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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창 신임 서울시 정무부시장
 하승창 신임 서울시 정무부시장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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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서울시에는 뜻밖의 소식이 들렸다. 임종석 전 부시장이 4.13총선 출마를 위해 사임한 뒤 장기간 비어있던 신임 정무부시장에 시민운동가가 내정됐다는 것이다.

그는 경실련과 함께하는시민행동 등에서 잔뼈가 굵은 시민단체 활동가들의 맏형 하승창(54)씨였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내내 정치인 출신이 맡아왔던 자리이고, 시민운동가 출신은 처음이다.

정무부시장은 서울시의 내부 조직이나 시의회와의 갈등조정도 주요 업무지만 국회 등 정치권과의 이해관계 조율이 중요한 자리이다. 하 신임 부시장은 당초 총선에 출마할 것으로 점쳐져왔기에 더욱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취임한 지 보름 남짓된 지난 3일 낯선 업무를 익히는 데 정신이 없는 하승창 정무부시장을 만나 그간의 사정을 들어봤다.

서울시청 신청사 6층에 있는 그의 사무실은 아직 정돈이 안 돼 휑한 느낌이었고, 회의 테이블의 푹신한 의자가 어색한지 굳이 딱딱한 보조의자에 앉아 기자의 질문에 대답했다.

박원순 시장은 왜 그의 손을 잡았을까

"그간 생각은 있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다가 지난해 말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정했어요. 해오던 대로 시민운동을 하면 편안할 수 있겠지만, 지금의 많은 사회문제들을 해결하고 제도를 만들어나가려면 역시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지인들에게 알리고 주변정리를 하던 참이었는데..."

박원순 시장으로부터 '같이 일하자'는 전화를 받은 건 정무부시장으로 임명장 받기 불과 사나흘 전이라고 했다. 그럼 박 시장은 왜 정치권으로 향하는 그의 손을 잡았을까.

"정무부시장 자리가 한 달 가까이 비어 있었고, 또 당시 야당의 상황이 어지러웠기 때문에 제가 국회 진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박원순 시장의) 판단이 있었겠죠. 시민운동이나 선거운동에서 함께 해왔기 때문에 정치권 출신보다 제가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셨을 것 같구요."

하 부시장은 20여 년간 박 시장과 함께 시민운동을 해왔고 지난 2011년과 2014년 선거에서 박원순 선거캠프의 총괄책임자를 맡기도 했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측근을 곁에 두고 후반기 시정운용을 부드럽게 가져가고 싶어했을 수도 있다.

박 시장이 정치인이 아닌 선거총괄책임자 출신 정무부시장을 낙점한 건 박 시장이 대권은 접고 3선으로 가려는 의도를 내비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지자체장은 3선까지 도전 가능하다. 박 시장 본인은 극구 부인해왔지만, 누가 뭐라 해도 야권의 유력 차기 대권후보이다.

하 부시장은 이에 대해서는 "그것은 시장님에게 여쭤보시라"며 손사래를 쳤다. 다만 "전에 시장님에게 현업에 충실하시는 게 가장 맞는 정치라고 말씀드린 적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정치권 진입은 포기한 거냐는 질문에 "나는 정치를 이렇게 시작하는 셈"이라며 "정치를 행정으로부터 시작하는 것일 뿐 잠깐 하다가 다시 시민사회로 돌아가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힘주어  말했다.

하 부시장은 박 시장의 가장 중요한 성과에 대해서는 "2011년 취임 후 가장 먼저 화두로 삼은 게 마을인데, 이제 마을공동체센터가 전국에 다 생겨나고 있는 만큼 가장 성공한 사업 아닌가 싶다"며 "남은 임기 중에도 시민들의 공동체를 강화하고 도시를 재생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펼쳐나갈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하승창 부시장과의 일문일답이다.

"정치경험 없어 우려된다지만... 시민운동 경험이 도움될 것"

"정치를 어디서 시작하느냐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봤다. 정치는 의회서 시작할 수도 있고 행정부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정치를 어디서 시작하느냐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봤다. 정치는 의회서 시작할 수도 있고 행정부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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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정무부시장에 취임한 소감을 말씀해달라.
"처음하는 공직생활이어서 살아왔던 환경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익숙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익히고 배우는 데 여념이 없다. 박 시장의 선거운동을 책임졌던 사람으로서 선거에서 이야기 했던 것과 실제 행정이 잘 이어지도록 하는 역할을 하겠다."

- 실제 해보니까 시민운동가 하고 어떻게 다르던가.
"이제 2주밖에 안돼 시의회, 서울지역 국회의원, 언론사, 시 관련 기관들에 인사가고 업무보고 받은 게 전부다. 다만 여기는 시민운동과 다르게 여러 가지 공적인 제도와 자원들이 있어 그런 걸 활용해서 훨씬 더 많은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사람들 삶이 더 나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정치 경험이 없는데 어떻게 대외관계를 원활히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알고 있다. 그런 걱정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시민운동 때도 한약분쟁 때처럼 정치적인 이해관계 조정 경험이 있는 만큼 시민운동 경험들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오히려 최초의 시민운동가 출신으로 시민의 시선으로 시정을 풀어나가는 데 이점과 역할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난 정치하러 여기 온 거다... 금방 돌아가지 않을 것"

- 원래 4월 총선에 나가는 것으로 예상했는데 정무부시장으로 낙점돼 의아했다. 그 과정을 얘기해달라.
"개인적으로 지난해 말부터 정치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냥 익숙한 시민운동을 하면 편안할 수 있는데 굳이 정치를 해야 하나 싶어 생각이 왔다갔다 했지만 최종적으론 지금의 문제를 해결하고 제도를 만들어가는 것은 역시 정치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주변정리를 하고, 지인들에게 정치해보겠다 말씀드리기도 했다."

- 당연히 비례대표를 생각했겠다.
"비례를 먼저 생각했지만 그게 만만치는 않은 현실이었고, 하기로 마음 먹으면 어떤 것이든 따지지 않고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지역으로 가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간 굳이 그걸 말할 기회가 없었던 것일 뿐이다."

- 그럼 박 시장은 왜 정무부시장을 제안했을까.
"정무부시장 자리가 한 달 가까이 비어있었고, 또 내가 당장 정치권으로 진출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판단을 한 것 같다. 시민운동을 같이 했고 생각하는 바가 비슷해서 시정방향을 따로 설명 안 해도 되니까 편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박 시장에게서) 언제 제안이 왔나.
"임명장 받기 사나흘 전이다."

- 그럼 제안받고 크게 고민 안 했다는 얘긴데.
"정치를 어디서 시작하느냐의 문제에 불과하다고 봤다. 정치는 의회서 시작할 수도 있고 행정부에서 시작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 그럼 정무부시장 하는 것도 정치의 일환으로 보는 건가.
"정무부시장이라는 역할은 여러 이해와 갈등을 조정하는 업무와 관련이 많은데, 이런 것이 정치의 본질이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난 정치하러 여기 온 거다. 임기 끝까지 갈 수도 있고 중간에 그만둘 수도 있지만 이제 (시민사회로) 금방 돌아가지 않을 거다. 전에는 선거캠페인 하고 돌아갔지만 이제 완전히 온 거다."

-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건가.
"그렇게까지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또 여력이 있다면 시민운동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 행정경험 쌓는 것도 정치에 큰 자산이 되긴 하겠지만, 이러다 보궐선거에 나가는 것 아닐까.
"그런 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냥 이렇게 시작한다는 생각만 했다."

"묘하게도 박 시장과 한 단체서 일해보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취임 직후 처음 화두로 삼은 게 '마을'이다. 그후 마을공동체센터는 전국에 다 생겨났다. 이건 성공했다고 본다. 삶의 공동체 기반으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행정을 펼치는 대상과 주체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데 크게 기여했고, 실제로 그를 통해서 사람들이 많이 연결돼 나오고 있다."
 "(박원순 시장은) 2011년 취임 직후 처음 화두로 삼은 게 '마을'이다. 그후 마을공동체센터는 전국에 다 생겨났다. 이건 성공했다고 본다. 삶의 공동체 기반으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행정을 펼치는 대상과 주체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데 크게 기여했고, 실제로 그를 통해서 사람들이 많이 연결돼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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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 시장과는 언제부터 인연을 맺어왔나.
"1990년대 중반 내가 경실련 정책실장할 때 박 시장이 참여연대 사무처장을 하셨다. 그 전 변호사일 하실 땐 전혀 몰랐다. 지난 2000년 함께하는시민운동이란 단체를 만들었을 때 주변에서 되게 어려울 거라고 했는데, 당시 나를 많이 격려해주고 덕담도 많이 해주셨다. 총선연대같은 연대체에서는 같이 일했지만, 묘하게도 한 단체 내에서 함께 일한 적은 없었다."

- 박 시장의 지난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선거책임자를 맡았다. 그 이유가 뭘까.
"2011년 첫 선거 땐 (박 시장이) 정당 소속이 아니니까 시민단체와 같이 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시민단체 사무처장들이 대부분 임기가 끝나서 새로운 업무를 찾아야 하는 공백기였는데,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졌다. 그 가운데 내가 나이가 좀 많아서 그랬던 것 같다."

- 정치인 아닌 선거책임자 출신이 임명됐을 때 대권은 포기하고 3선을 염두에 둔 거 아닌가 싶었다.
"그건 시장님한테 여쭤봐야.(웃음) 박 시장은 일관되게 현재 하는 일에 충실하겠다고 밝혀왔다."

- 최근 한 인터뷰에서는 "임기를 마치겠다"고 하셨는데, 그럼 대선은 포기하는 것 아닌가. 전에는 "시장일에 전념하게 해달라"고만 했는데.(차기 대선은 2017년 12월이고, 박 시장의 임기는 2018년 6월까지다 - 기자 말)
"아니다. 전에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아무튼 해석할 문제는 아니고, 다른 일에 휘둘리지 않고 현재 하는 일에 충실하겠다는 말씀으로 봐달라."

- 현재 정치 구도상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될지 모르잖나.
"나는 그런 거 생각하지 말라고 말씀드렸다. 정무부시장 오기 전에도 '그냥 시정에 충실하시라, 지금 하시는 일에 전념하시는 게 시민들 입장에서 맞는 행정, 맞는 정치를 하는 것으로 보이지 대권이야기에 귀 기울인다든지 하면 행정이 흔들린다'고 했다"

- 임종석 전 부시장은 "선거 끝나면 시장에 대한 관심이 본인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쏠릴 것이다"고 말했는데.
"시장 하시는 중에는 시정에 충실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박원순 시장 가장 성공한 정책은 마을공동체"

- 서울시에 서울역고가공원화사업이라든가 강남구와의 갈등 등 복잡한 현안이 많다. 특히 올 하반기에 시행하는 청년수당은 아직도 반대여론이 많은데, 그 이유는 뭘까.
"돈을 그냥 나눠준다는 오해 때문 아닐까. 아직 우리 사회에 보편적 복지에 대한 다른 견해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잖나. 이것은 일정한 계획서를 받아서 심사한 다음에 지급하는 것이다. 결코 공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시장이 '돈 줍시다' 그렇게 결정한 것이 아니고, 서울시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청년단체가 3년간 숙의를 거듭한 끝에 '우리한테 이만큼 지원해주면 실업극복에 디딤돌이 될 거다'고 제안해서 하는 것이다. 이게 왜 비난받을 일인지 이해할 수 없다."

- 박 시장이 서울 시정을 맡은 지 벌써 4년이 지났다. 그간 가장 내세울 만한 성과는 무엇이라고 보나. 또 남은 임기 중 주력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2011년 취임 직후 처음 화두로 삼은 게 '마을'이다. 그후 마을공동체센터는 전국에 다 생겨났다. 이건 성공했다고 본다. 삶의 공동체 기반으로 정책이 펼쳐지고 있다. 행정을 펼치는 대상과 주체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고, 실제로 그를 통해서 사람들이 많이 연결돼 나오고 있다.

아마 서울역고가나 찾아가는동사무소 같은 사업도 도시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사례로 잘 정착할 것이라고 본다. 남은 임기 중에도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통해 '사람들끼리의 관계가 회복된 보다 인간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해 주력할 것이다."


태그:#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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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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