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 책의 핵심 키워드는 책 이름대로 사피엔스다. 저자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의 독특한 특징이 자연을 배제하며 현대문명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어떻게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는지 핵심 메커니즘과 현상들을 매우 세세하고 체계적으로 드러내주고 있다.

저자는 그 시작점을 사피엔스가 갖게 된 인지적 능력의 폭발로 보고 있다. 바로 인지혁명이었다.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 한 구석에서 다른 동물은 물론 유인원보다 뛰어나지 못해 웅크리고 있었다. 그러나 사피엔스는 갑자기 뇌가 커지면서 '인지혁명'을 겪게 되면서 전혀 다른 존재가 되었다. 그들은 육체적으로 열악한 면을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지능력으로 보완하고 오히려 우월한 성취를 보였다.

수렵 채집에서 월등한 결과를 보이던 그들은 심지어 수많은 동물 종들을 멸종시키고, 다른 유인원들을 제거하며 지배자가 되었다. 다시 1만 2천 년 전에는 '농업혁명'을 일으키며 폭발적인 변화를 이끌어낸다. 사피엔스들은 더 이상 수렵이나 채집을 하지 않고 농작물을 기르고, 동물을 목축했다. 이로써 생태계는 획일화 된 대신에 인류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많아진 사람들은 갈등을 일으켰지만, 그들을 통합한 자들은 승승장구했다. 사피엔스는 다른 동물과 달리 수많은 종족들을 어떻게 통합했는가에 저자는 집중한다.

저자는 농업혁명 이후 수천년에 이르는 인간의 역사는 단 하나의 질문으로 모아진다고 말한다. "인류는 어떻게 자신들을 대규모 협력망으로 엮었는가?" 그는 인간이 그런 대규모 협력망을 지탱할 생물학적 본능이 결핍된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이런 질문을 던질 만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 체계를 고안해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상상의 질서는 자연을 극복하고, 국가를 세우고, 교역망을 넓히며 세계를 단일하게 만들었다. 그 상상의 질서는 500년 전에 일어나 현대를 지배하고 있는 과학혁명으로까지 이어졌다.

여기에서 저자가 말하는 상상의 질서라는 것은 판타지나 신화라는 몽상적인 이야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상상의 질서는 제도인데 돈과 국가(제국), 종교(사상)같은 것들을 말한다. 저자는 사피엔스들은 이런 것을 추구하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집단적 협력에 나섰다고 말한다. 물론 결과는 상상과 얼마든지 다를 수 있었다. 즉 돈과 상업, 제국 그리고 보편종교는 지구의 대부분 사피엔스를 포함시켰다. 돈을 가지면 모든 것을 얻을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특정 국가를 만들어내는 것이 개인의 안정과 평화를 줄 것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다른 동물과 달리 집단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피엔스는 특히 종교를 통해 수많은 사람들을 협업하고 일정한 방향으로 같이 움직이게 만들었다고 했다. 종교는 초인적 질서에 대한 믿음을 기반으로 한 인간의 규범과 가치의 체계이다. 그런데 이데올로기는 종교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도 인간의 행동이 따라야 할 초자연적인 질서와 불변의 법칙을 믿으며 심지어 예언서나 경전도 있다.

최대의 자유를 추구하는 자유주의적 인본주의든 인간의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주의적 인본주의든 인본주의자들이 인간을 무엇보다 우선하는 사상도 이런 사피엔스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저자는 본다. 특히 나치즘과 같은 진화론적 인본주의는 우성의 사피엔스 종족이 다른 이들을 제거하는 것은 진화론적으로 당연하다고 본다. 물론 그것은 서구 전체에서 신뢰받지 못해 사멸했다.

저자는 역사의 필연성이라는 것도 상상의 산물이라고 본다. 우리가 국민국가에 살고 있고 자본주의 원리에 따라 경제를 조직하고, 인권을 열렬하게 신봉하는 것은 역사의 자연스러운 필연의 법칙 결과라고 생각하는 결정론에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결정론으로 역사가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류에게 역사가 유리하게 진보한다는 믿음도 상상의 산물인 셈이다. 이데올로기인 자본주의도 상상의 질서라고 할 때, 이를 폭증시킨 상상의 질서는 과학혁명이다.

사실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대부분의 인류문화는 진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 인류는 과학 연구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킬 새로운 힘을 획득할 능력이 있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면서 진정한 진보가 가능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난, 질병, 노화, 죽음을 피하지 못할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식량은 과학 때문에 증산되었고, 질병은 의학 때문에 치료되고 사람들은 살아났다. 죽음의 해결은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었다. 인간 수명 연장의 혁명이었다. 과학은 제국의 세계 진출프로젝트에 실용적 지식, 이데올로기 정당화, 기술적 장치를 공급했다.

이런 과학혁명은 과학과 정치와 경제의 연대를 구축하게 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저자는 중국과 이슬람이 이런 과학혁명을 이루지 못한 것은 바로 자본주와 과학이 연대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근대과학과 제국은 새로운 곳을 탐사하면 무엇인가 좋은 것이 있을 것이란 믿음 때문에 연대했는데, 어느새 이익을 위해 과학과 유럽제국주의자들과 자본주의 경제가 동맹을 형성했다. 돈은 제국 건설과 과학진흥에 필수적이었다, 돈은 국가를 세우고 망하게 하며, 새로운 땅을 개척하고 수백만을 노예로 만들며, 산업을 돌리고 동식물 수백 종을 멸망하게 하고 새롭게 그것들을 만들기도 했다.

'과학혁명'은 지난 500년간 정부, 기업, 재단, 민간 기부자들이 수십 억 달러를 투입한 결과였고 그것은 돈을 많이 벌수 있다는 믿음을 넘어 더 넓어지면서 과학과 기술의 폭발을 가져왔다. 우선 저자는 과학 혁명은 지식혁명이 아니라 무지의 혁명이라고 했다. 무지를 인정하고 끊임없이 관찰하고 그것을 측정하고 새 힘을 얻으려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무지가 있는 이론은 폐기되고 무지를 드러내주는 이론이 등극하며 그것이 새로운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왔다.

1500년 이전에는 과학과 기술이 별개였지만, 근대 이후 17세기 초반 베이컨이 연결시켰고 1800년대 강한 군대를 원하거나 돈을 많이 벌려는 이들은 물리학, 생물학 등에 자금을 대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국가들도 에너지, 공중보건, 안보,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들을 찾았다. 기술과 과학도 연구 정당화와 자금을 지속적으로 받으려면 종교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신념에 의지하고 있어야 한다. 종교나 이데올로기와 제휴했을 때 더 번창하는 법이다.

근대 경제사에서 중요한 이런 믿음은 '성장'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했다. 저자는 모든 기업은 상상된 미래에 대한 신뢰 위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미래 신뢰를 바탕으로 현대에 본격 등장한 것이 신용이라는 것이다. 미래의 수입을 통해 현재에 건설하는 것이다. 미래가 현재보다 낫다는 상상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고, 그것이 성장의 신화이다. 현대경제의 성장은 무리가 미래가 신뢰할 때 가능하다. 신용이 발명된 고대 수메르시대에는 농업사회였으므로 이러한 성장의 신화가 그렇게 놓지 않았다.

성장의 믿음 신뢰는 신용을 창조했고, 신용은 현실경제를 성장시켰고, 성장은 미래에 대한 신뢰를 강화했고 다시 신용을 창출했다. 이러한 미래에 대한 신뢰와 신용을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 과학과 테크놀로지이다. 이러한 과학과 테크놀로지의 미래에 대한 신뢰와 성장에 대한신화는 많은 사람들의 투자자들을 불러일으킨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쏟아지는 수많은 상품은 소비자본주의의 미덕이라는 신화를 통해서 소비된다. 만약 이러한 소비신화가 없다면, 과학기술과 결합한 자본주의는 삐걱거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수많은 종을 멸종시키고 자신들도 멸종시킬 수 있음은 배제하고, 끝없는 혁명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피엔스는 자신의 한계를 벗어나려하고 있다. 지적 설계를 스스로 하는 곳(유전공학)까지 나아가고 있다. 창조의 존재 신이 되려는 것이다. 다른 종도 변형하거나 새롭게 만들고 자신 스스로도 개조(DNA 조작, 사이보그) 하고 있다. 결국 영생불사를 실현하려 한다. 저자는 이를 신이 된 동물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창조에 대해서 여전히 사피엔스는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를 알 수가 없고 그것은 자칫 스스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이러한 사피엔스의 행위는 이미 그가 스스로 인지혁명을 일으킬 때부터 예정되어 있었는지 모른다. 모든 존재는 탄생과 성장, 소멸이 내재되어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사피엔스가 본격적으로 농업혁명 산업혁명 과학혁명의 긍정적인 점보다는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부정적인 점들을 적나라하게 논파한다. 농업혁명은 더 많은 노동 그리고 축적물에 따른 불안과 착취했고, 과학과 산업 제국의 확대는 그 외의 지역 사람들을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자본주의와 결합한 과학은 오히려 사람들은 더 위축시키고 불안과 공포에 처하게 만들며 인위적인 화학적 행복을 줄 것이라 말한다.

이런 지적들은 그들이 만든 혁명들이 사피엔스에게 진정 나은 삶, 행복을 주었는가 되묻는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행복도 상상의 질서라는 것이다. 저자가 주장하는 더 나은 삶의 출발은 수치로 대변되는 전체적인 객관적 합리적 성과 그리고 주관적 행복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진실을 확실하게 인정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피엔스가 만들어온 상상의 무엇인가가 인류를 결국 파멸시키지 않을 방법을 모색하는 출발점이겠다.

덧붙이는 글 | 교보문고 북모닝 CEO에 기고한 글.



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김영사(2015)


태그:#사피엔스, #인지 혁명, #과학혁명, #농업혁명, # 상상질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