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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월 21일, 오명균 수사관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범인이 잡혔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전화를 받은 당사자가 범인과의 통화내용을 녹음해 인터넷에 올렸는데, 삽시간에 조회 수 45만을 기록했고, 목소리를 근거로 범인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나도 SNS를 통해 재미있게 들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웃음이 난다. 아마도 보이스피싱이란 용어와 함께 오랫동안 기억될 가능성이 많다.

10여 년 전만 해도 낯설었던 보이스피싱이 이젠 어지간한 사람은 다 아는 용어가 됐다. 그렇다면 보이스피싱이란 용어는 어떻게, 누구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을까? 최초로 검거된 범인은 누구일까? 그날 뉴스를 보며 문득 보이스피싱 관련 이런저런 것들이 궁금했었다.

 <문득, 묻다-두 번째 이야기> 책표지.
 <문득, 묻다-두 번째 이야기> 책표지.
ⓒ 지식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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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묻다>_두 번째 이야기는 이처럼 어느 순간부터 우리 생활에 깊이 들어와 있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은 잘 모르는 것들을 묻고 답하는 책이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이야기는 없지만 말이다.

그런데 시간 계산을 할 때마다 좀 불편하다고 느끼지 않나요? 어차피 시간이라는 개념은 인간의 발명품입니다. 하루를 12진법인 24시간이 아니라 10진법인 20시간으로 했다면 시간을 계산하기 훨씬 편했을 것입니다. 하루는 왜 24시간이 됐을까요?

앞서 말한 대로 일 년, 한 달, 하루는 이미 고대에 확립된 개념입니다. 그 시대에 문화적 파급력을 가진 나라가 서양에서는 수메르였습니다. 수메르인이 12진법을 사용한 이유가 재밌습니다. 10진법을 쓰는 이유가 손가락 개수가 열 개이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는데요. 수메르인이 12진법을 쓴 이유 역시 비슷합니다.

엄지손가락을 뺀 나머지 네 손가락의 마디를 세어보세요. 마디를 셀 때는 헛갈리지 않도록 엄지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셉니다. 정확히, 모두 열두 개입니다. 동양의 12간지 역시 같은 방법으로 세지요. 이제 양손의 마디를 모두 합쳐보세요. 24개가 되지요. 하루를 24시간으로 셈하게 된 배경입니다. 그렇다면 하루는 언제나 24시간이었을까요? - <문득, 묻다>_두 번째 이야기에서.

이 책에 앞서 시리즈 1권이랄 수 있는 <문득, 묻다>_첫 번째 이야기가 지난해 여름에 출간됐었다. 그 책 첫 번째 주제는 '김춘수의 <꽃>이란 시에 나오는 꽃은 어떤 꽃일까?' 였다. <꽃>이란 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많아도, 그 꽃이 어떤 꽃인지 궁금해 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 나아가 어떤 꽃인지 나름 알아본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그러나 이 책은 묻고 있었고, 김춘수의 행적이나 작품들을 뒤져가며 꽤 믿을 만한 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더 흥미로운 것은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는 어떤 소리일까?▲호랑이와 양반, 왜 제 소리하면 올까?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쓰고 있지만 정작 어떻게 나온 말인지, 근거를 따지기조차 좀 뭣해 보이는 것들을 묻고 있다는 것. 그런데 답한다. 모든 질문에.

책에서 읽기 전까지 그냥 별 뜻 없이 누군가 쓰니까 따라 쓰게 되고, 그렇게 자연스럽게 굳어진 말 정도로 인식하고 있던 터라 참 재미있게 읽었다. 여하간 재미있게 읽은 그만큼 어서 빨리 두 번째, 세 번째 책이 나오길 몹시 기다렸었다.

<문득, 묻다>_두 번째 이야기 역시 첫 번째 이야기처럼 매우 흥미로운 질문들과 그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책은 어떤 내용들을 담았을까? 목차를 훑다가 궁금해 먼저 찾아 읽었던 글 중 하나인 '만 원권 지폐에는 몇 개의 문화재가 들어 있을까?'에서 읽은 한 부분이다(배춧잎 한 장 앞에 두고 읽으면 더 좋을 듯 ^^).

바탕에 옅게 깔린 별자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천문도인 <천상열차분야지도>입니다. 별들의 위치는 고구려 때인 서기 1세기경에 맞춰져 있는데요. 원래 석판에 새겨져 있었지만 672년 당나라와의 전쟁 때 잃어버리고 탁본으로만 남은 것을 1395년에 수정해서 다시 만들었습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는 우리 민족이 수천 년 전부터 독자적인 방식으로 별자리를 관찰해서 기록으로 남겼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런가하면, 지폐 왼쪽에 지구본처럼 생긴 틀에 여러 개의 원이 겹쳐 있는 기구가 보입니다. 혼천의입니다. <천상열차분야지도>가 별자리를 관찰했던 기록이라면, 혼천의는 한 걸음 나아가 일월오행성의 위치를 측정했던 천체시계였습니다. 세종 15년이었던 1433년에 이천과 장영실이 제작했지만 실물은 분실됐고, 우리가 만 원권 지폐에서 보고 있는 혼천의는 1669년에 송이영이 만든 것입니다.

천체의 현상뿐 아니라 서양의 자명종 시계의 원리를 도입해서 시각까지 알 수 있다고 하니 대단한 과학문화재입니다. 그렇다면 그 옆에 옅은 색으로 그려진 것은 무엇일까요? 현재 경북 영천시 보현산 천문대에 있는 반사식 광학천체망원경입니다. - <문득, 묻다>_두 번째 이야가에서.

지난 2007년에 새로 발행된 만 원권 지폐 앞면에는 훈민정음을 창제한 임금으로서의 세종대왕을 보여주는 <용비어천가>의 구절과 조선의 임금을 상징하는 <일월오봉도>가 그려져 있다. 그리고 뒷면에는 과학군주로서의 면모를 드러내는 위 문화재들과 선조들이 육안으로 보았던 하늘의 운행을 지금의 과학자들이 관찰하고 연구하는데 사용하는 보현산 천문대 천체망원경이 그려져 있다.

그러니까 만 원권 지폐에 있는 문화재는 위에서 언급한 <용비어천가>(보물 제1463호), <천상열차분야지도>(국보 제228호), <혼천의>(국보 제230호) 이렇게 3점이다. 한때 '배춧잎'이란 애칭까지 있을 정도로 많이 쓰였으나 이젠 카드 등을 쓰며 거의 만나지 않던 만 원권 지폐가 새삼 반갑다. 다른 지폐에도 이처럼 우리를 상징하는 것들이 들어 있으니 이제까지 돈으로만 보던 지폐들을 한번쯤 작품을 대하는 그런 다른 눈으로 보는 것은 어떨까?

사실 '우리의 돈을 좀 알자'는 마음에, '세뱃돈으로 주머니가 두툼해진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것도 좋겠다' 싶기도 해 '만 원권 지폐에 문화재가 몇 점인가'에 대해 썼지만, 그보다 더 궁금했던 것은 '화투 '비광' 속 우산 쓴 사람은 누구일까?'였다.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짧게 소개하면, 많은 일본인들이 추앙하는 '오노도노후(894~967)'란 서도가(서예가)란다. 그는 글씨를 쓰고 써도 진척이 없자 좌절하다가 어느 비 오는 날 집을 나선다. 마침 커다란 개울가를 지나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어떻게든지 옆에 서 있는 수양버들 가지를 붙잡으려고 안간힘을 쓰며 펄쩍대는 것이 보였다. 그대로 있다가는 불어난 물에 휩쓸려가 죽을지도 모르는 개구리의 생존을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이었다.

그런 개구리를 비웃는다. '지 까짓게 저 높은 나뭇가지를 어떻게 붙잡겠다고'. 그런데 얼마 후 바람에 나뭇가지가 휘청~! 그 기회를 재빨리 붙잡은 개구리는 나뭇가지를 잡고 탈출을 하게 된다. 그걸 본 그는 '저런 미물도 저처럼 치열한 몸부림으로(노력) 살고자 하는데, 인간인 내가 이렇게 쉽게 좌절해서야'라며 글쓰기에 더욱 정진, 일본 사람들이 추앙하는 경지의 서도가가 되었다고 한다. 

개구리가 가만히 있다가 우연을 행운으로 붙잡을 수 있었을까? 단언컨대, 그동안 끊임없이 펄쩍대며 몸부림친 덕분에 가능했을 것이다. 언젠가 비광 속 우산 쓴 인물이 '이토 히로부미'란 말이 나돌았던 적이 있었던지라, 정말 누구일까? 단순한 호기심으로 들춰 읽은 이야기는 이처럼 어떤 강한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아마도 힘들 때 떠오를지도 모를 그런. 

책이 다루고 있는 질문들은 이렇듯 우리 생활과 밀접한데도 '왜 한 번도 궁금해 하지 않았지?'와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기발하고, 흥미롭다. ▲세계 최초의 건축가는 누구일까? ▲가발을 유행시킨 사람은 누구일까? ▲우산을 발명한 사람은 누구일까? ▲우리나라 최초의 싱어송라이터는 누구일까?▲고수레는 누구를 위한 말일까? ▲여자는 분홍, 남자는 파랑이라는 구분은 어떻게 생겨났을까? 등처럼. 그리고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들도 있다. ▲트림과 방귀가 환경을 오염시킬 수 있을까? ▲꿈을 사면 효과가 있을까? ▲말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까? ▲키스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독사가 자기 혀를 깨물면 죽을까? 등.

여하간 책은 어떤 질문이든 진지한 답,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알거리들을 들려주고 있다. 첫 번째 인용부분처럼 상식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것들과 두 번째 인용처럼 많은 사람들이 알 필요가 있는 것들, 그리고 세 번째 이야기처럼 강한 메시지가 들어있는 그런 답들을 말이다. 이 정도로 살면서 그저 흘리고 말 것들을 알거리 많은 답으로 들려주는 이 책 <문득, 묻다>_두 번째 이야기를 읽는 즐거움을 함께 나눠 보자.

덧붙이는 글 | <문득, 묻다-두 번째 이야기>(유선경) | 지식너머 | 2015-10-25 | 14,000원



문득, 묻다 첫 번째 이야기 - 지성과 감성을 동시에 깨우는 일상의 질문들

유선경 지음, 지식너머(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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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제게 닿아있는 '끈' 덕분에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었습니다. '책동네' 기사를 주로 쓰고 있습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지만, '동·식물 및 자연, 역사' 관련 책들은 특히 더 좋아합니다. 책과 함께 할 수 있는 오늘, 행복합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에디터만 아는 TMI'를 연재합니다.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 2019년 성교육 전문가와 함께 하는 대화집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출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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