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12 10:49최종 업데이트 16.04.14 14:14
정치자금은 '국민의 의혹을 사는 일이 없도록 공명정대하게 운용되어야 한다'(정치자금법 제2조). '정치활동 경비'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19대 국회의원들은 '의혹없이' '공명정대하게' 정치자금을 사용했을까?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중앙선관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해 약 3년치(2012년-2014년) 3만5000여 장, 36만여 건의 '정치자금 수입.지출보고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를 데이터처리한 뒤 59개 항목으로 나누어 '1045억 원'에 이르는 19대 국회의원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집중분석했다. 20대 총선을 앞둔 지금, 이러한 분석내용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편집자말]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디자인]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도 '차담회(茶談會)'라는 말이 널리 쓰이고 있다. 차담회는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모임'을 가리킨다. 과거 '티타임'이나 '간담회', '미팅' 등으로 불리던 용어가 근래에 들어 차담회라는 근사한 말로 바뀐 것이다.



국회의원들은 기자들에게 현안, 정책 등을 설명할 때 차담회를 연다. 물론 언론 인터뷰를 통해 관련내용을 설명하거나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차담회나 인터뷰에 빠지지 않는 것이 '다과(茶菓)', 즉 차와 과자다. 19대 의원들은 이러한 차담회나 인터뷰 등과 관련한 다과 구입('언론-기자다과')에 총 9853만여 원의 정치자금을 썼다. 새누리당은 6638만여 원(294건)을 지출해 3170만 원(119건)을 쓴 새정치민주연합보다 두 배나 많았다(진보정의당 1만1400원). 언론-기자다과에 쓴 비용은 언론관리의 성격도 있다.



7차례 대변인 발탁 이상일 의원, 기자다과에 233만 지출 

'언론-기자다과'에 정치자금을 가장 많이 쓴 의원은 이상일(비례대표)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117건 약 233만 원을 지출했다. 이는 2012년과 2014년에 쓴 것이고, 2013년에는 언론-기자다과에 정치자금을 지출하지는 않았다.


이 의원은 2013년도 예산안, NLL, 검찰개혁, 교육부장관 인사청문회, 국민안심프로젝트, 국회개혁, 농어촌맞춤복지공약, 북한 핵실험, 엄마가산점, 야권 단일화, 순환출자제도개혁, 대통령직 인수위 구성, 정당개혁, 재벌개혁, 정치쇄신안, 재외국민투표 등 대부분 현안이나 정책과 관련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장소는 주로 할리스커피, 스타벅스, 엔제리너스, 폴바셋, 파스쿠찌 등 커피 전문점이었다.

이 의원이 이렇게 언론-기자다과에 정치자금을 많이 지출한 데는 '대변인'이라는 당직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중앙일보> 정치부장과 워싱턴 특파원, 논설위원을 지낸 그는 최근 20대 총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에 임명되면서 총 7번이나 대변인에 발탁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의원은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한 이후 '제19대 총선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대변인→당 대변인→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경선 박근혜 국민행복캠프 대변인→당 대변인→당 대변인 겸 제18대 대선 중앙선대위 대변인→당 대변인'을 거쳤다. 기자출신인데다가 여러 번 대변인을 맡아서 기자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기 때문에 언론-기자다과비 지출도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강후.오영식 의원도 기자다과에 100만 원 이상 지출

언론-기자다과에 100만 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지출한 의원은 딱 세 명뿐이었다. 이상일.이강후(강원 원주시을, 140만 원) 새누리당 의원과 오영식(서울 강북구갑, 105만여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다. 박대출(경남 진주시갑).유승민(대구 동구을).김장실(비례대표).서상기(대구 북구을) 새누리당 의원과 최재천(서울 성동구갑).김영환(경기 안산시 상록구을).김관영(전북 군산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30만 원대를 언론-기자다과에 썼다.

새누리당에서 통일위원장(현재) 정도를 빼면 당직을 거의 맡지 않았던 이강후 의원이 140만 원이나 언론-기자다과에 썼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의원은 엔제리너스 단구점, 카페베네 치악산점, 파스쿠찌 원주개운점 등 지역구(원주시)에서 기자들을 많이 만났다. 산업자원부 출신인 그는 대한석탄공사 사장을 지냈고, 19대 국회에 입성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평창동계스페셜올림픽 조직위원을 맡고 있다.

104만여 원을 언론-기자다과에 쓴 오영식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국회 산업통상자원위 간사와 서울시당위원장을 지냈다. 오 의원은 기자간담회와 기자미팅 등에 언론-기자다과비를 썼다. 앞서 언급한 이강후 의원과 오 의원은 이상일 의원과는 다르게 기자간담회나 기자미팅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재하지 않았다.

<서울신문> 정치부장과 논설위원을 지낸 박대출 의원은 언론-기자다과에 약 36만 원을 썼다. 박 의원은 지난 2014년 12월 미스터피자 여의도점과 네네치킨에서 24만3300원어치의 피자와 11만5000원어치의 치킨을 샀다. 명목은 '기자간담회 다과'였다. 당시 대변인이었던 박 의원이 새누리당 대선승리 2주년을 맞아 기자실에 피자와 치킨을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

박 의원은 지난 2014년 1월 함진규 의원과 함께 새누리당 대변인에 임명됐다. 당시 민현주 대변인이 유임되면서 새누리당은 '민현주-박대출-함진규' 세 대변인 체제가 됐다.

지방지와 인터넷기자단을 챙긴 의원은?

각 정당은 출입기자들을 중앙지와 지방지, 방송사, 종합편성채널(종편), 인터넷언론 등으로 나누어 관리한다. 매체 영향력 때문에 전통적으로는 중앙지와 방송사 기자들을 많이 챙겼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언론과 종편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일부 의원들은 지방지나 인터넷기자단을 별도로 만나기도 했다.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과 김관영.김영환.배재정(비례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방지 기자단이나 지방지 기자들과 만났다. 지난 2012년 대선출마를 선언했던 김영환 의원은 전남과 전북 기자단 간담회를 따로 열었고, 20대 총선 부산 출마를 준비하고 있던 배재정 의원은 친정인 <부산일보> 기자들과의 차담회를 세 차례나 열었다(2014년). 

인터넷기자단이나 인터넷언론 기자와의 간담회를 연 의원은 손인춘(비례대표).김장실.김영환 의원이었다. 특히 여군출신인 손인춘 의원은 인터넷기자단과의 간담회를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과 그랜드하얏트서울 호텔에서 두 차례 열었다(2012년과 2013년). 김장실 의원은 보수성향 인터넷언론인 <데일리안> 기자와 만났다.

김일성종합대를 나온 조명철 의원은 일본 교도통신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언론-기자다과비를 지출했다. 개신교 신자인 김장실 의원은 불교방송 기자와 두차례, <밀교신문> 기자와 한 차례 만나 눈길을 끌었다. MBC 기자.앵커출신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담쟁이 기획단 발족'과 관련해 촬영기자들을 챙겼다. 박 의원은 문재인 대선후보의 대선기획단이었던 담쟁이 기획단의 기획위원을 맡았다. 

서상기 의원은 지난 2014년 7월 KBS TV 예능프로그램 중 하나인 '우리동네 예체능' 제작진과 만났다. 국민생활체육회 회장을 맡았던 서 의원은 지난 2013년 8월 '우리동네 예체능' 제작진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바 있다. 방송 이후 탁구와 볼링 동호인이 크게 증가해 전국탁구연합회과 전국볼링연합회에서 감사패를 준비한 것이다. 서 의원은 앞서 같은 해 2월과 3월에는 각각 체육언론인회와 KBS 스포츠부 기자들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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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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