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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와 선명한 대립각... 당내 기반 한계 극복할지가 관건

9일(현지시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를 승리로 장식한 민주당 버니 샌더스 후보는 지난 9개월 전만 해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언더독'(underdog·이길 가능성이 없는 후보)이었다.

전국적 지명도가 낮고 무소속 출신으로 당내 기반도 없는 75세의 노(老) 정객이 민주당의 주류를 상징하는 힐러리 클린턴과 대적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다.

더욱이 샌더스는 스스로 '민주적 사회주의자'임을 자처하면서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을 대변하는 공약을 외쳐온 '좌파 중의 좌파' 정치인이다.

이런 샌더스가 미국 대선의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클린턴을 꺾은 것은 '이변'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20%포인트에 가까운 격차로 클린턴의 기세를 꺾어놓았다.

샌더스의 승리에는 분명 지역적 요인이 존재한다. 뉴햄프셔 주는 샌더스가 상원의원으로 있는 버몬트 주에 인접해있어 유권자들이 애초부터 정서적으로 샌더스로 기울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 또는 무당파 유권자들의 이념성향도 버몬트 주와 비슷하게 진보 쪽에 가깝다고 선거전문가들은 풀이했다.

그러나 이날 뉴햄프셔의 선택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미국 정치를 향한 '메시지' 자체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성 워싱턴 정치시스템에 실망하고 분노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보려는 유권자들의 기대와 욕구가 '샌더스 열풍'을 불러일으킨 원동력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샌더스는 유세 도중 '정치혁명'이라는 말을 계속 되풀이하며 지지자들로부터 강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에 이어 국무장관까지 지내며 주류 정치 무대의 한복판에 20년 넘게 머물러온 클린턴 후보가 '의외의 고전'을 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실제로 이번에 샌더스를 향한 뉴햄프셔의 지지는 단순히 대학생과 청년층과 같은 열성 지지자들에게 국한되지 않았다. 다양한 연령과 계층에서 샌더스의 공약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와 표를 던졌다는 후문이다.

샌더스의 인생 이력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아웃사이더' 자체였다. 1941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가난한 페인트 판매원의 아들로 태어난 샌더스는 어려서부터 경제적으로 쪼들리고 수입이 불안정한 삶을 직접 겪으면서 사회개혁과 정치혁명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시카고 대학시절 '청년사회주의 연맹'의 회원으로 학생운동에 뛰어들었고 베트남전 반대 평화운동, 인종차별 철폐운동, 노동운동에 참여하면서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변신했다.

중산층과 노동·소외계층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는 민주·공화 양당체제에 반감을 느낀 샌더스는 1981년 무소속으로 버몬트 벌링턴 시장직에 도전했다. 단 10표 차로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된 샌더스는 이후 시장 4선, 하원의원 8선을 거쳐 2006년 연방 상원의원에 진출했지만, 계속 무소속을 고집했다.

샌더스가 표방하는 이념은 북유럽 경제모델에 터잡은 민주적 사회주의 또는 사회 민주주의다. 미국식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월가 개혁과 소득불평등 해소, 정치자금 개혁을 주창하는 것은 이 같은 이념적 배경을 깔고 있다. 실제로 그는 1991년 하원 내에 원내 '진보회의'를 설립했고 처음 8년간 회의를 주도했다.

2003년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결정하는 표결에서는 강력한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또 상원의원 재직 때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대형 미국 은행들에게 자금을 지원하려는 미국 재무부 정책에 결사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2010년 12월10일 부시 행정부의 세금정책을 그대로 유지하는 내용을 담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기부양법을 비난하며 8시간 반 동안이나 상원에서 연설한 바 있다. 이 연설을 지켜본 지지자들은 샌더스를 대선 후보로 지명하자는 청원을 올렸다고 한다.

많은 정치전문가는 샌더스의 강점으로 '정직함'과 '진정성'을 꼽는다. 상대방을 비방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피하고 공약과 정책대결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하는데다가, 자신의 견해를 일관성 있게 주장하는 것도 호감을 주는 대목이다. 여기에 대중을 휘어잡는 연설 능력도 탁월하다.

그러나 샌더스가 이번 뉴햄프셔에서 승리하면서 거센 돌풍을 이어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의 경선 과정이 결코 순탄하다고는 볼 수 없다.

이달 하순 치러지는 네바다와 사우스캐롤라이나와 같은 남부 주에서 클린턴 후보가 확고한 '아성'을 구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12개 주가 일제히 실시하는 3월1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조직력이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현직 정당 간부나 의원으로 구성되며 자유롭게 후보를 선택할 수 있는 700명이 넘는 민주당의 슈퍼대의원도 대부분 클린턴으로 넘어가 있는 상태이다.

샌더스가 불러 일으키는 '바람'이 클린턴이 구축해놓은 '조직'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가 승패의 관건이다.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태그:#미 대선, #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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