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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 민심은 선거 풍향계이다. 어르신들은 총선을 묻는 질문에 대선 이야기를 많이 한다.
▲ 민심취재1 어르신들 민심은 선거 풍향계이다. 어르신들은 총선을 묻는 질문에 대선 이야기를 많이 한다.
ⓒ 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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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은 안철수고 노란 색은 어디여? 당도 많고, 2번만 많이 보여. 저기가 주대준이다. 며칠이 선거래? (선거가) 얼마 안 남아 저래 다니는 거야. 노란 게 진보당인 줄 알았지."

4월 5일 식목일. 경기도 광명시 하안동 시민체육관 봄볕이 마냥 따뜻하다. 7명의 어르신들이 체육관 벤치에 앉아 봄볕을 쬔다. 새누리당 주대준 후보 선거운동원이 마침 앞을 지나간다. 어르신들이 선거로 대화를 나눈다. 칠순, 팔순 어르신들이다. 벤치 근처에 많이 모일 때는 20여 분이 모인다고 한다. 어르신들의 담소터이다.

"투표하실 건가요?" "기어서라도 가야지. 업고서도 간다고 하는데... 죽을 때까지 찍어야지..." 

대한민국 어르신들의 주권 행사는 젊은 유권자들이 배워야 할 부분이다. 투표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한다는 것을 믿는다면, 어르신들의 투표 참여 태도는 귀감이다. 기어서라도 가겠다는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감동 같은 무엇이다. 어르신들의 보수적인 투표행태를 탓할 것이 아니다. 어르신들과 끊임없이 대화하고 교감하려는 젊은 세대들의 노력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거에 나오는 후보들은 어르신들의 투표참여 열정을 십분 고려한다. 어르신들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애를 쓴다. 경로당을 찾아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춘다. 경로당 잔칫날이면 손을 꼭 잡아 드리고 안아 드린다. "어머님, 아버님"하며, 살갑게 호칭도 한다.

이런 일을 게을리 하는 후보들이라면, 당선권과는 먼 후보들이다. 그만큼 투표 참여율이 높은 어르신들의 여론, 민심은 중요하다. 투표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 표이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가 어르신들에게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어르신들은 주로 종편에서 선거 정보를 얻고, 여론을 형성한다. 이번에 만난 어르신들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정치권에 대한 평가는 인색했다.

"돌아서면 남이여. 선거 때처럼만 하면 되는데....(화장실) 들고 나고 같아야 하는데....."

많은 유권자들이 정치인들에게 이렇게 평을 하는 것은 흔한 현실이다. 정치에 냉담한 것이 상식처럼 떠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통령으로 화제가 옮아간다.

"박근혜 대통령이 잘해. 여자가 잘해. 여자치고 그 정도면 잘하는 거지. 아버지 닮아 잘해. 앞으로 더 했으면... 여자라고 깔보는 것 같아. 해외 가서 야무지게 잘 하는 거 봐..."

'이언주, 잘한다 소문났어'...'박근혜 대통령이 잘 해'

"여기 국회의원(이언주, 더불어 민주당)이 같은 여자인데요. 4년 의정활동 했으니 평가는 어떤가요?

"이언주, 잘한다고 소문났어. 여자라고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야." 또 다른 어르신. "뭘 잘해. 중간이지...."

평이 갈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도 "잘 한다는 것은 끝나봐야 하는 거지" 라며 여지를 두는 어르신도 있다.

"지하철 이야기도 하나요?"
"둘레길 걷는데 지하철이 됐다고 하기도 하고, 안 됐다고 하기도 해. 집값만 올려놨다고도 하고. 중간은 됐다고 해. 나이 많아 나는 탈 일이 있을까." 다른 어르신이 보탠다. "그런 소리 말어... 탈 수 있어..."

기초연금에 대해서도 정치권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차등 없이 2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고 있다고 야당은 비판하고 있다. 어르신들은 어떨까.

"기초연금 9만5천원에서 20만원을 지급해. 기초연금 떨어지지만 않으면 돼. 풍족해서 주는 것이면 모르지만, 한도 끝도 없는 것이고. 자손들에게 부담주기 싫어."

국가로부터 당연하게 받아야 할 권리라고 인식하기보다는 온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전보다 많이 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차등 없는 20만 원 지급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도 바닥 민심은 다르게 파악될 수도 있는 것이다. 

자리를 이동해, 홀로 벤치에 나와 앉아 있는 또 다른 어르신을 만났다. 광명에 이사 온 지 10여 년 정도 된 팔순 어르신이다. 하안7단지에 거주하고 있다. 연세에도 불구하고 또박또박 말을 이어간다.

"투표하실 건가요?" "뽑아나도 싸움질만 하고 도둑질만 한다. 이 나라가 어찌될지..."하며 투표를 할지 말지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한다. 앞서 어르신들의 강한 투표참여 의지와는 달랐다. 박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달랐다. "박 대통령은 자존심만 강해. 자식이 있나? 뭐가 있나? 남동생, 여동생이 있기는 하지만... 대한민국 똑바로 해놓은 사람이 있냐 이거야. 도둑질하고 자기 자식이나 챙기고." 역대 대통령들에 대한 평이다.

다소 비판적 입장을 세우는 모습에 고향이 어딘지 여쭈었다. 전남 해남 출신으로 광명에 오기 전까지 해남에 거주했다. 젊은 시절 군에서 15년 생활도 했다. 최근 야권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간다.

"문재인이 버려놨어. 다음 기회가 있는데, 제 때 물러났어야 했는데. 전라도에서 안아 주지 않아. 노무현 대통령 만들 때 어땠나. 노무현 만든 (전라도) 공을 알아야지. 더 잘해야 야당을 알아주지. 야당이 뭘 했나. 한 게 있어야지."

해남 출신 어르신, "문재인이 버려놨어"

이어 안철수에 대해서도 말을 잇는다.

"안철수 안쓰럽다. 안철수 두고 대화해야 하는데, 못하게 하니까. 그 사람도 오기가 있는데... 마음 돌리겠나. 그 전에 (문재인이) 양보했어야... 이제 와서 안철수에게 책임을 돌리려고 하면 표 더 떨어져. 어쨌든 정권교체하려면 뭉쳐야 돼. 김무성 봐. 싸우다가도 웃지 않나. 그 속이야 어떤지 몰라도. (대선에서) 새누리가 승리할 거야. 총선도 어려울 것이고. 민주당과 국민당 통합 어려울 거야. 통합하려면 거리만 두고 감정을 두면 안 되는데..."

안타까움이 배인 어르신의 조언이다.

어르신들의 총선 민심을 보니, 총선의 흐름이 보인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 총선 민심 어르신들의 총선 민심을 보니, 총선의 흐름이 보인다. 선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 강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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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육십 전후로 보이는데, 칠순 어르신들이라고 한다. 젊게 옷을 입었고, 그만큼 에너지도 넘쳤다. 보통 선거 이야기를 하면 말을 돌리거나 모호한 어법을 쓰는데, 이번에 만난 어르신은 정공법이다.

새누리당 지지자라고 대놓고 말한다.

"죽으나 사나 1번만 찍었어. 젊은 사람들은 바꿔야 한다고 하는데 박근혜가 잘하는 거야. 하던 당이 했으면 좋겠어. 누가 돼도 상관은 없지만 젊은 애들이 걱정이기는 해. 문재인, 김무성이 되겠어. 반기문이 왔으면 좋겠어. 더민주당보다는 안철수가 나아. 김종인 싫어. 대통령 존중해야지. 김종인 바지사장 아닌가. 문재인은 좌파다. 말 주변도 없고. 해외 가서 박근혜만큼 하겠어."

현역 의원에 대한 평가도 질문했다.

"여기(광명시)는 야당이 많아. 여론조사도 꼭 응해. 이언주는 얄밉고 박근혜는 안 됐고 불쌍해."

총선 질문에 대선 이야기를 주로 한다. 야당이 센 지역이지만, 새누리당에 대한 충성도를 보인다.

"채널 19번(TV조선)만 봐. 우리는 새빨간 여당이야. '토마토 여당'이지."

명쾌한 답변에 질문자가 당혹스럽기도 했다.

새누리당 지지 어르신, "우리는 채널 19번만 봐"

이번엔 세 명의 남자 어르신들이 담소를 나누는 곳으로 이동했다. 역시 칠순 어르신들이다. 답변을 주도하는 어르신은 오랫동안 신문 배송하는 일을 했다고 한다. 하안5단지 주민이다. 연세에도 불구하고 지역 정보에 밝다. 데이터도 또박또박 인용한다.

현역 의원에 대해 평가를 부탁했다.

"이언주 똑똑하다. 일 많이 했다. 어언주 밖에 모른다. 이언주 찍을 거다. 이곳에는 호남과 충청도가 많다. 어지간하면 이언주가 된다. 그 전에 전재희가 엄청 잘해 몇 번 한 거다."

광명 지하철 유치 건에 대해서도 소상하게 알고 있다.

"지하철 케이티엑스로 갈 것이다. 구로차량기지 온다. 노온사로 연결된다. 정부에서는 1조 3천억을 제시했는데, 시는 1조 7천억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로차량기지 대가다."

신문도 보고, 광명시에서 들었다며 수치까지 제시한다. 그러면서도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다. "국회의원 100명은 줄여야 해. 일을 해야지."

어르신들의 민심은 선거 여론의 풍향계이다. 대부분 투표에 참여하니, 실효성이 높은 풍향계이다.

덧붙이는 글 | 광명시민신문에도 게재됩니다.



태그:#총선 민심, #광명을, #이언주,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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