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폰 '끼'고 사는 '여'자입니다. 따끈따끈한 신곡을 알려드립니다. 바쁜 일상 속, 이어폰을 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에 여백이 생깁니다. 이 글들이 당신에게 짧은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말]
 김윤아

'키리에'는 "신이여, 우리를 불쌍히 여기소서"를 되풀이하는 기도의 제목이다. 김윤아는 이번 신곡 '키리에'를 통해 상실감과 치유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그만의 깊고 따뜻한 감성으로 위로한다. ⓒ 인터파크


4월, 봄은 절정이라 세상은 천국처럼 빛나는데, 김윤아는 지옥처럼 어둡게 가라앉는 음악을 갖고 돌아왔다. 이상하다. "4월이 가기 전에 꼭 들려주고 싶은 곡"이라는 그녀의 말 또한 이상하다.

오늘(29일) 정오 자우림의 김윤아가 6년 만에 솔로로 돌아왔다. 네 번째 솔로 디지털 싱글이다. 노래 제목이 '키리에'. 키리에는 그리스어 "Kyrie eleison"(키리에 엘레이손 - 주님, 자비를 베푸소서)에서 비롯된 기도 제목이다. 가톨릭 미사 시작 예식 때 드리는 '자비송', 즉 하느님에게 "불쌍한 저희를 위해 자비를 내려달라"는 기도다.

김윤아는 네이버 <오늘의 뮤직 스페셜>을 통해 발매 기념 인터뷰를 함께 공개했다.

"이 곡은 무겁고 슬픈 곡이다. 상실감, 깊은 슬픔, 마음속에 있는, 제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제로 만들었다. 들으시는 분에 따라서 개인의 상처, 혹은 타인의 상처를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

그의 말대로 이 곡이 '듣는 이에 따라' 어떤 상처를 떠올리게끔 한다면, 기자에게는 '세월호'라는 상처가 떠올랐다. 물을 소재로 한 앨범 표지도 이상하게 눈길이 간다. 사진작가 박경일의 작품이다.

"박경일 작가님과 앨범에 대해 상의했더니, 음악을 듣고 나서 물과 관련된 콘셉트를 잡아주셨다. 저 역시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 물의 이미지를 많이 떠올렸다. 이 앨범은 깊고 어둡고 푸르면서도 차갑고도 따뜻한 물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노래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기도처럼 장엄하고 따뜻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서늘하다. 리듬은 차분하고 느린데, 강렬한 록의 느낌이 배어나온다. 콕 집어 무슨 장르라고 규정짓기 힘든 묘한 곡이다. 듣고 나면 마음이 착잡해지는데, 그러면서도 어느 사이에 뜨거운 위안을 받은 듯 마음이 정화된다.

"사운드도 그렇고, 음악적으로 뭐라고 딱 규정하기 힘든 곡이다. 다른 데 없는 사운드를 완성해야지 이 곡이 설득력을 갖는다고 생각했다. 그 사운드, 편곡이 뭘까에 대해서 고민을 치열하게 한 곡이다."

그의 말처럼 이 곡은 사운드가 독특하다. 특히 중간중간 통신음처럼 들리는 잡음이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한다. 노래의 끝에 사그라들고마는 그 잡음은 왠지 모르게 삶과 죽음의 갈림길처럼 아득한 단절을 상상하게 한다.

"쉴 새 없이 가슴을 내리치는 이 고통은 / 어째서 나를 죽일 수 없나 / 가슴 안에 가득 찬 너의 기억이, 흔적이 / 나를 태우네 / 나를 불태우네
울어도 울어도 네가 돌아올 수 없다면 / 이건 꿈이야 / 이건 꿈이야 / 꿈이야 / 불러도 불러도 너는 돌아올 수가 없네 / 나는 지옥에 / 나는 지옥에 있나 봐."

김윤아는 상실과 고통을 노래하는 가수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은 곡 '봄날은 간다', '야상곡' 역시 한없이 쓸쓸하고 텅 빈 곡이다. 그의 곡은 깊은 슬픔을 극복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더욱 세게 끌어안음으로써 위로를 만든다.

"음악이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는 서로의 상처를 보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키리에'를 들어주시는 여러분도 이 노래가 여러분께 슬픔이 되고 위안이 되길 바란다."

슬픔과 위안을 동시에 주는 그의 음악이 사람들에게, 특히 아픈 사람들에게 진실한 기도로 다가가길 바란다. 찬란한 4월의 끝에서.

 김윤아

김윤아는 29일 정오 각종 온라인 음원 사이트를 통해 디지털 싱글 ‘키리에’를 발표하고 공식적인 솔로활동을 재개했다. 김윤아의 솔로 신곡은 2010년 <315360> 앨범 이후 약 6년 만이다. ⓒ 인터파크



김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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