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기들>은 단편영화 <갑과 을> <보편적 순간>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김진황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양치기들>은 단편영화 <갑과 을> <보편적 순간>으로 미쟝센 단편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김진황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 CGV아트하우스


"늑대가 나타났다!"

무료함을 떨치기 위해 던진 양치기 소년의 작은 거짓말. 소년은 자신의 거짓말이 훗날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영화 <양치기들>의 주인공 완주(박종환 분)의 두 가지 거짓말. 완주는 결과를 상상이나 했을까?

거짓말로 먹고사는 남자 완주. 과거 연극배우였던 그의 현재 직업은 역할 대행업자다. 어느 날 찾아온 한 고객은 살인사건의 목격자가 되어 달라고 제안한다. 아들을 죽인 살인범이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게 생겼다고. 목격자만 있으면 된다고. 잠시 고민하지만, 완주는 목격자가 되기로 한다. 자신은 아픈 어머니의 병구완에 쓸 돈을 얻을 수 있고, 자식 잃은 어머니는 답답함을 풀 수 있고, 사람 죽인 나쁜 놈 잡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으니까.

그는 선의의 거짓말이라 자조하며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이 거짓말은 완주의 삶을 걷잡을 수 없이 꼬아버린다. <양치기들>은 거짓말로 수렁에 빠진 완주의 진실 찾기다.

거짓말로 인생 꼬인 남자의 진실 찾기

 거짓말로 먹고사는 남자 완주(박종환 분)는 돈 때문에 살인사건의 거짓 목격자가 된다.
ⓒ CGV아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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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용산구 용산 CGV에서 공개된 영화 <양치기들>은 김진황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김 감독은 단편영화 <갑과 을> <보편적 순간>으로 미 장 센 단편영화제와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받으며 감각적인 연출을 인정받은 바 있다. 감독은 언론시사회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이런저런 고민이 많던 시기 <양치기들>의 시나리오를 구성하며 '거짓말'이라는 소재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우연히 보게 된 다큐멘터리에서 접한 역할대행업은 그가 선택한 '거짓말'이라는 소재와 딱 맞아 떨어졌다.

김진황 감독은 "<양치기들>를 통해 거짓말의 명확한 습성에 대해 다뤄야겠다고 생각했던 건 아니"라고 말했다. 그가 거짓말이라는 소재를 통해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는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느낀 비겁한 태도"였다고. 영화는 여러 등장인물이 각자 자신이 처한 위치에서 여러 가지 이유로 거짓을 말하며 보인 태도에 집중한다.

감독은 거짓말로 궁지에 몰린 완주와 침묵으로 진실을 외면하는 광석(송하준 분)을 통해 때로 비겁한 침묵이 더 큰 진실을 감추고 있음을 이야기한다. 완주의 거짓말로 시작된 줄 알았던 사건은 사실 광석이 과거 침묵했던 군 내 가혹 행위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광석은 자신의 침묵에서 시작된 사건의 진실을 다시 침묵으로 은폐함으로써 더 큰 거짓말을 만들어 낸다. 날 것 그대로인 군 선후임 간의 대사는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영화에 등장하는 군대 내 장면들은 감독이 군 생활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경험했던 일들을 영상으로 옮긴 것들이라고.

"군 생활 당시 선임이 '아는 건 모르는 척하고, 모르는 건 아는 척하면 군 생활이 순탄할 거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군 생활만 끝나면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제대하고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그때 경험들을 적용하게 되는 순간이 오더군요. 이럴 수밖에 없나, 이런 게 맞는 건가. 이런 이야기들을 영화에 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김기황 감독)

생동감 더하는 생생한 연기

 <양치기들>을 더욱 빛내는 것은 주연 박종환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다.

<양치기들>을 더욱 빛내는 것은 주연 박종환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다. ⓒ CGV아트하우스


<양치기들>을 더욱 빛내는 것은 주연 박종환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생활연기다. 박종환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언뜻 감정의 진폭이 크지 않아 보이지만, 그 안에 여러 감정을 차곡차곡 쌓아 보여준다.

박종환은 "자연스러운 연기나 의상 등은 저보다 감독의 비전이었다"면서 "저는 그저 감독을 따라가고자 했다, 연기를 구체적으로 배워본 적이 없어 (감독이 요구한) 생활연기에 제가 최적화돼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난 그저 생활하는 사람"이라면서 "평상시에 열심히 생활하면서 카메라 앞에서 자연스럽게 행동하려고 한다"며 자신만의 연기 비법을 털어놨다.

신인 감독과 배우들의 독특한 시선과 메시지 - 영화 <양치기들>은 거칠지만 독립영화 특유의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강점이다. <곡성>이 지배하고 <엑스맨 : 아포칼립스> <아가씨> 등 대작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는 극장가. <양치기들>은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듯 하다. 6월 2일 개봉.

양치기들 박종환 김기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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