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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종섭 새누리당 당선자(대구 동구갑), 사진은 지난 2월 26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신청자 면접에서 대기 중인 모습
 정종섭 새누리당 당선자(대구 동구갑), 사진은 지난 2월 26일 오전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열린 제20대 총선 공천신청자 면접에서 대기 중인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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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출신으로 현 정부의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진박(眞朴)' 정종섭 새누리당 당선자가 또 '소신'을 뒤집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로 주목받고 있는 '청문회 활성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얘기다. 국회는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국회 상임위가 법률안 이외에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청문회를 상시적으로 개최"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했다. 아울러, 지난 23일 정부로 이를 이송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이를 '행정부 마비법'으로 규정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특히 '내용'만 아니라 '절차'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정작 그를 재의할 수 있는 19대 국회 임기는 오는 29일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대신 법률 공포를 미루면서 해당 법안을 자동폐기로 이끌 수 있느냐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통령이 '국회의 재의'를 전제로 하는 거부권을 행사하고 싶어도 해당 국회 임기가 종료됐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는 법적 근거로 이를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당선자의 입장이 주목받은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한국헌법학회 회장을 지낸 그는 자신의 책에서 "임기만료 폐기라도 이미 정부에 이송한 법안의 폐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법률로서 확정된 것으로 봐야 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즉, 박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 대신 법률 공포를 미루는 방안은 불가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그는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들에게 관련 질문을 받고 "제가 한 번 (책을) 살펴보겠다", "시기가 되면 입장을 따로 밝히겠다"라면서 답변을 회피했다. "재검토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재검토가 아니라 입장을 밝힐 때가 있을 것"이라며 자리를 피했다.

결국, 학자로서 책에 기술했던 '소신'을 숨긴 꼴이었다. 특히 그것이 박 대통령의 선택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신의 기존 입장을 바꿨다고도 평할 수 있다.

정 당선자가 학자로서 자신이 취했던 입장을 바꾼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 당선자는 지난 해 6월 '법률 취지를 벗어난 대통령령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한' 국회법 개정안 사태 당시에도 이와 비슷한 행동을 취했다.

앞서 정 당선자는 자신의 저서에서 "(정부) 위임입법의 경우 국회의 통제권 보장이 필요하다", "대통령이 위헌 혹은 위법인 대통령령을 제정하고 시행하는 경우에 국회는 대통령에 대하여 탄핵소추를 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이를 주도한 유승민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으며 거부권을 행사하던 때 그는 이를 뒤집었다. 당시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국회 대정부질문에 나선 그는 "(책에 쓴 내용은) 일반적 이론을 써놓은 것"이라며 '격하'시켰다. 

"청문회 활성화법, 국회독재 가져올 위험성 높다"

한편, 정 당선자는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문회 활성화'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크다면서 국회 차원의 재검토를 요구했다. 특히 "국회법 제65조에서 새로 도입한 현안조사 청문은 행정부, 사법부 기능을 억압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는 의회독재, 국회독재를 가져올 위험성이 대단히 높다"라고도 주장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개정안의) '소관 현안'에 대한 조사청문회는 ▲ 외교·국방·통일·국가 정보 ▲ 헌법재판소의 재판 ▲ 수사기관의 수사 ▲ 법원의 재판 ▲ 감사원 감사 ▲ 선거관리위원회 등 국정 전 부분에 대해서 무제한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라며 "그 시기마저 무제한적이라 국민과 국가의 이익을 위한 정책이나 대외비 정책수립 과정까지 국회가 조사할 수 있고 행정부 공무원은 이에 매달려야 해 업무를 수행할 수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또 "첨예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정책이나 업무에 관해 기업·조합 등 각종 이익단체의 직간접 영향 하에 이러한 조사행위가 실시된다면 국가 기능 자체가 와해될 우려가 있다"라면서 '국회의 정치행위'를 믿을 수 없다는 취지의 주장까지 내놨다.

그는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서도 '위헌성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당선자가) 지적한 부분은 제도상 하자가 아니라 국회 운영에 달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제도 그 자체로도 위헌성을 갖고 있다, 운영을 잘한다고 해서 위헌성이 제거되는 게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의 권한이니 제가 말할 수 없다"라며 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보다 먼저 정치권에서 이를 심각하게 봤으면 한다"라며 "헌법학자들이 심포지엄 등 검토하는 과정도 없었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이 문제가)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국회의원 개인의 자존심 문제로 보지 마시고 다시 검토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태그:#정종섭, #헌법, #박근혜, #청문회 활성화, #국회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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