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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맞이하는 정진석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맞이하는 정진석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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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진상 규명을 위한 검찰 수사를 국회 청문회와 병행하겠다고 약속했다. 24일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이 넘도록 원내대표실에서 피해자 가족들과 논의를 거친 결과였다.

이는 새누리당이 "청문회는 검찰 수사 이후에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힌 지난 8일 당정협의 결과를 뒤집은 것이다. 이날 면담에는 검찰 수사 전 청문회를 여는 것에 줄곧 반대해온 권성동 국회 환경노동위 새누리당 간사도 배석했다.

정진석 "가습기 청문회 개회 피할 생각 없다" 

가족과 면담을 마친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청문회를) 피할 생각이 없다"면서 "누구의 책임인가를 따지기 보다는 정부와 여야가 협력해서 해결해 갈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광림 정책위의장도 '청문회와 검찰 조사를 병행하는 것이 가능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다"고 확답하면서 피해자와 가족들의 의견에 "우리들이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새누리당의 입장 변화엔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들의 구체적인 호소가 뒷받침 됐다. 강찬호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아래 가피모) 대표는 면담 후 취재진과 만나 "검찰 조사는 기업을 상대로 하는 것이고, 국회 청문회는 정부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에 병행을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씀 드렸다"면서 "(새누리당으로부터) 검찰 조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요구)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이날 면담은 가피모 회원들이 각 당에 전달한 공동 요구안을 다시 전달하고, 관련 요구에 대한 새누리당의 답을 듣기 위해 진행됐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휠체어에 오른 피해자도 함께였다. 논의 막바지 회의장 밖으로 "이런 정부가 어디에 있습니까" 등 피해자 가족들의 고성이 흘러나오기도 했지만, 대체로 차분한 분위기에서 질문과 답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면담 후 브리핑을 전달하면서 "가족분들이 흥분을 감추시고 정제된 용어로 하시더라"며 울먹이기도 했다.

지난 17일 가피모 회원들은 ▲가습기 살균제 특별법 제정 ▲청문회, 국정조사 개최 ▲국회 가습기 살균제 특별위원회 설치 ▲정부와 가해 기업의 진정성 있는 사과 ▲대통령 직속 가습기 살균제 특별대책 기구 설치 ▲ 윤성규 환경부 장관 해임 ▲특별법에 근거한 피해 대책 기금 조성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 소송제, 살인기업 및 중대재해 기업 처벌 강화, 유해물질 구제 강화, 긴급 피해구제 제도 마련 ▲질환 판정 확대 및 피해 단계 세분화를 통한 피해자 범위 완화, 지원 범위 확대 ▲피해자 접수 및 피해자 실태 파악, 체계적인 피해자 지원 등 10개 요구안을 새누리당,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에 전달한 바 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 모임 한 회원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존리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가 가습기살균제사망사건에 관련 검찰 출석 때 피켓팅을 한 직후 지쳐 쓰러져 있다.
▲ 주저 앉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 가족 모임 한 회원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존리 옥시레킷벤키저 전 대표가 가습기살균제사망사건에 관련 검찰 출석 때 피켓팅을 한 직후 지쳐 쓰러져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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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기구 요청엔 "현 국무총리실 산하 대책 기구 자주 열겠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에 따르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 관련 특별법 제정에 관해서도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야당과 협의해 추진하겠다"는 긍정적 결론이 나왔다.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가습기 문제만 다루는 특별법으로 할지, 비슷한 피해가 있을 경우 전체 시스템을 담아 내는 일반법을 할지는 야당과 협의해서 결정하겠다는 답을 했다"고 말했다.

현 환경부 장관에 대한 경질과 정부의 사과를 요구한 것에는 "성과있는 대책을 마련한 것은 현재 장관이고 제일 잘 한다"라면서도 "(장관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에 있는 대책 기구를 대통령 직속으로 격상해 달라는 요구는 반려 됐다. 김 정책위의장은 "빨리 정확한 판정을 받고 병을 고쳐 가족이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지, 대책 기구를 청와대로 옮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지금의 대책 기구를 더 점검해서 자주 열고 실질적인 지원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강찬호 가피모 대표는 "확답보다는 포괄적으로 (답변을) 들었다"면서 "다만 20대 국회에서 가장 먼저 이 사안을 해결 하겠다는 답은 들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피해자와 가족들이 각 당에 읍소한 대책 마련 시한은 오는 8월 31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대회'날까지다. 피해자들이 모여 지금까지의 해결 상황을 공유하고 대책을 논하는 자리에 각 당이 "떳떳하게 나와서 이만큼했으면 피해자들 앞에 설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나와달라는 것이다.

강 대표는 면담을 시작하기 전 모두 발언에서 "사회적 재난인 이 사안은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요구안에 대한 (새누리당의) 결정과 답변을 공개적으로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가피모 회원들은 더민주와 정의당의 면담 요청 답변을 기다리는 한편, 오는 25일엔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면담할 예정이다.


태그:#새누리당, #정진석, #가습기, #살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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