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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 13일 오후 4시 5분]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룸에서 열린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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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또 '짜고 친 고스톱'이란 의심을 받게 됐다. 청와대 취재기자단의 질문순서와 요지가 이미 인터넷에 공개돼 '또 연극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와중에 박 대통령은 자신이 기자들의 질문을 다 기억하고 있다고 자랑까지 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사전준비가 어떻게 이뤄지는 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지난 2014·2015년 신년 기자회견 전 사전 질문지가 보도돼 '짜고 치는 고스톱' '각본 기자회견'이란 비판이 있었는데, 올해도 그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겠냐는 우려였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12일 이번 기자회견에선 박 대통령과 기자들의 즉각적인 문답이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선 "(사전에 질문 내용을) 받지 않는다. 질문 순서와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질문순서 담긴 문건, SNS에 나돌아

13일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중 인터넷에 돌아다닌 기자회견 질문 순서 및 요지 정리 문건.
 13일 박근혜 대통령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 중 인터넷에 돌아다닌 기자회견 질문 순서 및 요지 정리 문건.
ⓒ 미디어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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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오전 10시 30분 박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시작하자마자 SNS 등에는 각 언론사의 질문순서 및 질문의 요지가 정리된 문건들이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이 담화문을 읽고 있던 시점으로 아직 기자들과의 문답은 시작되지 않고 있었다.

이후 질의와 답변이 이어지자 이 문건의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기 시작했다. 이 문건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질문요지가 아예 빠져 있는 점, 질문하는 언론사 13곳 중 2곳의 질문요지가 약간 달랐던 점을 빼면, 문건 내용은 이날 기자회견 내용과 거의 맞아 떨어졌다.

질문 순서와 내용이 사전 정리된 문건이 이미 유출됐다는 것은, 누군가가 질문 순서와 내용을 사전에 파악해 정리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 내용이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에 전달됐을 가능성 때문에 '또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었느냐'는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질문할 기자는 손을 들어달라"는 정 대변인의 요청에 기자 여러 명이 손을 들었고, 정 대변인이 호명해 기회를 주는 장면도 여러 번 나왔다. 하지만 질문자는 이미 문건에 나와 있는 순서 그대로 호명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 대변인은 "앞서 손을 들었다가 지목받지 못한 JTBC 기자 질문하시죠"라며 질문자 선정이 마치 즉흥적으로 되고 있다는 식으로 진행했다. 청와대와 기자들이 일종의 '연극'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더한 대목이다.

거기에 박 대통령까지 답변 도중 "답을 다 드렸는지요? 질문을 여러 개 주셔서. 제가 머리가 좋으니깐 다 기억을 하지. 질문을 몇 가지씩 하시니…"라고 자신의 지적 능력을 과시한 부분은 '이미 질문을 다 아는 상황을 이용한 발언 아니냐'라는 의심을 받았다.

청와대 기자단 "질문 순서는 알렸지만 내용 전달하진 않아"

기자회견 직후 청와대 기자단 측은 "짜고 친 기자회견이란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기자단은 "질문 매체와 순서는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질문 요지는 전달하지 않았다"며 "기자회견 당일 신문지면에 내용 반영이 어려운 석간신문과 통신사 등에는 (기자회견) 순서와 질문 키워드 정도를 정리한 내용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여러 매체들이 돌아가며 질문을 하기 때문에 질문이 중복되는 걸 방지하기 위해 기자들끼리 순서와 질문분야를 협의하는 건 불가피하고, 질문 내용을 청와대에 제공하진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기자단으로부터 질문 순서를 전달받았으면서 마치 몰랐던 것처럼 기자회견을 진행한 부분은 명백히 '연출'이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청와대의 대통령 기자회견 연출 의혹은 현장에 있었던 기자들에게까지 번지고 있다. 사전질문지를 SNS로 공개한 이들 중 한 명인 노종면 YTN 해직기자는 "(기자회견 중) 한가지 특이했던 점은 이미 순서 다 정해놓고도 다음 질문 받는다는 사회자 말에 여러 기자가 손을 들었다는 사실"이라며 "기자들이 쇼에 동참한 참담한 장면이 아닌가 싶어 씁쓸합니다"라고 논평했다.

SNS 이용자들도 연출이 의심되는 정황에 대해 촌평을 날리고 있다. 누리꾼들은 "쪽대본 없는 사전제작 드라마?ㅋ"(페이스북 박**), "사전에 문제와 정답을 알려주고 보는 시험은 시험이 아니다"(페이스북 김**), "박통(박근혜 대통령) 말씀하시길, '내가 머리가 좋아서 기자 질문을 다 기억한다'고, 기자회견이 미리 정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 아니라고 청와대가 강조했거늘. 대변인의 뒤통수를 치는 한 수"(트위터 @bey***)라는 등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태그:#박근혜, #기자회견, #기자단, #질의응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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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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