배추와 무가 되었다. 가을에 접어들어서 인지 잡초는 별로 나지 않아서 상반기에 상추 열무 재배시처럼 김매기는 할 필요가 없다.

물만 열심히 주면 된다. 비가 오면 물 주러 안 가서 좋고, 요놈들 비맞고 잘들 크겠군 하는 생각에도 좋다. 비가 오지 않으면 텃밭에 가서 요놈들 얼마나 컷나 보는 재미와 기대가 쏠쏠하다. 일주일 만에 가도 언제 컸나 싶게 몰라보게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 있다. 작물키우는 재미가 쏠쏠하다. 자식 키우는 재미만 하다고 할 수 있다.

배추와 무를 수확하며 기쁨에 들뜬 아내가 보인다.
▲ 배추 무 수확하기 배추와 무를 수확하며 기쁨에 들뜬 아내가 보인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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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하는 날 텃밭에서 배추를 잘라낸다. 겉은 묶어주어서 인지 일부 썪은 것도 있고 벌레구멍이 숭숭 나있는 것도 있다. 이들을 걷어내고 속을 보면 알차다. 이를 반으로 자르고 무는 무청을 떼어내고 정리해 텃밭농사를 마무리 한다.

5평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무다. 배추 속이 알차다.
▲ 수확한 배추와 무 5평 텃밭에서 수확한 배추와 무다. 배추 속이 알차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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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장보고 준비한 양념재료로 아내는 양념장 만들기에 바쁘다. 빌려온 큰 대야에 배추를 넣고 소금에 절인다. 사이사이 소금을 넣고 적당히 농도를 맞추고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숨이 죽어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 선생님이 삼투압을 설명할 때 단골로 설명하던 생각이 난다.

삼투압은 물이 농도가 짙은 곳에서 옅은 곳으로 이동하는 거예요. 김장할 때 배추 숨을 죽이려고 배추를 소금물에 담그지요. 그러면 배추 내부에 있는 물의 농도가 짙고 외부의 소금물이 물의 농도가 낮기 때문에 배추 내부에 있는 물이 배추 밖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뻣뻣한 배추가 시들시들해져요.

잘 알겠습니다. 선생님. 하루 지나니 역시 세상의 이치는 그대로 적용되어 배추는 잘 절여졌다. 아내는 너무 절인거 아닌가 하면서 이젠 나에게 잘 헹구라 한다. 세심한 아내는 목욕탕 의자도 준비해 놓아 내가 앉아서 잘 씻을 수 있게 해주었다. 허리도 안 아프고 좋구나.

"배추를 이렇게 놓으면 물이 잘 안 빠지지. 엎어 놓아야지."

아내가 옆에서 코치한다. 소금에 절일 때는 소금 흡수가 잘 되게 배추 잘린 부분을 위로 해서 놓지만, 다 절인 배추의 물을 뺄 때는 잘린 부분이 아래로 가게 해야 된다는 것이다. 인터넷을 찾아 열심히 김장 연구를 하더니 박사가 다 됐다.

아내는 처음 해보는 김장이지만  김장박사다.  조금만 생각하면 되는 건데 생각없이 빨리만 할려고 하니 세상의 이치를 거스른 행동을 했던 것이다. 아내는 맹한 남편 부려먹는 재미도 있으리라. 김장하면서.  

생애 최초로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로 담근 김장이다.
▲ 김장 완성 아니 작품 완성이다. 생애 최초로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로 담근 김장이다.
ⓒ 한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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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정도 물을 빼니 적당한 수분에 양념을 묻혀도 되겠다. 양손에 고무장갑 끼고 잘 절여진 그리고 잘 씻긴 배추를 양념장에 목욕을 한 번 시키고 배춧잎 사이 사이에 양념을 묻혀 김장을 완성한다. 김치냉장고용 통으로 4통을 담았다. 여기에 남은 무가 많이 있어 겨울이면 먹고 싶었던 동치미도 담근다.

동치미는 인터넷을 찾아보니 방법이 여러 개다. 누님에게 전화하여 물으니 간단하게 알려준다. 김치통에 무와 쪽파를 통채로 넣는다. 물론 너무 큰무는 좀 잘라야겠지. 그리고 소금물에 뉴슈가를 적당히 간 맞혀 넣으면 된단다. 그 맛있는 동치미를 기대하며 누님 말 대로 동치미를 담갔다. 이제 김치 냉장고에서 잘 숙성되길 기대한다. 배추 김치도 동치미도.

농부는 쌀 한 톨도 소중히 한다. 김장을 직접 하면 김치 한 조각을 소홀히 할 수 없다. 일본에 스시 문화가 있다면 우리나라에는 김장 문화가 있다. 김장을 직접하는 이유는 이러한 우리의 전통 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즐겁기 때문이다. 전통놀이이므로.

덧붙이는 글 | 생애 최초로 김장을 직접 재배한 배추와 무로 담가 보았다. 김장을 직접 담갔을 때의 기쁨 그리고 담그는 중에 느끼는 순간순간의 성취감이나 즐거움이 매우 크다. 우리의 전통문화인 김장담그기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없이 함께 즐기며 하길 바래본다. 노동이 아닌 하나의 전통놀이로.



태그:#김장, #텃밭, #배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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