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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있었던 20대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아래 더민주)이 123석을 얻어 원내 제1당이 되었다. 총선의 주요 관심사 중 하나는 '누가 1당이 될 것인지'가 아니라 '과연 새누리당이 몇 석을 얻을 것인지'였다. 새누리당의 원내 1당은 당연하고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하게 하는 180석도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럼에도 꾸준히 새누리당 과반 붕괴 가능성을 예측한 사람이 있다. 바로 MBC 해직기자이기도 한 이용마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 연구원이다. 그는 총선 이전부터 SNS를 통해 "야당에 표가 결집하는 현상은 분명한 추세"라며 "야권 전체가 130~155석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지난 19일 신사역의 한 커피숍에서 이 선임 연구원을 만나 총선 결과와 향후 정치 전망에 관해 들어 보았다. 다음은 이 선임 연구원과 나눈 일문일답.

더민주·국민의당 어부지리... 자만할 상황 아냐

이용마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이용마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 선임연구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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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0대 총선에서 더민주가 123석을 얻어 원내 1당이 되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세요?
"당연한 결과라고 봐요. 이명박·박근혜 정권 8년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양극화가 심각해지고, 민생이 파탄 난 상태거든요.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고 남북 간의 긴장만 고조시키는 등 민생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추진했어요.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은 너무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더민주가 너무 좋아해서도 안 된다고 봐요. 더민주가 1당이 된 것은 그들이 잘해서라기보다 새누리당 심판에 대한 어부지리라고 생각해요. 단적인 예가 국민의당의 선전이거든요. 더민주가 독자적으로 과반을 얻는 데 실패를 했고, 국민의당이 38석으로 3당이 되었어요. 거대 양당을 싫어하는 국민이 그만큼 많다는 걸 보여준다고 봐요.

그 사람들이 이번에 국민의당을 선택했고, '수도권에서는 될 사람 밀어주자'는 차원에서 더민주를 뽑은 거예죠. 사실상 후보 단일화를 시켜준 거죠. 반사 이익을 얻은 것이 크다고 봐요. 국민의당 역시 외형상으론 성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자만할 상황은 아닙니다."

-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의 표를 가져와서 더민주가 이길 수 있었다는 분석도 있어요.
"어느 정도 동의해요. '새누리당에 실망했지만 그래도 더민주는 싫다'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거든요. 그런 사람에게 새누리당을 이탈할 수 있도록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동의하죠. 전반적으론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라는 여론이 강했던 것이고, 새누리 지지층의 일탈에 국민의당이 기여한 측면도 있는 거지요."

-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한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런 선거 결과가 나오면 항상 절묘하다는 평가가 많죠. 이번에도 마찬가지인데요. 어느 당도 과반이 안 됐고 어느 당끼리 합해도 180석을 못 넘겨요. 더민주와 새누리가 연합할 때만 유일하게 넘길 수 있지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과반인) 150석이 아니라 180석을 넘기느냐가 중요해졌어요.

그런 점에선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를 못 쥐었다고 할 수도 있어요. 캐스팅보트로서의 국민의당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거죠. 새누리당이나 더민주 중 하나가 반대하면 법안을 통과시킬 수 없거든요. 결국 3당 간의 합의, 특히 새누리당과 더민주의 합의를 끌어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요. 국회가 싸우는 대신 합의를 하게 된 것은 잘된 일이에요. 하지만 전반적으로 국회가 우경화된 거 같습니다.

더민주에 김종인 비대위 대표체제가 들어서면서 소위 '친노 운동권'으로 불리는 사람들을 공천 과정에서 쳐냈고 당내 비주류가 늘어났어요. 그리고 비주류 중에 탈당해서 국민의당을 만든 사람들은 세가 훨씬 불어났고요.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이념적으로 우파인 건 분명하잖아요. 그래서 전반적으로 20대 국회는 19대에 비하면 보수화된 경향이 있어요. 국회가 우리 사회의 보수화를 강화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론 우려스러워요."

- 언론은 새누리당이 과반은 물론 180석도 가능할 것으로 보았지만, 이 연구원은 줄곧 '새누리당 180석은 어림도 없고 야당이 150석을 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하셨어요.
"수도권이 전체 122석인데 여기서 야당이 반타작만 해도 전국에서 140석 정도를 차지해요. 2012년에는 서울에서 야당이 3분의 2 정도를 차지했지요. 게다가 이번엔 영남의 분위기가 좋았어요. 그런 걸 고려하면 야당이 충분히 150석 될 것으로 봤거든요.

물론 여론조사 결과는 야당에 안 좋았죠. 응답률이 얼마고, 조사 대상에 휴대전화 이용자를 넣었는지 아닌지에 따라서 결과가 다르게 나오는 걸 봐서 여론조사는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새누리 180석은 어렵다'는 말을 계속 주장할 수 있던 거예요.

또 이번 선거는 쟁점이 없는 선거였어요. 정부가 초반에 한미 합작 북풍 몰이를 했는데 선거 한 달 전부터 소멸했거든요. 북풍이 우리 선거에 영향을 미칠만한 소재가 못 된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된 거죠. 북풍이 소멸하면서 여야의 공천갈등을 제외하면 선거 이슈가 사라져버렸어요. 이번처럼 조용한 선거가 없었지요. 사람들이 평소 느낀 대로 평가할 수밖에 없었단 거예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한 뒤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악수하는 문재인-김종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2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4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선언한 뒤 김종인 비대위원장 겸 선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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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론적인 얘기일지 모르지만, 더민주의 공천 파동이 없었다면 과반도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분적으로는 당연히 그럴 수 있었을 것이라고 봐요. 이번 선거는 기본적으로 야당 분위기가 굉장히 좋았어요. 비주류 일부가 탈당해서 국민의당을 만들었잖아요. 그런에도 더민주 지지율은 올라갔어요. 비주류 탈당으로 당내 분란의 소지가 사라졌잖아요. 거기에 문재인 전 대표가 새로운 인사를 영입하면서 점수를 계속 땄지요.

지지율을 까먹기 시작한 건 갑작스러운 필리버스터 중단과 공천 파동 때문이에요. 김종인 대표는 더민주가 1당이 되었다고 으스댈 이유가 하나도 없어요. 김 대표 영입까지는 좋았는데, 그가 전권을 장악한 후에 오히려 (더민주) 지지율이 떨어졌거든요. 그래서 더민주가 더 많은 의석을 못 얻은 측면도 있다고 봐요.

더민주는 호남에서 많은 의석을 잃었어요. 일각에서는 이것 때문에 문재인 전 대표에게 책임을 돌리는데, 그럴 문제인지 모르겠어요. 이미 호남 지지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에서 문 의원이 호남을 찾아간 거잖아요. 그리고 김종인 대표가 전권을 장악한 이후 일으킨 파동에 따른 책임이 없느냐, 그건 아니라고 보거든요. 그런 점에서 아쉬운 측면은 분명히 있죠."

- 김종인 대표의 차기 당 대표 추대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세요?
"당 대표 합의 추대 논란은 김 대표의 언론 플레이 결과라고 봐요. 원래 '비례대표에 욕심이 없다'고 했잖아요. 그러다가 자신을 비례대표 2번에 끼워놓았죠. 하지만 방금 얘기한 대로 이번 선거결과를 놓고 김 대표가 으스댈 상황은 전혀 아니라고 봅니다. '노욕'이란 비난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도 당을 독선적으로 운영했는데, 당내 반발이 많을 겁니다.

다만 문재인 의원과 김종인 대표는 좋으나 싫으나 패키지가 된 측면이 있습니다. 문 의원은 (호남이 지지 거두면 정계 은퇴한다는) '호남 발언'을 돌파해야 하는데 김종인 대표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김 대표가 그냥 넘어가자고 하면 당내 비주류, 소위 신주류들은 입을 닫을 거예요. 김종인 대표 역시 당에서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있으려고 하는 성정이 못 돼요. 대표를 하려면 문 의원의 동의가 필요하죠. 합의추대에 대한 시시비비를 떠나 이런 역학관계도 작용할 것이라고 봅니다."

"국민의당, 새누리당 일부와 이해 맞으면 통합 가능성도"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원유철 "민생 법안 처리를 위한 회의의 장 마련하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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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선 참패로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가 사퇴하고 비대위를 구성했는데.
"김무성 대표 사퇴는 예견된 것이었고, 비대위라는 게 차기 전당대회를 준비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죠. 지금 새누리당은 할 수 있는 일이 없잖아요. 차기 대권 주자들도 이번 선거를 통해 사라졌어요. 새누리당의 구심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보이지 않아요. 지금 새누리당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사람이 없는 거죠. 그런 점에서 새누리당은 당분간 굉장히 힘든 시기를 겪을 것이라고 봐요."

- 지난 18일 박근혜 대통령이 총선을 언급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상대로예요. 박 대통령의 성정 자체가 자신의 심기에 거슬리는 일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아요. 그러다 보니 이번 선거에 패했다고 해도 지금까지 국정운영 스타일이나 방향을 바꾸기 쉽지 않을 거예요.

18일 박 대통령 발언은 지금까지 국정운영 한 대로 계속 밀고 가겠다는 거죠. 민심을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면 개각을 하든지 정책을 사과하든지 해야 하는데 아무것도 없어요. 이대로 가겠다는 의중을 표현한 것이죠.

앞으로 선거법 위반 수사를 비롯한 검찰이나 국정원 등 권력기관을 동원해서 지속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사정 정국 등을 일으키면서 국회나 야당을 압박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국정을 끌고 가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과거 인터뷰에서 국민의당이 새누리당을 대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잖아요. 지금도 유효한가요?
"가능성이 조금 더 커졌지요. 지금은 정치변동의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어요. 새누리당은 지금 리더십 부재 상태거든요. 그 상태에서 당내 친박과 비박이 다툼을 벌이다 보면 분열 가능성이 상존하게 됩니다.

내년 대선까지 패한다고 생각해보세요. 새누리당은 이념보다 이권과 권력에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경우 새누리당 일부와 국민의당의 이해가 맞아떨어질 수 있죠. 통합 가능성까지도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되면 대선 후보를 내지 못하는 더민주의 소위 '신주류'는 어떻게 할까요? 정치변동 가능성이 정말 큰 상황입니다."

"소선거구제, 국민의사와 맞지 않다는 것 확인"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4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가 4월 20일 오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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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은 지역구에서 노회찬, 심상정 후보만 당선하고 정당득표율도 낮았어요.
"정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실패했고, 위기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신 3당 체제에서 정의당이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존재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어요. 새로운 출구를 모색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진보정당이 가장 잘 나가던 때가 17대 국회였거든요. 그때 (민주노동당이) 10석이었지만 제3당이었어요. 참여정부라 언론환경도 상당히 좋았지요. 민주노동당의 활약이 많이 보도되어 국민에게 좋은 인식을 심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4당 구도인 데다 언론환경도 좋지 않습니다. 주류언론이 정의당을 철저히 외면할 가능성이 커요. 정의당은 새로 출발한다는 각오로 원점부터 모든 걸 다시 검토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 20대 국회의 최우선 과제는 뭘까요?
"20대 국회는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일단 세월호 특별법도 개정해야 하고 언론 관련법도 바꿔야 합니다. 그래서 새누리 정권 8년 동안 우리 사회를 굉장히 왜곡하고 어렵게 만든 악법들을 정비해야 할 중요한 사명이 있어요. 그런데 야당에 그럴 의지나 능력이 있을지 우려스럽습니다."

- 선거법상 선거 운동 기간이 14일이잖아요. 너무 짧다는 생각도 들어요. 선거 유세 등을 통해 후보를 제대로 알아야 하는데 어려워요.
"선거법은 가장 먼저 개정해야 할 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선거가 끝난 지금 개정하는 게 맞다고 봐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주장하는 결선투표제도 필요합니다. 또 소선거구제는 국민 의사와 맞지 않는다는 게 이번 3당 체제를 통해서 확인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거대 양당 이외에 제3당을 갈망하는 유권자층은 항상 존재했어요. 그런데 소선거구제라 유지될 수가 없어요.

바로 그 점에서 소선거구제를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해요. 국민의 민심이 의석비율에 제대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이외에도 선거운동 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죠. 선거운동 기간을 짧게 해놓은 건 거대양당이 신규 정당의 진입을 못 하게 막는 장치예요. 소선거구제에서는 국민의당도 내년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이 패하는 순간 사라질 수 있어요."


태그:#이용마, #총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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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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