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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는 흔히 양적으로 방대한 것을 말할 때 '바닷가의 모래알'로 얘기되곤 한다. 그만큼 너무 흔해서 가치 있게 여겨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예술로 거듭났다. 도처에 널린 모래는 꽃이 되기도, 사람이 되기도, 하늘이 되기도 한다. 작은 모래 알갱이에 생명을 불어넣은, 유리판 위의 조물주 샌드아티스트 하랑을 만나보자. - 기자 말

샌드아티스트 하랑.
 샌드아티스트 하랑.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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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어떤 방식으로 샌드아트를 작업하고 계신가요?
"저는 현장에서 라이브로 샌드아트 공연을 하거나 기업이나 공기관에서 의뢰가 들어오면 그에 맞는 영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클라이언트가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담고 싶다' 하면 이야기에 맞춰 그림을 구성해요. 원래는 애니메이션을 전공했고 졸업해서 디자인 회사 다니다 우연히 샌드아트 쪽을 경험하고 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일을 한 지는 꽉 채워서 5년 정도 됐습니다."

- 샌드아트에 대해 소개 바랍니다.
"모래하고 빛을 이용해 스토리를 그림으로 보여주는 애니메이션이에요. 보통 애니메이션은 한 장면 한 장면 다 제작을 하잖아요. 이거는 깨끗이 지우고 나서 넘어가는 게 아니라 서서히 변형시켜서 사람들이 좋아하더라고요. 과정이 다 담겨 있으니까... 그게 특징인 것 같아요. 조금 더 자유롭다고 해야 하나?"

- 창의적인 일인데 스트레스는 받지 않나요?
"스트레스 많이 있어요. 평소에도 계속 생각하고 있거든요. 회사 다니면 몇 시까지 일을 하고 퇴근하면 자유롭잖아요. 이건 계속 연결이 되니까... 그것 말고는 편한 것도 있죠."

- 상상력을 얻는 노하우가 있나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혼자만의 상상력을 사람들에게 그냥 보여준다고 해서 좋은 상상력이 되는 건 아니라고요. 좋은 상상력의 핵심은 감동이거든요. 평소 메모를 하든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거나 아님 멍하게 있거나 잠을 푹 잡니다. 너무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 안 나오더라고요. 잠이 좋은 것 같아요."

- 어렸을 때 모래에 관한 기억이 있나요?
"어릴 때는 동네 포장이 안 돼 있으니까 흙이 많고 공사하는 데 모래 많이 쌓아놓거든요. 요즘에는 접근하는 게 쉽지 않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동네 집 공사하면 거기가 그냥 놀이터예요. 모래 있고, 벽돌 있고..."

작가 하랑의 작업실.
 작가 하랑의 작업실.
ⓒ 남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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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 쪽으로 일을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있으세요?
"이런 걸 주위에서 하는 걸 본 적도 없고, 어렸을 때 위인전에 나오는 화가들 보면 한결같이 너무 불행한 거예요. 나는 저렇게 불행해지기 싫어... 소질은 있는데 그래서 그림을 아예 안 했어요.

어릴 때는 소심하고, 상처 많이 받고, 싸우면 맞고... 그게 너무 싫었거든요. 마음이 약한 거죠. 나중에 나는 왜 이럴까 생각을 해보니까 아까 얘기했듯 상상력이나 감성을 표현하는 데는 그런 성격이 맞더라고요. 그런 성격을 타고난 게 예술하는 저한테는 아주 좋은 기회였죠."

- 바닷가나 놀이터 가면 모래 많잖아요. 보통 사람들과 하랑님이 보는 모래는 다를까요?
"예전에는 바닷가 가잖아요. 사실 모래보다 물을 더 보고 싶잖아요. 사실 모래는 신발에 흙 들어가고 해서 안 좋아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바닷가 가면 모래 질감을 먼저 보고, 부드러우면 모래를 병에 담아와요."

- 어디 바다 모래가 가장 좋던가요?
"제가 봤을 때는 보통 서해 쪽이요. 서해 쪽이 부드럽고, 고운 모래가 많더라고요. 예전엔 모래 알갱이가 굵어서 발바닥 아프고, 그런 거 몰랐는데..."

- 공연 중 한 최고의 실수는 무엇이 있나요?
"거의 실수를 안 하는 편이에요. 안 하려고 노력하는데도 사람이다 보니까 한 적도 있어요. 한 장면 끝내고 바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야 하는데 다다음 장면으로 넘어간 거예요. 음악하고 맞춰서 준비를 해갔는데 정말 당황했어요. 다행히 임기응변으로 위기를 모면했어요. 이 일이 마술 같이 되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딱 나타났다가 짠 사라지고 하면... 이건 다 보이니까 속일 수가 없어요. 속일 수가 없어서 연습을 많이 하는 편이에요."

- 큰 기업 공연 중 기억에 남는 오너가 있나요?
"글로벌한 기업이었는데 사장이 퇴직하는 기념식이었어요. 영국에서 오신 분인데 그분을 위한 공연이었거든요. 공연을 마치고 나니까 그 사장님이 저한테 오신 거예요. 악수하면서 너무 감동 받았다고, 고맙다고... 보통 없잖아요. 오너나 기업, 우리나라에서는 참 드문 일인데 이렇게까지."

- 어디 회사인가요?
"보쉬(BOSCH)라고 아세요? 부품 만드는... 그래서 인상적이었어요."

- 앞으로의 비전 꿈 목표는 뭔가요?
"TV에서 봤는데 유럽에서 김치 홍보하려고 버스를 간이식당 차처럼 개조해서 홍보하더라고요. 저도 해외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버스 이런 거 개조해서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어요. 그런 거 많잖아요. 우리나라는 잘 모르겠는데 거리거리에서 벽에다가 빛을 비춰가지고 음악과 함께 하면 되게 멋있을 것 같아요. 그런 생각이 있어요."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http://snsmedia.wix.com/snsmedia)> 5월호에 먼저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그림자, #빛, #모래, #어린이,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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