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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형편이 어려운 저소득층 여성 청소년들이 생리대 가격이 비싸 휴지를 말아 쓰거나 심지어 신발 깔창을 사용했다는 소식은 충격 그 자체다. 국제 구호단체들이 저개발국 청소년들에게 생리대나 보건 용품을 나눠준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게 우리나라 얘기라니 황망하기도 하고, 반면 그 힘들었을 아이들의 마음 앞에 어른으로서 너무 부끄러운 마음이다.  

사실 생리대를 사용할 필요가 없는 남성으로서 생리대는 여성들만의 문제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사실이다. 생리대 가격이 저소득층 청소년들에게 이렇게까지 부담스러웠던지 고민하지 못했다. 생리대를 사지 못해 학교도 빠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나 그의 심적 부담감이 컸을지 그저 거듭 미안할 따름이다.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게 되었다는 몸의 신호를 생명의 위대함과 기쁨이 아닌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느끼게 되는 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에 상처를 준다. 또한 어려운 가정, 기초생활수급자 가정 등에 있는 영유아, 아동, 노인 등에 맞는 지원을 하면서 정작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았던 우리 사회의 청소년에 대한 무관심의 단적인 예로도 해석할 수 있다.   

생리대는 인간으로서 필수적으로 필요한 물품이다. 고정적인 구매자가 존재하고 특별한 가격 변동 사유가 없는 상태에서 계속 오르고 있는 생리대 가격이 적절한지 이번 기회를 통해 따져 볼 필요가 있다.

6만여 명으로 추산되는 청소년들이 생리대를 사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한다. 한 자치단체에서는 저소득층 청소년 생리대 지원사업을 하겠다고 발 빠르게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고 유한킴벌리도 생리대 가격 인상을 철회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정부는 저소득층 지원물품에 생리대를 추가하고 학교는 물론, 전국에 위치한 청소년시설이나 상담복지센터, 학교 밖 청소년지원센터 등에서도 생리대가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지원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등 국가청소년기관도 정책사업의 일환으로 생리대 지원사업을 증설하면 더 좋을 듯하다.

교사들도 생리와 생리대 문제에 관해 아이들이 상처받는 일이 없도록 유의해 주면 좋을 것 같고, 생리와 임신의 소중함과 당당함을 전해줄 수 있는 성교육도 강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축복받아야 할 날을 청소년들이 악몽같은 날로 기억하고 있는 이 아픈 현실을 없애기 위해 정부와 관련 기업, 그리고 모든 청소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위키트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생리대, #유한킴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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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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