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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가 19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도가 건설현장 공사대금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가 19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도가 건설현장 공사대금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려는 것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성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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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가 도내에서 발생하는 건설공사 대금 중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려는 계획을 구체화하면서 건설 노동자들이 심하게 반발하고 있다.

강원도는 "상품권은 단지 식대 등 운영비로 사용될 뿐, 노동자들의 임금으로 대신 지급이 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건설업체가 임금을 체불하는 등 지금까지 노동자들을 대해 온 것으로 봤을 때, 건설 현장에서 상품권이 임금으로 지급되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강원도가 공사 대금 일부를 상품권으로 지급하려고 하는 것은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을 방지하고 지역 자원의 역내 순환을 촉진"하는 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강원도가 진정으로 지역 경제를 걱정한다면, 건설 노동 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임금 체불 문제를 말끔히 해결하고, 지역 거주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반박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강원지역본부(이하 건설노조)는 19일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건설 현장 공사 대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발상은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는 건설 노동자들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건설노조는 "강원도의 지역경제 활성화에 대한 대의명분에 100%로 공감"해도, "발상 자체가 대단히 잘못되었다"고 꼬집었다.

건설 노동자들이 건설업체를 바라보는 불신은 뿌리가 싶었다. 그들은 "건설 현장은 있는 법조차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임금 체불은 갈수록 급증하고 있고, 이로 인한 건설 노동자들의 고통은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노동자에 우월적 지위를 가진) 건설회사에 상품권을 지급한다면 상품권은 당연히 힘없는 건설 노동자들에 전가될 것이 뻔하다"고 우려했다.

비판의 화살은 곧바로 공무원들을 향했다. 건설노조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명분으로 건설 현장에 공사 대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은 전형적인 공무원들의 탁상행정 발상"이라고 지적하고, "강원도가 진정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민한다면, 상품권이 아니라 건설노동자 무료취업 지원센터를 만들어 지역 노동자, 지역 장비가 우선 고용되고 이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이룩하여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총파업을 조직해서라도 상품권 지급 계획을 막겠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권혁병 본부장은 "강원도청이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한테 소주도 한잔 못 사먹는 상품권을 건설 현장에 돌리겠다는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그는 "건설 현장이 비리, 부패, 음성적인 돈거래로 몸살을 앓고 있는 와중에 상품권이라는 미끼를 건설 현장에 던진다는 것은 더 많은 부패와 더 많은 음성적인 거래들을 낳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권 본부장은 '총파업'을 예고했다. 그는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건설 노동자들이 중간 업자들한테 삥 뜯기는 것도 모자라서 이제는 상품권에 삥 뜯기는 그런 인생을 살아가라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못한다"며, "강력한 총파업을 조직해서라도 상품권 지급 계획을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그는 "(도가 제정하려고 하는) 조례 사항 중 공사 현장에 상품권을 풀겠다는 내용이 포함되는 순간, 그 즉시 건설 현장을 멈추겠다"고 경고했다.

이어서,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유재춘 본부장은 "강원도청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미명 하에 상품권을 발행하겠다고 하는데 이렇게 무식하고 이렇게 답답한 강원도정을 더 이상 용납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노동법에서도 임금은 오로지 현금으로만 줄 수 있고, 현물로 줬을 때는 불법이라고 적혀 있다"며, "그런데 그런 임금을 상품권으로 주려고 하는 이런 발상은 미친 짓"이라고 일갈했다.

건설노조의 이 같은 비판에, 강원도의 한 관계자는 "노동자들이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품권이 임금으로 지급이 될 수도 있다"는 노동자들의 지적에 "공사 대금을 지급할 때 전부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고, 그 금액 중 5~10%에 해당하는 일반 운영비 등을 강원도 상품권으로 사용할 것을 (건설업체에) 권고하는 것"으로, "하청업체에 임금으로 주라는 개념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리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사대금을 일부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내용을 포함한 조례를 제정하려고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는 장치를 다 마련하고, 시행을 하더라도 사전에 협의 다하고 할 거다"라며, "우리가 일방적으로, 막 강제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강원도청의 이런 해명에도 노동자들의 불만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해 강원도 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체불 임금만 약 140억 원에 달한다. 그 중 강원도가 발주한 '중봉알파인활강경기장 공사'에서 30억여 원, 한국도로공사가 발주한 '동홍천-양양 고속도로5공구 공사'에서 10억여 원의 임금 체불이 발생했다. 피해 노동자들은 계속 늘고 있다. 건설 노동자들은 지난 4일, 11억여 원의 임금을 체불한 평창하얼빈빙상대세계축제 시행사 등을 강원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태그:#임금 체불, #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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