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3.25 16:01최종 업데이트 16.04.08 16:17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2016.03.25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은 지역구 사무실 간판에 적지 않게 신경을 쓴다. '○○○ △△△당 의원'이라고 적힌 간판은 그 의원의 얼굴이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에는 지역구 사무실을 '카페' 등으로 꾸며 유권자들을 친근하게 접촉하려고 노력하는 의원들도 있다. 이렇게 간판이나 사무실 꾸미기 등에 들어가는 비용('사무실-인테리어')도 정치자금에서 지출된다.



간판비용에 1000만 원 이상 지출 의원 '5명'

이윤석(전남 무안.신안군, 현 기독자유당)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박대동(울산 북구).류성걸(대구 동구갑) 새누리당 의원은 간판비용(제작과 설치 등에 들어간 비용)에만 2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이윤석 의원은 전남도청 근처에 위치한 '신안 사무실' 간판비로 약 2118만 원을, '무안 사무실' 간판 수리비로 122만 원을 썼다. 신안 사무실 공사비로도 약 1056만 원이 지출됐다.


류성걸 의원도 간판비용으로 1965만 원을 지출했다. 박대동 의원은 간판비용 1995만 원을 지급했다(2014년 12월 현재). 박 의원은 간판 외에도 지역구 사무실 공사비로 1500만 원을 써서 지출 총액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박대동 의원실은 "LED간판 320만 원, 화면교체 105만 원, 돌출간판 90만 원, 조명용간판 120만 원 등 간판에 쓴 정치자금은 총 720만 원이다"라고 해명했다.

크기 등에 따라 가격차이가 나긴 하지만 보통 간판비용에 들어가는 비용은 1000만 원 이하라고 한다. 한 간판제작업체 대표는 "보통의 간판을 제작하면 수백만 원 정도면 되지만 잘 보이게 하고,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비싼 LED를 사용하면 비용이 높아져 1000만 원 이상 들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윤재옥(대구 달서구을) 새누리당 의원과 김관영(전북 군산시, 현 국민의당)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간판비용 등에 1000만 원 이상을 지출했다. 간판비용에 1000만 원 이상 지출한 의원은 모두 5명(이윤석.박대동.류성걸.윤재옥.김관영)이었다. 박창식(비례대표).김정훈(부산 남구갑).노철래(경기 광주시) 새누리당 의원과 이언주(경기 광명시을).김동철(광주 광산구갑, 현 국민의당)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출한 간판비용은 800만 원-9000만 원대였다.

윤재옥 의원은 외부간판 약 855만 원 등 간판 비용으로 약 1305만 원을 지출했다. 그는 간판과 사무실 리모델링 등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에 총 3323만여 원을 써서 지출총액 '3위'를 기록했다.

김관영 의원은 총 약 1128만 원의 간판비용을 지출했는데 여기에는 '사연'이 있었다. 지난 2012년 550만 원을 들여 간판을 교체했던 김 의원은 같은 해 여름 태풍의 피해를 입어 275만 원을 들여 간판을 복구했다. 그러다가 지난 2013과 2014년 약 303만 원을 들여 간판을 다시 교체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새정치민주연합이 창당된 직후인 지난 2014년 3월과 4월 당명 변경 등 간판 수정에 정치자금을 지출한 의원은 안민석(경기 오산시).박혜자(광주 서구갑).송호창(경기 의왕.과천시).오영식(서울 강북구갑).박지원(전남 목포시).서영교(서울 중랑구갑) 의원뿐이었다는 점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석수가 130석이었다는 사실을 헤아리면 124명의 의원들은 간판을 수정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비례대표들이 왜 사무실 인테리어에 수천만 원을...

간판 설치와 사무실 공사 등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에 지출된 정치자금은 총 약 11억4194만 원에 이르렀다. 정당별로는 새누리당 약 6억2253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약 4억8360만 원, 진보정의당 2528만여 원, 통합진보당 1053만 원이었다.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에 가장 많은 정치자금을 지출한 의원은 박창식 의원이었다. 박 의원은 사무실 인테리어와 집기(소파, 파티션, 책상 등) 2750만 원, 간판 설치 946만 원 등 총 약 3810만 원을 지출했다. 방송사(MBC.SBS) 드라마 PD 출신인 박 의원은 김종학 프로덕션 대표와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회장을 지냈고,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그런데 비례대표인 박 의원이 왜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에 수천만 원을 지출했을까?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을 보좌했던 한 관계자는 "박 의원이 새누리당 구리시당협위원장을 맡으면서 당협 사무실을 냈는데 그때 들어간 비용이다"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최근 경기 구리시 새누리당 후보로 공천받았다.

박창식 의원과 비슷한 사례들이 있다. 새누리당 비례대표인 이재영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비례대표인 김기준 의원도 각각 서울 강동을 당협위원장과 양천갑 지역위원장을 맡았다. 이 의원은 2795만여 원, 김 의원은 약 2767만 원을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으로 지출했다. 김 의원은 최근 서울 양천갑 후보 경선에서 탈락했다.

또한 박대동(약 3514만 원).윤재옥(3323만여 원) 새누리당 의원과 이윤석(3295만여 원).이언주(약 3063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000만 원 이상을, 류성걸.홍문표(충남 홍성.예산군) 새누리당 의원과 김윤덕(전북 전주시갑).김현미(경기 고양시 일산 서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은 2000만 원 이상을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으로 썼다.

약 2237만 원의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을 쓴 심 의원은 지난해 2월 지역구 사무실을 옮기면서 업무공간 위주의 기존 사무실을 카페 공간으로 바꾸었다. 이곳에서는 업무공간 외에 차도 마시고, 독서할 수도 있고, 세미나나 강연도 진행할 수 있는 공간이 함께 배치됐다. 이로 인해 19대 국회 기간에 지출한 사무실-인테리어 비용은 더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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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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