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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연합뉴스) 조준형 이세원 특파원 = 일본 도쿄 야스쿠니(靖國)신사 폭발음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한국인 남성이 사건 발생 16일만에 일본으로 자진 입국, 일본 경찰에 체포됐다.

일본 경시청은 야스쿠니신사의 폭발음 사건 전후에 인근 폐쇄회로(CC)TV에 찍힌 한국인 전모(27·직업 및 주소 미상) 씨를 9일 건조물 침입 혐의로 체포해 조사 중이다.

전씨는 이날 1차 조사에서 "잘 모르겠다"며 폭발음과 관련한 혐의를 부인했다.

또 지난달 21일부터 사건이 벌어진 23일까지 일본에 머문 뒤 이날 재입국한 이유에 대해 "(사건에 대한) 일본 기자의 질문을 받고서 (폭발음이 들렸다는) 야스쿠니 신사의 화장실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에 왔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일본 언론이 보도했다.

경시청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단 전 씨가 참배 등의 '정당한 이유' 없이 11월 22일 오전 11시 무렵부터 다음날 오전 10시 무렵 사이에 야스쿠니 신사 안뜰에 침입한 혐의를 적용했다"고 체포 사유를 설명했다.

경시청은 야스쿠니신사 남문(南門) 인근 화장실에서 발견된 디지털 타이머 등 수상한 물체에 관해 분석하고 있으며 폭발물단속벌칙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항공기를 타고 일본으로 와서 도쿄 하네다(羽田) 공항으로 입국했다.

일본 경찰은 전씨가 일본에 도착하기 전에 수상한 인물의 입국을 파악하는 시스템으로 동향을 포착한 뒤 공항으로 출동했다.

오전 10시께 전씨와 대면한 수사관은 임의동행 형식으로 그를 공항에서 도쿄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고지마치(麴町) 경찰서까지 데리고 간 뒤 체포영장을 집행했다.

현재 경시청 공안부 소관 아래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전 씨는 한국 영사와의 면담도 진행했다.

'야스쿠니 화장실을 보려고 왔다'는 전 씨의 주장이 알려졌지만 한일 언론의 취재와 보도로 자신이 용의선상에 올라있음을 모를리 없는 그가 일본을 다시 찾은 경위는 당분간 의문점을 남길 전망이다. 한국 외교 당국은 그가 자발적으로 일본으로 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경찰 당국도 전씨의 입국이 '예상치 못한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요미우리의 취재에 응한 일본 경시청 간부는 용의자 신병이 확보된 만큼 "수사는 크게 진전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체포 사실을 보고받았다고 밝힌 뒤 "수사 중이므로 코멘트는 자제하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전 10시께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요다(千代田)구 소재 야스쿠니신사에서 한 차례 폭발음이 들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경찰은 신사 남문 인근 남성용 화장실에서 디지털 타이머, 화약으로 추정되는 물질이 든 파이프 묶음, 건전지 등을 발견했다. 건전지에는 한국어 표기가 있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인근의 CCTV에서 폭발음 발생 약 30분 전부터 한국인 남성(전씨)이 촬영된 것에 주목하고 그가 머문 근처 호텔 객실을 수색하는 등 수사를 벌이는 한편 한국 정부에 범죄인인도조약에 입각한 신병 인도를 요청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2009년부터 전북 군산에서 5년 이상 공군 부사관으로 근무한 뒤 올해 3월 전역한 전 씨는 사건 발생 이틀 전인 지난달 21일 일본으로 입국했으며 사건 당일인 23일 귀국했다.

전씨는 사건 전날인 22일에도 야스쿠니신사의 CCTV에 포착됐으며 일본 언론은 그가 사전 답사를 했을 가능성을 제기해 왔다. 또 경시청은 화장실에 있던 담배꽁초와 전씨가 머물던 호텔에서 발견된 담배꽁초에 남은 DNA가 일치한 것을 확인했다고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전했다.

야스쿠니 신사는 근대 일본이 일으킨 크고 작은 전쟁에서 숨진 사람들의 영령을 떠받드는 시설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을 포함해 246만6000여 명이 합사돼 있다.


태그:#야스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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