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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19일 오후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제9회 대전미래기획포럼'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19일 오후 대전발전연구원에서 열린 '제9회 대전미래기획포럼'에서 특강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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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정점으로 국가권력이 중앙으로 초 집중화된 상황인 한국민주주의는 위험하다."

대통령 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을 지낸 최장집 고려대학교 명예교수. 최 교수는 '국가권력이 중앙집중화된 한국민주주의는 위험하다고 진단하고, 독일과 같은 '권력분산'과 '지역 평준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19일 오후 대전발전연구원은 대전시민사회연구소, 지역정책포럼, 한국지방정치학회와 공동으로 '제9회 대전미래기획포럼'을 열었다. 지난해 2월 시작된 이 포럼에서는 그동안 박형준 국회사무총장, 안경환 서울대 명예교수, 권오을 새누리당 인재영입위원장, 박범신 소설가, 예거쉬 스웨덴 예테보리대 교수, 강철규 전 공정거래위원장,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특강을 했다.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조건을 탐색한다'라는 주제로 이날 특강에 나선 최 교수는 "한국의 권력은 중앙 집중화 되어있다. 한국의 국가권력은 '초 집중화' 되어있다"고 발언했다. 최 교수는 "이런 권력 집중화된 나라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하기는 어렵고, 민주주의가 위험에 빠지기 쉽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렇다면 왜 이렇게 권력이 집중되었는가'라고 자문했다. 최 교수는 "1980년대 말 민주화를 이루었지만,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을 수 있는 '대통령 직선제'만 이루었을 뿐, 그렇게 뽑힌 대통령이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고민 없이, 그렇게 뽑힌 대통령에게 모든 것을 맡겨버렸다"고 말했다.

이어 "관료적인 행정체제와 권위적인 정치체제는 그대로 놓고 대통령만 국민의 손으로 뽑게 되니 마치 민주화를 다 이룬 것으로 일반화했다"고 발언했다. 최 교수는 "현재 한국사회는 형식은 민주주의인데 그 내용은 권위주의인지 민주주의인지 혼돈스러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체제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문제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의 권력이 굉장히 강하게 나타나고, 국가권력은 중앙집중화되었다"며 "선거를 통해서 정권이 바뀌고 대통령이 바뀌어도 이런 권력집중은 그대로 이어지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민주주의 가치는 시민의 참여, 자유와 결부되어 있는데, 관료행정체제는 이런 민주적인 가치를 갖지 않는 제도이기에 서로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그렇기에 민주주의 선진국들은 국가권력을 매우 약하게 유지한다. 자유주의 핵심원리는 국가권력을 제한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민주주의라 하면서도 국가에 대한 기대가 많다 보니 국가권력은 계속 팽창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가 청와대 근처에 사는 데 요즘 청와대 앞을 지나가면 얼마나 삼엄한지 유신 때보다 더 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개인의 자유는 민주주의와 병행해서 확대되고 커지는 것이기보다는 민주주의임에도 오히려 제한되고, 어떤 때는 반대로 권위주의 때보다 더 크게 억제된다는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1990년대 말부터 신자유주의가 등장하여 공적 영역의 민영화로 국가권력이 시장으로 확대됐다. 그렇다면 일반적으로 국가권력은 약해져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임에도 불구하고 국가권력의 영향력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지역자치가 독일 방식으로 이루어지면 지역차별 없어질 것"

최장집 교수 특강에 앞서 유재일 대전발전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최장집 교수 특강에 앞서 유재일 대전발전연구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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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교수는 이러한 한국 민주주의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주의 체제 아래에서 어떻게 책임을 물을 것인가', '국가의 운영에 대해 시민들이 책임을 묻는 방법은 무엇인가', '고작 할 수 있는 것은 선거를 통해 평가하는 것뿐인가'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바로 한국민주주의가 가진 큰 맹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엄청난 권력을 가진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고 감시할 방법이 너무 취약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한국의 국가권력은 너무 커서 시장은 물론, 시민사회 영역까지 다 포괄해서 영향력을 행사한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초 집중화된 국가권력을 어떻게 견제 감시할 것인가가 큰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 사회는 '자율적 결사체'가 취약하다, 사회적 약자들이나 소외된 집단, 계층은 자율적 결사체 구성하고 조직하여 그것을 통해서 자신의 이익을 관철·표현하는 것이 제한적"이라며 "그렇기에 한국사회는 시민사회 하부구조가 허약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자율적 결사체의 취약함은 민주주의의 핵심인 참여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는 대표를 선출해서 대표가 시민을 대신해서 정부를 운영하도록 하는 것인데,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시민이 뽑은 대표는 왜곡되어 있다. 청년대표가 청년을 대표하지 못하고, 취약계층의 대표가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지 못하고 있다. 그렇기에 진짜 대표라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문제들은 국가권력은 강한데, 의회권력은 약한 구조에서 만들어진다"며 "이런 구조에서 참여의 결과라는 것은 결국 대표만 있고 책임은 없는 대통령 중심의 민주주의를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또 "대통령권력을 감시하고, 책임지도록 하는 기재 중 대표적인 것이 '3권 분립'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우리나라 대통령의 권력은 너무 강하고, 입법부와 사법부는 너무 약하다. 그렇게 되면 민주주의가 올바르게 균형 있게 진행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최 교수는 '지방으로의 권력분산'과 '지역평준화'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그 모델로 독일사회를 소개했다.

그는 "사회복지 체제가 발달한 독일은 복지재정의 대부분을 지방정부가 감당한다, 그 만큼 권력도 분산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각 지방정부마다 재정자립도가 다르다. 독일은 이를 해소하기 위해 재정자립도 100을 기준으로 부자인 지방정부가 가난한 정부에게 재정을 지원해 주어 지역평준화를 이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되면 지역불만이 있을 수 없다. 독일에는 '지역평준화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최근 서울의 강남구청장이 서울시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강남구의 세수를 서울시에 이양할 수 없다고 주장한 사례를 보면, 한국의 상황이 독일과 얼마나 다른지를 볼 수 있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끝으로 "만약 한국에서의 지역자치가 독일의 방식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면 한국에서의 지역차별은 원천적으로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물론 현재 한국이 독일 수준으로 연방 체제에 의한 지역분권화를 실현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러한 정신과 가치는 한국 사회가 본받을 만 하다"고 강조했다.


태그:#최장집, #한국민주주의, #국가권력, #권력집중화, #대전발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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