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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동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최근 구조조정설이 나돌자 언론들이 앞다퉈 르포기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보도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 동구에 있는 세계 최대 규모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최근 구조조정설이 나돌자 언론들이 앞다퉈 르포기사를 내고 있다. 하지만 보도가 과장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울산시 조선해양산업 현황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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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한 포털사이트 메인 뉴스로 울산 동구 지역 르포 기사가 실렸다. 최근 이 지역 주력기업인 현대중공업에서 구조조정설이 나도는 것과 관련해 동구가 '빙하기'를 맞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비단 이 기사뿐 아니라 각 언론에서는 최근 들어 울산 동구의 경제 위기에 대한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기사에는 '전쟁터 같았다' '외환위기 때도 겪지 못한 불황을 겪고 있다' 등의 자극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울산 동구에서 23년을 살고 있는 기자는 이런 내용들이 과장됐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물론 근래 들어 찾아온 조선 경기 불황이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사의 내용처럼 마치 동구가 당장 큰일이라도 난 것 같은 식으로 보도되는 것은 지역 주민의 입장에서는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조선경기 침체로 어려움 겪는 울산 동구지만 언론보도는 너무 과장

최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울산 동구와 관련한 언론보도의 주 내용은 지역 상가의 분위기, 원룸 등 건물의 입주 현황, 인구의 감소 등을 들어 동구지역 경제가 침몰하고 있다는 데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언론 보도는 르포 형식을 빌어 '영세사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원룸 등 건물이 텅 비어 있다' 등으로 보도되고 있다. 이런 기사들은 지난 21일~22일 '현대중공업 3000명 직원 감축'이라는 기사가 나오면서 우후죽순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거의 매일 저녁 동구지역 상가에서 지인들과 소줏잔을 기울인 기자가 본 현실은 언론 보도처럼 폐업이 속출하는 상태는 아니다. 동구 지역 상가에 더러 폐업한 업소가 보이지만 이를 현대중공업 경기불황과 곧바로 연결짓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어 보인다. 서민경기는 항상 어려웠고, 동구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폐업하거나 다시 생기는 업소가 다반사다.

지난 10일에도 예전과 마찬가지로 동구지역 원하청 노동자 7만여 명은 급여를 받았고 이중 일부는 지역 상가로 풀렸다. 더러는 소비를 하고 있고 더러는 불투명한 앞날에 대비해 자제하고 있다.

동구의 끝자리인 꽃바위 지역의 원룸 혹은 집단형 아파트가 많이 비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부근의 현대중공업 해양·플랜트 공장의 물량이 줄어든 것이 그 원인이다. 하지만 이 현상이 조선업종 직원들이 대거 해고되거나 그 가족들이 이 지역을 떠났다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조선업종 특성상 객지에서 팀을 이뤄 동구로 들어오는 소위 물량팀(일정 부분의 공사를 일정 기간 맡아하는 일)이 빠져나간 것이 주 원인으로 분석된다.

오히려 이같은 건물 공동화 현상은 사회적 흐름으로 보는 것이 맞아 보인다. 이명박 정부 때인 지난 2009년부터 저리의 융자와 세금 혜택으로 원룸 등 임대사업을 독려한 도시형 생활주택 제도가 더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당시 너도나도 임대사업에 뛰어들었고, 그후 몇년간 동구 꽃바위 지역에는 인구에 걸맞지 않게 우후죽순 원룸과 소형 임대아파트 등이 들어섰다. 엄밀히 보면 임대업자들의 수익 추구형 임대주택사업에서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것이다. (관련기사 : 울산시 '기업형 임대주택주의보' 내렸다)

울산 동구, 불확실한 앞으로가 더 문제

울산 동구의 문제는 언론보도처럼 현재의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 다가올 현실이다. 현대중공업 측은 지난 26일 담화문을 내고 "도크가 비어간다. 생존을  위한 뼈 깎는 노력에 동참해달라"고 임직원들에게 호소했다. 선박 수주가 줄어들고 있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회사 측은 담화문에서 언론 보도처럼 '3000명 감축'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단지 5월 1일부터 휴일근무 폐지, 6월 1일부터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해오던 고정연장 폐지, 연월차 사용 방안을 내놨다. 상당수 언론에서 "27일 회사 측이 현대중공업 전체 인원 2만7000여 명 중 10% 이상을 희망퇴직이나 권고사직 형식으로 줄이는 내용을 핵심으로 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다"고 한 것이 과장된 보도로 드러난 것이다.(관련기사 : "현대중공업 3000명 감축설은 가공된 것")

현대중공업의 경우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까지 8시간 근무를 한 후 6시까지 1시간은 고정적으로 연장근무를 해왔다. 1.5시간으로 계산되는 고정연장 근무는 한사람 당 30만 원 가량의 소득을 보장했지만 앞으로는 이 수입이 줄어들 전망이다. 따라서 동구 주력 구성원인 노동자들의 호주머니가 가벼워지면서 지역 상가에도 찬바람이 불 것은 자명해 보인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 28일 계열사 임원의 25%, 약 60여 명을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직원들의 감원도 이어지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울산 동구의 가장 큰 문제는 앞으로의 불확실성이다.

1987년 현대중공업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후 울산시의회 의원을 역임한 조규대씨는 "저유가 등 세계 경제의 영향으로 조선업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면서 "수주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경기가 불투명하다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의 언론보도를 보면 마치 지금 당장 동구의 경제가 무너지고 있는 것처럼 표현돼 지역민의 불안을 더 조장하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동안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 소위 빅3의 '우리끼리' 과다경쟁도 지금의 어려움에 한몫했다"며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울산>에도 함께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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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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