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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이 많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 삶에 달라붙은 고민도 함께 깨어난다. 요즘 따라다니는 상념들과 함께 샤워를 하고, 출근해서는 새로 얻은 고민을 어제 것과 바꾼다. 바쁠 때는 잠시 생각을 잊지만, 그때이다.

동료들과 밥을 먹을 때도 음식 맛에 집중하지 못하고, 하루의 수고가 끝난 뒤 돌아오는 지하철 안에서도 온갖 잡념이 떠오른다. 잠자리에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갖가지 생각들로 끝내 잠을 이루지 못해, 어떨 땐 시계를 확인해보니 오전 4시가 다 되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서, 크게 도움이 되거나 생산적인 일로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대개 목표하는 바가 없는 사고란 논리적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드물어서 잡념으로 끝나곤 한다. 게다가 지금 내 머릿속에 떠오른 게 쓸데없다는 걸 안다고 해도, 억지로 지우려 들어봤자 헛수고였다. 가려운 피부를 거듭 긁어 부스럼을 만들듯이, 잡념으로 또 다른 잡념을 불러올 뿐이다. '걱정해서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라는 티베트 유행어(?)는 그래서 나온 말이다.

'내가 왜이러나...' 싶었을 때 서점 한 귀퉁이에 걸린 광고 문구가 시선을 끌었다. '현대인은 생각하는 병에 걸려있다'. 이 한 줄의 문장에 이끌려 책을 집어 훑어보고는 망설임 없이 사버렸다. 책 표지에 평온한 모습으로 차창에 머리를 기댄 스님의 모습과 그 위에 새겨진 문장도 맘에 들었다.

'생각하지 않고 오감으로 느끼면 어지러운 마음이 서서히 사라진다.'

일본 승려 코이케 류노스케가 쓴 <생각 버리기 연습>
 일본 승려 코이케 류노스케가 쓴 <생각 버리기 연습>
ⓒ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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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생각하기 때문에 '무지'해진다

우리에게는 오래된 신앙이 있다. 인간은 생각하기 때문에 위대하며, 그것이 동물과 인간을 구분 짓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인간이 동물에 비해 본질적으로 행복하냐는 질문엔 쉽게 대답할 수 없다. 우리가 느끼는 불행은 특정한 상황이나 사건 탓도 있지만, 거기다 더해지는 우리의 생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인간은 불행을 느낀 나머지 자해를 하기도 한다. 동물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러는 법은 없다. 오직 사람만이 생각하기 때문에, 삶에 부정적인 해석을 더 하며 평생 고민 속에 살다가 늙고 병들어 죽는다.

본문에 따르면, 사람이 부정적인 생각을 일으키는 이유는 뇌가 가지고 있는 '깡패'같은 습성 때문이다. 뇌는 하루 24시간 활동하며 전기신호를 보내 신체를 조종한다. 나쁜 맛이나 악취, 통증과 같은 생존에 관련되는 감각일수록 강한 전기신호를 보내며, 뇌는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감지하는 데 더 예민하게끔 진화되어 왔다.

당장 눈앞의 평범한 일상은 위험하지 않기 때문에 별 볼 일 없고, '부정적인 생각'이야말로 자극적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뇌는 자기 주인이 불행해지든 말든 제멋대로 새로운 자극을 얻기 위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을 몰아간다. 이것이 바로 저자가 말하는 '생각하는 병'이다. 그리하여 사람은 머릿속에 입력된 부정적인 사건들은 거듭 재생하는 반면, 실제로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해 '무지'해져 간다.

불교에선 사람이 일상에서 하는 생각 대부분은 쓸데없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따라서 고민이 있을 때는, 고민을 더 해서 해결하기보다는, '생각' 그 자체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것이 오히려 약이 될 수도 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오랜 번민에 흐려졌던 눈앞이 밝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전통불교에서 파문당한 스님이 쓴 번뇌 탈출 가이드

이 책의 저자는 일본의 승려인 코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 78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치면 39살이다. 일본 전통불교인 정토진종(淨土眞宗)의 사찰 주지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이는 승려의 결혼을 금하지 않는 일본 불교의 특성 때문이다. 그리고 34살 무렵에 부친의 뒤를 이어 정토진종 쇼겐지(正現寺) 22대 주지로 취임했다.

하지만 이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강연과 출판에 적극적이었던 그의 대외적인 성향이 침묵을 중시하는 정토종의 금기와 대립하여, 파문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주지 취임도 쇼겐지가 정토진종에서 이탈 허가를 받은 후에서야 가능했다.

현재 일본에 널리 퍼진 불교는 중국의 노장사상과 결합한 것으로 도교와 섞인 형태라는 게 코이케 류노스케의 생각이다. 그는 순수하게 인간 그 자체를 탐구하던 원시불교가 현대불교와 비교했을 때 더 구조적이고 과학적이라고 본다. 그래서 원시불교의 좌선 명상을 수련하는 데 많은 시간을 투자해왔고, 이를 통해 깨달은 바를 대중에게 전파하기 위해 책을 내기에 이르렀다.

나는 서평을 쓰기 전에 이 책을 두 번 정독했다.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게 전자책으로도 샀다. 오랜 친구같은 생각병이 나를 짓누를 때마다 이 책을 펼쳐보고 싶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회사에 가져와서도 틈틈이 펼쳐보았는데, 한 번은 옆자리의 선배가 흥미를 보였다.

"그게 뭐냐?"
"요새 읽는 책이요."
"제목이 뭔데?"
"<생각 버리기 연습>입니다"


선배가 너털 웃음을 지으며, 요즘 즐기고 있는 스마트폰 게임을 가리키며 말했다.

"야, 이게 바로 '생각 버리기 연습'이야"

게임을 하면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람은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며 충족감을 느낄 때는 휴식을 바라지 않는다. 쉬는 시간도 아껴가며 일하고, 휴가마저 반납하고 업무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반면에 일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에 휩싸여 피로해지면, 비로소 휴식을 바라고 현실로부터 달아나려는 충동을 느낀다. 게임을 켜는 심리는 거기에서 나온다. 자극적인 영상과 조작감에 눈을 돌려 현실의 고통을 마비시키려는 것이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는 현실의 고통이 잦아들며 지금 몰두하는 것이 '재밌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고통이 감소하는 것을 즐거움으로 착각하는 우리 뇌의 버릇 때문이다. 아무리 자극적인 게임도 하다 보면 질리는 순간이 찾아오고, 끄고 나면 하나도 달라진 게 없는 갑갑한 현실로 돌아와야 한다. 게임에 열중하느라 심신은 전보다 피로해져 있으므로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이때 다시 게임으로 도피하여 고통을 마비시키는 행위를 병적으로 반복하는 걸 일컬어 게임중독이라고 한다.

불교에서는 쾌락이란 실체가 없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삶의 본질은 고통이며 각종 오락으로 감각을 마비시키는 것은 망망대해에서 소금물을 들이키는 것처럼 번뇌의 굴레에 빠져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스펙터클한 영화나 게임을 즐기는 것은 참된 힐링에는 도움이 되질 않는다. 차라리 침묵하고 잔잔한 휴식을 즐기는 것이 낫다. 대개 흡연자들이 '담배 한 대 피우러 나갔더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라며 니코틴의 효능을 홍보하는데, 사실 도움이 된 건 흡연이 아니라 잠시 업무를 내려놓고 얻은 '시간'이다.

밤에 잠을 못 자는 이유

내가 새벽 4시가 되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던 이유도 두뇌의 습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불을 끄고 이불 속에 들게 되면, 어느 때보다도 외부의 자극이 줄어들어, 마음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던 생각들이 고개를 든다. 그중에서도 걱정이나 분노와 같은 자극적인 생각들이 앞장서서 뇌를 흥분상태로 몰아가며 잠을 방해한다. 결국, 밤에 잠을 못 자는 증상이란 고민을 쉽게 떠올리는 성격 때문이다.

잠을 자기 위해 야식을 먹거나 술을 마시고 약물을 복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심신을 허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본문에서는 불면증을 해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법을 권한다. 여러 가지 잡념에 시달리는 자신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자비심을 가지고 바라보라고 말이다. 낮 동안 온갖 고민거리로 스스로를 괴롭혔다는 것을 자각하고, 위로하는 기분으로 편안한 상태에 집중해보라 한다.

자아를 객관화시키는 것은 불교 수행의 근본정신인 것 같다. '나'라고 하는 인식은 허상이다... 라는 어찌보면 도 닦는 소리 같은 말도 생활에 적용해보면 실질적인 팁이 된다. 어려운 불교이론을 왠지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것도 책을 읽으며 얻은 소득이다.

SNS에 빠지는 이유

저자는 현대인이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글쓰기'를 탐닉하는 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고 싶다는 번뇌의 작용이라고 말한다. 인터넷에 개설된 블로그 가운데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업데이트되는 것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다. 흔히 내 생각이나 글이 널리 읽혔으면 하는 뜻에서 블로그를 만들긴 했는데, 댓글이나 추천과 같은 반응이 없어서 접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번뇌가 자랄 수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경계하라고 권한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고 나면, 만족하기까지는 늘 고통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타인의 반응을 얻었을 때 그 순간엔 충족감이 느껴지지만, 사실 그것은 인정욕구가 부른 고통이 잠시 줄어든 상태에 불과하다. 매일 블로그를 관리하겠다거나, 더욱 좋은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자고 결심했는가? 그것이 자신의 삶에 피로감을 더하는 결과가 되지 않을지 잘 생각해보자. 진정한 행복은 침묵한다는 말이 있다. 사람이 정말 행복할 때에는 자랑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맛있는 것을 먹고 아름다운 장소에 갔을 때 굳이 알리려고 집착하는 행위는 어쩌면 부족한 행복을 타인을 통해 채우려는 마음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생각병을 치유하는 방법

뇌가 일으키는 작용의 나쁜 측면에 대해 알고 나면, 생각 그 자체를 중단하면 평안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우선 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왜냐면 뇌는 '하면 안 된다'고 할수록 더 하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금기를 정하고 나면 그걸 깨는 행위 자체의 전기적인 자극이 커지기 때문에, 생각을 멈추는 건 더욱 어려워진다.

그 대신에 이 책은 지금 내 몸에 와 닿는 감각에 적극적으로 집중하는 방법으로 생각을 잠재워 보라고 권한다. 사람 몸에는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는 신체기관이 있다. 눈, 코, 귀, 혀, 몸, 이렇게 다섯 가지로 이루어져 있는데, 바로 이 '오감(五感)'을 깨워보라고 말이다. '보인다'를 '본다'로 바꾸고, '들린다'를 '듣는다'로 바꾼다. '냄새 난다'를 '냄새 맡다'로 바꾸고 '맛이 난다'를 '맛본다'로 바꾼다. 피부에 와 닿는 촉감도 마찬가지다. 어딘가 불편한 감촉도 아무런 해석을 더 하지 않고 감각 그 자체에 집중하면 그것도 단지 하나의 '느낌'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얼굴에 벌레가 앉는다고 치자. 보통 사람은 인상을 쓰며 손을 휘둘러 벌레를 내쫓지만, 마음 수련에 힘쓰는 사람은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얼굴에 벌레가 기어 다니는 감촉이란 마찬가지로 피부에 느껴지는 '공기'의 감촉과 다를 바 없이 하나의 감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신의 감각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훈련을 반복하다 보면 일상적인 것으로부터 이제껏 알지 못한 충족감을 얻을 수 있다.

몸에 와 닿는 감각에 부정적인 편견을 지우면, 얼굴에 벌레가 앉는다고 해서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
 몸에 와 닿는 감각에 부정적인 편견을 지우면, 얼굴에 벌레가 앉는다고 해서 고통받을 필요가 없다.
ⓒ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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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사람들은 이런 방식으로 사소한 자연의 소리를 즐기고 기쁨을 느끼는 멋을 누릴 줄 알았다. 하지만 요즘 사람들은 자극적인 것에 너무나도 쉽게 노출되어 왔다. 그래서 일상적인 것들을 불필요한 잡음으로 치부해버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 이 사실을 깨닫고 다시 내 몸의 감각으로 돌아와 일상을 새롭게 발견해보는 건 어떨까. 그리하면 불필요한 생각은 줄어들고, '하고 싶은 것'에 정신을 팔기보단 '해야 할 일'을 직시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이렇게 오감을 깨워 현실에 집중함으로써 부정적인 생각들을 없애고 삶의 질을 높여보자. <생각 버리기 연습>이 잡념에 지친 현대인을 위해 내어놓는 처방이다.


생각 버리기 연습 - 한국어판 100만 부 돌파 기념 특별판

코이케 류노스케 지음, 유윤한 옮김, 21세기북스(2018)


태그:#생각 버리기 연습, #불교,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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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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