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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공개 된 가운데 서재에 노 전 대통령의 유품인 마지막 밀짚모자가 걸려 있다.
▲ 마지막 남은 밀짚 모자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공개 된 가운데 서재에 노 전 대통령의 유품인 마지막 밀짚모자가 걸려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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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 노무현 재단이 '특별관람' 행사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2008년 2월 퇴임 후부터 서거하기 전인 2009년 5월까지 지냈던 경남 김해시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에 있는 사저 '지붕 낮은 집'이 공개되자 언론 보도가 이어졌다.

"7년 전 그분께서 살아 계신 것 같다"는 관람객의 소감을 비롯해 (관련기사 : 노 대통령 '지붕 낮은 집', 유서 쓰던 그 책상 그대로) 이러저러한 소회가 쏟아졌다. "야 기분 좋다"는 생전 노 전 대통령의 육성이 들려온다는 반응이 대표적이다.

오는 5월 23일 서거 7주기가 다가오는 만큼 '지붕 낮은 집' 공개의 반향이 적지 않았다. 많은 언론 보도 중 눈길을 끈 것은 1일 오후 나온 <연합뉴스>의 기사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 가보니.."아방궁은 무슨..소박하다"

포털 사이트 '다음'에서만 5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린 이 기사의 핵심은 "노 전 대통령 사저는 아방궁과는 거리가 먼 소박한 형태라는 소감이 대다수였다"라는 기사 서두의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연합뉴스>의 뜻밖의 의제 선점에 상당수 누리꾼은 '4.13 총선 결과의 영향이 아닌가'하는 의견을 내놓았다. 해당 기사에 아래 3만 2천, 2만 9천개가 넘는 추천을 받은 베스트 댓글의 내용은 이러했다.

"아방궁이라고 허위사실 유포한 놈들 대국민 사과 안 하냐.. 나모씨. 홍모씨..." (아이디 innoIi**)
"아방궁이라고 선동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한 자들!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아이디 파도를 **)

홍준표 경남지사, 지금이라도 사과하시라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4년 9월 2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홍 지사는 참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으로부터 봉하생태공원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4년 9월 2일 오후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했다. 홍 지사는 참배를 마치고 나오면서 정상문 전 총무비서관으로부터 봉하생태공원 등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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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노무현 대통령님 사저 공개했네요. 새누리당이 아방궁이라고 할 때 대변인이었던 저는 엠비 대통령 개인 집이 타워팰리스라면 노 대통령 사저는 임대주택이라고 대응했었죠. 참 못된 사람들..."

1일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SNS에 적은 글이다. 그렇다. 참 못된 사람들이다. 그 사람들을 국민은 잊지 않고 있다. 아니, 누군가는 각인하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아방궁'으로 말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이 지붕이 낮은 사저를 확인도 않고 아방궁으로 표현했던 홍준표 경남지사의 극악한 행위를.

2008년 10월 14일, 국정감사 자리에서 "혈세 낭비의 대표적 사례"라며 "김영삼 전 대통령의 상도동 집 앞에는 주차할 데도 없다. 노 전 대통령처럼 아방궁을 지어서 사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던 홍준표 지사가 지금이야말로 사과할 시점이다.

지금이 기회다. 제 이익을 위해 사실도 확인하지 않고 누군가를 무참히 할퀴는 정치인들은 퇴출해야 마땅하다. '세월호 막말' 정치인들에게 국민들이 분노를 표현하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부끄러워 할 경남도민들을 위해서라도 더 늦기 전에 사과에 나서시라.

심지어, 당시 한나라당 대변인으로서 '아방궁' 운운했던 나경원 의원은 뒤늦게라도 유감을 표시한 전례가 있다. 지난 2011년 10.26 재보궐 선거에 서울시장 후보로 나섰던 나경원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그 당시 대변인으로서는 말씀이 거칠게 하다 보니까 좀 지나친 부분은 있었다"고 말한 바 있다.

"사과할 의향은 없는가?"라는 진행자의 질문에 나 의원은 "제가 그 당시 대변인을 마치면서 '제 말씀으로 상처 입은 분들에게 모두 유감의 표시를 한다'고 말씀을 드린 적이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물론 제대로 된 사과가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다. 하지만 비록 '선거'용 발언이라 할지라도 막말 당사자인 홍준표 지사의 '모르쇠'와는 차이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저 공개와 함께 홍 지사와 나 의원의 정식 사과 여부야말로 그들이 어떤 정치인이지 보여주는 척도일 것이다.

14년이 지난 2016년에도 여전히 '조선'과 싸우는 노무현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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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1일 오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위치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저 '지붕 낮은 집'이 일반인에게 공개 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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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방궁' 외에 이번 사저 공개가 환기한 것이 또 있다. 서재 벽에 걸린 2003년 2월 25일이란 날짜가 선명한 대통령 선서문과 사진도 인상적이었지만, 개인적으로 눈길이 간 것은 책장 속 책들이었다. 노 전 대통령의 관심사를 읽을 수 있는 다양한 서적들 가운데서 <노무현과 안티조선>(시와 사회)은 특히 그러했다. 

"인터넷망의 전국적 확충과 네티즌 인구의 급증, 인터넷 미디어의 성장은 매체환경을 완전히 뒤바꾸기에 충분했다. 현대 한국사회 안에서 언론의 타락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로 이어지는가를 파악하고 그것을 고발하는 일에 앞장서온 저자가 '안티조선'운동을 전국으로 확산시켜 언론의 진실을 밝힌다고 강조하는 책."

2002년 발간된 책의 소개 중 일부다.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상임공동대표, 언론개혁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이었던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가 쓴 이 책은 "나는 왜 조선일보 인터뷰를 거절했나"라는 당시 노무현 대통령 후보와 인터뷰로 마무리된다.

그리고 14년이 흐른 2016년 현재, 그 <조선일보>는 다시 <TV조선>이란 종편으로 탈바꿈해 '죽은' 노무현을 괴롭히고 있다. 종편들의 집요한 '친노 죽이기'가 대표적이다. 여전히 통용되는 '친노', '친문'에 대한 핍박과 덧씌우기는 4.13 총선이 끝났음에도 여전하다.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와 전당대회 연기론이 고개를 들면서 이러한 '친노', '친문' 계파에 대한 경계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서 질문 하나. '친노'가 '실재'하기는 한 건가. 그렇다면 그 '친노'가 총선 국면에서 어떤 '패악'을 저질렀나. 일각에선 지속적으로 '친노의 실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아직도 그 세력과 권력이 유효하기는 한지, 실제로 정청래 의원과 같이 '친노'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던 인사까지도 '범친노'라는 이름으로 낙인을 찍는 건 아닌지 말이다.

안타까운 점이 여기에 있다. 그저 '노무현 아방궁'을 열심히 왜곡 보도했던 <조선일보>와 같은 보수 일간지나 <TV조선>과 같은 종편들을 애독하고, 그런 언론들의 공격을 두려워하는 인사들이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자기검열'을 과하게 작동시켰던 것은 아니었는지 말이다.

'친노'가 패권을 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친노'를 넘어서 '패권'을 잡고 싶은 세력이 그러한 시각을 등에 업고 우편향을 일삼았던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할 때다. 노무현의 후배들이, 동료들이 '친노'라서 여전히 공격 받는 2016년 5월, 서거 7주기를 맞은 노무현 대통령은 과연 "아 기분 좋다"라고 외치고 있을까 궁금해진다.


태그:#노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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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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