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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경운동연합은 5~6년 전 월평공원 내원사 인근에 둥지상자를 달았다. 예산이 많지 않아 대량으로 달지는 못했지만, 새들의 번식공간을 확보하는 의미에서 설치했다. 둥지상자는 독일에서 1857년 일어난 해충구제를 위해 처음 시행됐다고 알려져 있다. 해충구제를 위해 설치된 둥지상자는 의외로 생태계 복원에도 기여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독일 전역으로 확산됐다고 한다.

둥지상자는 흔히 인공새집으로 불리기도 한다. 필자가 굳이 둥지상자라고 부르는 이유는 둥지 상자 안에 새들이 새롭게 집을 짓기 때문이다. 아마추어탐조 동호인 연합회에서는 새집을 지을 공간만 제공하는 것이 때문에 인공새집보다는 둥지상자라는 용어가 더 적절하다고 조언한다.

이런 둥지상자는 국내에는 1923년 소개돼 현재는 많은 기관과 환경시민단체 등이 숲에 둥지상자를 설치하고 있다. 새들의 종류별로 조금 다르게 제작된 둥지상자는 숲을 지나다보면 왕왕 보인다. 구멍의 크기나 깊이 등 약간 잘못 설치된 듯한 것도 있지만,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새들이 둥지상자 안에 스스로 적당하게 둥지를 만드는 것을 많이 목격해왔다. 달아놓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는 의미다.

이제는 쓸수 없을 정도로 낡아 있는 모습
▲ 예전에 달아 놓은 둥지상자 이제는 쓸수 없을 정도로 낡아 있는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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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둥지를 만들었던 흔적이 있다.
▲ 둥지상자를 철거하고 안에 들어있는 둥지 내용을 확인하고 있다. 100% 둥지를 만들었던 흔적이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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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환경운동연합은 금강유역환경청과 함께 지난 28일 내원사 인근의 둥지상자를 확인하고 다시 이를 설치했다. 오래된 탓에 둥지상자가 썩거나 훼손돼 있었다. 아주 튼튼한 둥지상자를 튼튼한 끈으로 묶어줬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이다. 하지만 너무 튼튼하면 달아준 나무의 성장에 방해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관리가 불가능한 지역이라면 허름하고 집과 약한 끈으로 묶어 적당한 시기에 나무에서 떨어지는 게 더 좋다.

지난 28일 청소년 20여 명과 함께 내원사 인근에 오래되 둥지상자를 찾았다. 총 9개의 둥지를 찾아 철거했다. 놀라운 것은 철거된 9개 둥지상자에 모두 새들이 번식한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이끼와 짐승의 털들로 꾸며진 둥지상자 내부에 새집을 모두 확인한 것이다.

둥지상자를 달아준 의미를 확인했다. 이끼와 잔털, 심지어는 사람의 의류품 일부로 둥지를 만든 새들을 머릿속으로 상상해봤다. 이렇게 달아준 둥지상자는 분명 내원사 인근의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됐을 게다. 9개의 둥지상자를 제거한 이후 우리는 6개의 새로운 둥지상자를 달았다. 아마 올해 2~3차로 번식하는 종이나 내년 쯤에 새들이 이용하게 될 것이다.

둥지상자를 달아주고 내원사를 내려가던 길에 이상한 형상을 한 끈끈이를 확인했다. 파리 등의 곤충을 잡을 때 쓰는 끈끈이가 참나무에 감겨 있었다. 감겨 있는 끈끈이에는 수많은 곤충들이 죽어가고 있었다. 모습이 수상해 서구청 공원녹지과 직원에게 문의해봤다.

끈끈이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
▲ 참나무에 씌여진 끈끈이 끈끈이가 설치되어 있는 모습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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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매가 붙어 말라 죽어 있다.
▲ 끈끈이에 붙어있는 파리매 파리매가 붙어 말라 죽어 있다.
ⓒ 이경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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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의 결과, 참나무시들음병에 매개충인 광릉긴나무좀을 잡기 위해 설치한 것이라고 한다. 참나무시들음병은 참나무를 심각하게 죽이는 병충해로 알려졌다. '참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며 경기도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단다. 참 걱정할 일이다. 번성하는 참나무를 죽이는 벌레는 꼭 잡고 처리해야 한다.

월평공원에는 아직 참나무시들음병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보통은 피해가 있는 숲에 상태가 나름 양호하거나, 아직 병이 발생하지 않은 곳에 설치하는 방법인 듯하다. 서구청 공원녹지과에 담당자는 예방차원의 목적과 실험적으로 설치해본 것이라고 확인해줬다. 약 300그루에 설치된 끈끈이에는 족히 수만 마리의 벌레가 죽어 있었다.

걱정스러운 것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꼴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생각보다 끈끈이의 위력이 강력해보였다. 특별히 문제가 되지 않는 곤충들이 많았다. 끈끈이에는 하루살이, 파리매 등 해충으로 구분되지 않는 종까지 모조리 죽어 있었다.

독일에서 해충 구제를 위해 둥지를 달았듯 생태계 자체가 건강해 지는 방법을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00% 성공률을 보인 내원사의 과거 둥지를 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단순히 한 종을 잡기 위해 수만 마리의 곤충을 없애는 일보다는 현명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섰다. 아직 참나무시들음병이 발생하지 않은 월평공원에 말이다. 어떤 것이 옳은지 아직 판단을 할 수는 없지만, 끈끈이 설치는 신중해야 할 것이다.


태그:#내원사, #둥자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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