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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 k고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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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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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보강: 20일 오후 8시 45분]

경기도 광명시 K 고등학교가 '승진 예비 가산점' 문제로 갈등에 휩싸였다. 서류조작 의혹에 이어 경기도 교육청 감사실이 '봐주기 조사'를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지난 2월 말. 동아리를 총괄하는 A 교사가 "RCY(Red Cross Youth, 청소년 적십자) 지도교사로 활동하지 않은 교사 B씨가 활동실적을 허위로 조작해 승진가산점을 받기 위한 봉사활동 점수를 받았다"며 경기도 교육청에 감사를 청구하면서부터다.

A 교사는 "허위 서류인 'RCY 활동실적 확인서'에 교장·교감의 도장이 찍혀 있다. 이들과 실제 RCY 지도교사 두 명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활동 실적 조작이 불가능하다"며 "이를 철저히 조사해 달라"고 요구했다. 근거자료로, '봉사활동 점수를 받은 교사 B씨가 RCY 지도교사가 아닌 중국어 동아리 지도교사'로 등록된 '2015년 학생 동아리 활동 운영 계획'을 제시했다.

'RCY 활동실적 확인란'에 도장을 찍어준 것은 전 교장과 교감이다. 이 학교는 올 3월 교장과 교감이 바뀌었다.

경기도교육청 감사실은 감사 요청을 받은 지 약 한 달 뒤인 지난 3월 말께 조사를 벌여 5월 중순께 결과를 A 교사에게 보냈다. 감사를 요청한 A 교사 주장과 달리 "B 교사가 실제로 RCY 지도교사로 활동을 했다"는 조사 결과였다.

감사실은 "B 교사가 RCY 동아리 지도교사로 등록돼 있지는 않지만, 등록비만 내면 지도교사로 등록되는 대한적십자사 등록절차에 따라 지도교사로 등록했고, 지도교사 등록비(1만 원)도 냈다"라며 RCY 지도교사라는 점을 인정했다. 또한, 감사실은 "동아리 운영계획에 등재된 지도교사 2명이 'B 교사가 중간에 지도교사로 등록해서 활동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했고, 교장·교감도 B 교사가 지난 4월(2015년)부터 지도교사로서 봉사 활동에 동참한다는 것을 구두로 보고받았다고 진술했다"며 "B 교사가 실제로 지도교사로 활동했다"라고 결론지었다.

"이번 기회에 승진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 짚어야"

이번 일과 관련한 각종 서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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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감사를 요청한 A 교사와 A 교사의 동료 교사 몇몇이 "봐주기 감사"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A 교사는 19일 기자와 통화에서 "그 교사가 허위 서류를 만드는데 도와준 사람인 감사대상(교장·교감, 지도교사 두 명) 말만 듣는 게 무슨 감사인가, 이건 봐주기 위한 요식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A 교사는 "B 교사가 지도교사로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는 모습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 감사 담당자도 몇몇 교사에게 그 이야기를 분명히 들었는데, 그 사실은 조사결과에서 빼버렸다. 또한, RCY에서 활동한 학생도 그 교사(B 교사)를 보지 못했다고 한다"며 "봐주기 감사가 분명하다. 재감사를 요청하겠다"라고 밝혔다.

A 교사의 동료인 C 교사는 17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 교사가 RCY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우리 학교 교사들 대부분이 아는 사실"이라며 "봉사 점수 같은데 목을 매야 하는 승진 제도가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도 않은 봉사 활동을 했다는)양심적이지 않은 사람이 승진해서 우리 교육을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현재 승진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짚어야 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경기도 교육청 감사 담당자가 이 학교 교사 몇 명에 "(봉사활동 점수를 받은) B 교사가 봉사 활동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라는 답변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감사 담당자는 19일 오후 기자와 통화에서 "'보지 못했다'라는 말을 두 명의 교사에게 들었지만, 이것이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지 못했다'라고 말한 교사 진술을 조사 결과서에 기록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굳이 이 내용까지 보고서에 넣을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라고 해명했다. '학생들 진술을 받지 않은 이유'를 묻자 "학생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라고 답했다.

학생도 교사도 모르는 교내 봉사 활동, 진실은?

h교사가 보여준 휴대폰 문자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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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들 말과 감사결과를 종합해보면 'B 교사가 RCY 지도교사로 활동했는지를 알 수 있는 가능한 방법은 동료 교사들 증언이다. 감사 담당자는 이 내용을 감사결과에서 넣지 않은 것이다. A 교사 등의 주장대로 많은 교사가 실제로 "보지 못했다"라고 말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20일 오후 K 고교를 방문했다. 다음은 교사들 증언이다.

D 교사 : "교무실은 다르지만 같은 층에서 근무했는데, 그 선생님이 RCY 조끼를 입고 등교지도, 청소 같은 활동을 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RCY 지도교사라는 사실도 몰랐다."

E 교사 : "제가 작년에 학생 자치 활동 담당이어서 등교 지도 같은 활동을 많이 했는데, 그 선생님이 활동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F 교사 : "작년에 그 선생님(B 교사)과 같은 교무실에서 근무했는데 (활동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G 교사 : "RCY 활동을 하려면 조끼를 입기 때문에 못 보기도 어려운데, 저는 그 선생님이 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 선생님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말을 (다른 선생님으로부터) 들어보지도 못했다."

H 교사 : "이 문제가 불거진 뒤 여러 선생님께 '보았냐?'고 물었는데, 활동하는 모습을 보았다는 분이 한 분 도 없다. RCY 활동을 한 학생한테도 물어봤는데, 못 보았다고 대답했다."

H 교사는 말을 마친 뒤 학생과 주고받은 문제 메시지를 기자에게 보여줬다. B 교사가 RCY 지도교사로 활동하는 모습을 본 적이 없고, 지도교사인 것도 몰랐다는 내용이었다.


태그:#광명 K고, #승진 가산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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