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4.06 10:44최종 업데이트 16.04.08 17:01

18일 대법원의 무죄취지 파기환송으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벗은 박지원 무소속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 남소연


[자료분석] 이종호 기자
[개발-그래픽] 황장연 고정미 박종현 박준규
[취재-글] 구영식 김도균 유성애 기자(탐사보도팀)



'안녕하세요, 박OO입니다. 주민 여러분과 자주 만날 수 있도록 더 열심히 뛰겠습니다.'
'OO구민 여러분, 청년 정치 복원을 위해 현장을 누비겠습니다. 국회의원 장OO 올림.'



선거철이 되면 유권자들 휴대전화로 홍보 문자가 수시로 날아든다. 국회의원들이 본인의 의정활동이나 지역구 출마 소식을 알리는 게 주된 목적이다. 19대 국회의원들이 지난 2012년 5월~2014년 12월까지 32개월간 이런 식의 홍보용 문자비로 쓴 정치자금은 총 33억6511만 원에 달했다.

이를 문자 개수로 환산해보면 어떻게 될까? 국회의원들이 애용하는 대량문자서비스 업체 '뿌리오'의 경우, 선거 관련 단문은 12원, 장문은 33원을 받는다(대량발송 시 추가 할인). 비용을 먼저 충전한 뒤 문자를 보낼 때마다 금액이 소진되는 식이며, 선거문자일 경우 별도로 할인된다.

건당 30원으로 계산해봤을 때, 33억이 넘는 비용으로 보낸 문자는 총 1억 1217만여 건. 19대 총선 당시 유권자 수(지역구)인 4018만 1623명이, 한 명당 선거문자를 약 3건씩 받은 셈이었다.



정치자금으로 문자비를 지출한 19대 국회의원들은 모두 259명으로, 평균액은 1299만 원이었다. 대다수 의원이 홍보용 문자를 보낸 것이다. 정당별로 보면 새누리당이 15억829만 원(135명 의원 사용), 새정치민주연합이 18억4만 원(115명 의원 사용)이었다.



문자 애용한 '새정치' 의원들... 지출 1~5위 중 4명이 새정치 의원

문자비 지출 총액 1~5위 중 4명이 모두 새정치연합 의원(박지원·유성엽·박완주·김동철)이었다. 특히 문자를 가장 많이 보낸 '엄지왕'은 박지원(전남 목포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으로, 총 1억4138만여 원을 문자비로 지출했다.

2위는 같은 당 유성엽(전북 정읍시) 의원으로 1억2871만 원을, 3위는 1억1383만 원을 쓴 강길부(울산시 울주군) 새누리당 의원이 차지했다.

당시 박지원 의원은 새정치연합 당 대표 후보로 출마했으나 문재인 의원에 아깝게 졌고, 유성엽 의원은 전북도지사 경선에, 강길부 새누리당 의원은 울산시장 선거에 출마했다.

지출액 4위에 오른 박완주(충남 천안시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당내선거 등에 출마하지는 않았지만 총 9820만 원을 홍보용 문자비로 썼다. 박 의원은 특히 매달 많게는 3~4건씩 보통 100만 원 안팎의 문자비를 충전했으며, 지난 2013년 12월 26일에는 정치자금 800만 원을 '의정활동 홍보비(문자 충전비)'로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1일 지출 최고액은 신경민(서울 영등포구을) 새정치연합 의원이었다. 신 의원은 2013년 5월 29일, '음성메시지 발송(최고위원선거)', '문자발송비(최고위원선거)'이라며 총 2건에 4516만여 원을 지출했다. 신 의원은 앞서 5월 4일 민주당 최고위원으로 선출됐는데, 관련해 의원실 보좌관은 "홍보 문자를 먼저 보낸 뒤 계산을 나중에 한 것"이라며 "최고위원 선거는 전국 선거라 문자비가 많이 든다"고 해명했다.

대선 직전 문자비 급증한 새누리당... 새정치는 당내 선거 집중

정당별로 나눠 봤을 때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1분기 지방 선거 경선을 앞두고 가장 많은 문자 비용을 정치자금으로 지출했다. 또 지방 선거가 열렸던 지난 2014년 2분기, 송년 문자를 보내는 매해 4분기 문자비 지출이 급증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은 당내 선거가 있던 지난 2013년 2분기와 연말인 2014년 4분기에 문자비 지출이 높았다.

정당별 관심 사안도 달라 보인다. 18대 대통령 선거가 있던 2012년 4분기를 보면, 새누리당 비용 지출(1억2495만여 원)이 새정치민주연합(1억1129만여 원)보다 많았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있던 2014년 2분기에는 수치가 뒤바뀌어, 새정치민주연합 비용 지출(2억1555만여 원)이 새누리당(1억8415만여 원)보다 더 많았다.

정치자금으로 쓴 홍보 문자비만 놓고 보면 대선에 집중한 건 새누리당이었다. 대선 '투표 독려'라며 문자비를 쓴 의원은 윤재옥(250만 원)·김태원(130만 원)·강석훈(150만 원) 새누리당 의원이었다.

'투표 독려'라는 상세 내역은 없었지만, 새누리당은 대선 직전인 12월 17일~19일에도 22명 의원이 총 2480만 원 문자비를 정치자금으로 충전했다. 강길부·강석훈·경대수·김도읍·김상훈·김태원·김한표·김희정·박덕흠·박성호·박성효·윤재옥·이강후·이우현·이장우·이종진·이종훈·이헌승·조원진·조해진·주영순·홍일표 의원 등이 '박근혜 홍보전사'로 나선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새정치민주연합은 지출 인원에서 새누리당보다 4명 더 많았지만 액수는 새누리당의 절반 수준인 1263만 원에 그쳤다. 26명 의원(김관영·노웅래·문병호·문희상·박기춘·박남춘·박민수·박지원·박홍근·배기운·안규백·오영식·유성엽·윤관석·윤호중·이미경·이상민·이상직·이언주·임내현·전해철·정호준·추미애·한정애·홍익표·황주홍) 가운데 '투표 독려'라고 기재한 것은 배기운(전남 나주시.화순군) 의원뿐(20만4500원)이었다.

2년 뒤인 2014년 6월 4일, 지방선거 직전 투표 독려 문자를 보낸 의원은 이노근(서울 노원구갑, 54만 원).이이재(강원 동해.삼척시, 84만 3000원).권성동(강원 강릉시, 40만 원) 새누리당 의원과 이종걸(경기 안양시 만안구, 150만 원).서영교(서울 중랑구갑, 200만 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이었다.

또 친박(친박근혜) 의원인 김태흠(충남 보령시.서천군)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2012년 11월 26~27일 '대통령 후보자 방문 문자 메시지'에 정치자금 200만 원, 28일 '대통령 후보자 연설 감사' 관련 100만 원을 썼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공식 선거 운동 첫날인 11월 27일 유세를 위해 충남 공주시, 보령시 등을 방문했다(관련 기사: 읍소·비방·당근 동원한 박근혜의 전북 공략).

조원진 의원, 경선 앞두고 문자비 썼다 떨어지자 환급받아

정책이나 지역 현안과 관련한 본인 활동을 문자로 홍보한 의원들도 있다. 김태흠 의원은 본인이 추진하던 '상향선 복선화'에 99만 원을, 이종걸 의원은 '일본 평화헌법 수정 저지'에 93만여 원을, 정병국(경기 여주시.양평.가평군) 새누리당 의원은 '가평 뮤직 빌리지 사업건'으로 문자비 146만 원을 썼다.

특히 이종걸 의원은 지난 2014년 3월 '정부의 불법 대선 개입 진상규명 관련'에 23만 원 가량의 문자비를 썼고, 정우택(충북 청주시 상당구)·김희정(부산 연제구)·조해진(경남 밀양시창녕군) 새누리당 의원은 문자('방송 출연 알림' 등)를 통해 본인들 방송 출연 일시를 홍보했다.

한편 조원진(대구 달서구병) 새누리당 의원은 대구시장 출마를 준비하던 지난 2014년 3월 13일~4월 7일 '전화기·문자비용 선입금' 명목으로 7100만 원을 지출했으나, 이후 4월 25일 156만 원, 5월 12일 2062만 원을 환급받아 다시 입금했다. 조 의원은 앞서 4월 29일 열린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경선에서 권영진(현 대구시장) 후보에게 패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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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국회의원 정치자금 공개(2012-2022)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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