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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앵두가 익어가는 양보역으로 들어서는 에스트레인
 양앵두가 익어가는 양보역으로 들어서는 에스트레인
ⓒ 김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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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역에 핀 불두화
 양보역에 핀 불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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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에는 참으로 매력적인 간이역이 많다. 그중에 필자가 사는 하동에는 3개의 간이역이 있고, 하나의 보통역인 하동역이 있다. 하동에 내려온 후 6년동안 숱하게 돌아다니면서 그동안 안 알려진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게 되었다. 필자가 제일 아끼는 간이역은 양보역인데, 2016년 7월 경전선 복선화가 완료되면 더 이상 기차가 다니지 않게 된다.

역으로의 기능이 두 달도 안 남은 시점에서 그동안 묻어두었던 경전선 간이역의 매력을 제대로 전하고 싶다. 첫 번째로 양보역을 소개한다. 양보역은 횡천역과 북천역 사이에 자리한 무배치 간이역이다. 역을 관리하는 직원이 없어 기차에 올라탄 후 승무원에게 승차권을 발권받는다. 하동군 양보면 우복리 하성마을 입구에 들어선 역으로 간이승강장이 있다.

벚꽃핀 양보역으로 들어오는 무궁화호. 올해 4월7일 촬영
 벚꽃핀 양보역으로 들어오는 무궁화호. 올해 4월7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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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앵두가 열린 양보역으로 들어서는 무궁화호
 양앵두가 열린 양보역으로 들어서는 무궁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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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역의 4월초 벚꽃이 아름답다는 것은 철도마니아라면 대부분 알고 있다. 그러다보니 벚꽃시즌이 되면 간혹 여행객을 만나게 된다. 올해는 경전선의 마지막 벚꽃엔딩을 담기 위해 휴가까지 쓰고 먼길을 내려온 여행객을 제법 많이 만났다. 내년에도 간이역에 벚꽃은 피지만 이제 더 이상 기차와 벚꽃을 함께 담을 수는 없다.

양보역은 벚꽃 이외에도 매력적인 촬영포인트가 참 많다. 특히 봄철에 촬영거리가 가장 많다. 역 건너편 주택가에 수령 100년생인 하성백매가 피면 짙은 매향이 양보역까지 깃든다.

양앵두가 열린 양보역을 통과하는 에스트레인
 양앵두가 열린 양보역을 통과하는 에스트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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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기나무꽃이 핀 양보역에 정차중인 무궁화호. 2015년 4월25일 촬영
 박태기나무꽃이 핀 양보역에 정차중인 무궁화호. 2015년 4월25일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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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매가 지고, 벚꽃이 피기 전 양앵두꽃이 피어난다. 철길 옆으로 벚나무가 줄지어 자라는데, 하동역 방면으로 제일 앞쪽에 자라는 나무가 양앵두나무로 수령 50년이 넘어보이는 거목이다. 제일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만 해도 벚꽃 색깔이 좀 이상하다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다. 3년 전 5월에 들어서야 양앵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애석하게도 양앵두꽃과 기차사진을 함께 담지 못했다.

벚꽃이 지고나면 4월 말경에는 박태기나무꽃이 핀다. 보라색의 꽃이 밥풀처럼 무더기로 피어난다. 박태기나무꽃은 하동역과 횡천역, 사천 다솔사역에서도 만날 수 있다. 5월이 되면 양보역의 매력은 절정을 이룬다. 양앵두가 빨갛게 익어 기차를 기다리는 나그네의 훌륭한 간식이 되어준다. 양앵두나무는 한그루 뿐이지만 오래된 거목이라 주렁주렁 매달린 양앵두가 제법 많다. 빨갛게 매달린 양앵두와 역으로 들어서는 기차를 함께 담아도 멋진 그림이 된다. 양앵두와 기차를 함께 촬영할 수 있는 간이역으로는 양보역이 유일할 것이다.

양보역으로 들어서는 무궁화호
 양보역으로 들어서는 무궁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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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역에 탐스럽게 열린 양앵두
 양보역에 탐스럽게 열린 양앵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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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양보역에서 양앵두를 발견했을 때부터 남도해양관광열차인 에스트레인과 양앵두를 함께 담고 싶었는데, 이제야 소원을 풀었다. 이상하게 양앵두가 한창 익을 무렵에는 매번 심하게 아파서 고생했다. 갈비뼈 골절로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고, 계속 배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니 탈장이라고 해서 수술을 하는 등 잔인한 5월을 보내기 일쑤였다.

에스트레인은 양보역에 정차를 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친다. 기차가 지나가면서 생기는 바람으로 인해 양앵두가 이리저리 흔들리며 춤을 추는 모습이 앙증맞다. 기차가 지나간 후 양앵두를 한 움큼 따서 입안에 넣으니 약간 새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이 느껴진다.

양보역에 활짝핀 불두화
 양보역에 활짝핀 불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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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앵두나무가 있는 철길 건너편에는 하얀색 꽃이 피는 불두화가 있다. 꽃이 부처님 머리를 닮았다고 해서 불두화라 불리는데, 석가탄신일 무렵인 5월초, 중순역에 꽃이 핀다. 불두화는 꼭두서니목 인동과의 낙엽활엽 관목으로 백당나무를 개량해서 만든 꽃이다. 둥글게 무리지어 피는 꽃은 어른 주먹 크기와 비슷하다.

불두화와 기차를 함께 담아도 멋진 사진이 될 것이다. 경전선은 하루 4회 왕복운행이라 기차와 양앵두, 혹은 불두화를 함께 담기가 쉽지는 않다. 남도해양관광열차인 에스트레인은 부산역에서 오전 8시 25분 출발해 북천역에 10시 25분에 도착하며, 하동역에는 10시 52분 도착한다. 매주 월요일 휴무이며, 양보역에는 10시 42분경 통과한다.

경전선 복선화로 양보역에 기차가 서지 않을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간이역인 양보역에서 느림의 미학을 느껴보자.


태그:#양보역, #경전선, #불두화, #양앵두, #간이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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