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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2016년 대한민국 모든 세대는 직장 때문에 고민이다. 20대는 '들어갈 직장이 없다', 30대는 '이길이 나의 길이 아니다', 40대는 '직장 다닐 날이 며칠 안남았다", 50대는 '아직 더 일할 수 있다'고 한다는 우스갯소리는 직장을 둘러싼 세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초봉 높고 대학생들에게 인기 많은 직장이 어딘 줄 아세요? 바로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상선 같은 회사들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요? 산업 자체가 도태되고 있는데 앞으로 기업이 고용을 늘리거나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에요." - 29세 윤아무개씨(1인미디어 운영자)

"7년간 직장을 두 군데 다녔는데 평생 직장이란 생각은 처음부터 안들었어요. 결혼한 여자 선배가 한 명도 없는 것만 봐도 미래가 안 보였죠. 경력이 쌓일수록 연봉은 오르겠지만 회사는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하겠죠. 어차피 쏟을 시간과 열정을 내 일에 쏟아붓는다면 더 지속가능한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 35세 정희정씨(3년차 1인기업가, 일러스트레이터)

진짜 일자리가 사라질까?... 모든 세대가 불안하다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호들갑이다. 유례없는 저성장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뉴스는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지만, 누구도 당장 내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실상은 대한민국 모든 세대가 '직장 때문에' 불안하다. 20대는 직장이 없어서 괴롭고, 30대는 과연 내 길이 맞나 고민하고, 40대는 언제 잘릴지 두렵고, 50대는 불러주는 직장이 없어서 이곳 저곳 기웃거려본다.

많은 미래학자와 경제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사라질 미래를 경고한다. '미래학의 대부' 짐 데이토(Jim Dato) 박사는 "지금까지는 전세계가 성장위주로 모든 정책을 펼쳐왔지만 앞으로는 모든 것이 감소하고 위축되고 사라지는 경제를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온다"라고 말하며 "특히 한국이나 중국처럼 고성장의 경험을 가진 나라에서는 생소하겠지만 현재 사회가 급격하게 붕괴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저출산 고령화, 수출 부진, 일자리 감소 등을 대비할 때"임을 강조했다(2014년 프레스센터 '성장의 한계와 재도약' 심포지엄).

2008년 이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3% 이하로 접어들었다. 온갖 경기부양책으로도 추세를 뒤집을 수 없는 저성장이 정상인 '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이미 시작된 것이다. 폭스콘(Foxconn)이 직원 11만 명 중 6만 명을 해고하고 그 자리를 로봇으로 대체했다는 최근 보도는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고용절벽이 현실임을 보여준다. 이른바 '알파고 쇼크'는 단순 생산직뿐만 아니라 사무직·전문직 일자리까지 위협한다.

'혁신의 대명사'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역시 이같은 '일자리 패러다임 변화'를 꿰뚫는 발언으로 주목받았다. 지난달 26일 경기도 판교 스타트업캠퍼스 총장 취임식에서 그는 현재 사회를 "고용의 종말과 저성장을 한꺼번에 맞이한 시대이며, 우리는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뀐 시대를 살고 있다"라고 평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일자리가 사라질 미래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고용의 종말 해법은?... '1인기업' 길 가는 사람들

"중소기업에서 6~7년 직장생활 하는 동안 퇴사는 시점의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부모님 세대를 보면 정년도 못 채우고 퇴직해 경제적 고통속에 여생을 보내시죠. 3세, 7세 두 아이를 키우며 1인출판사를 운영한 지 2년 째인데 만족도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요. 더 빨리 시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 이도원씨(37, 1인출판사 상상력놀이터 대표)

"대학생들이 안정적인 직장을 찾지만 세상은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고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은 없어요. 결국 스스로의 전문성과 가치를 찾아가야 하는 시대라 생각합니다. 저는 대학 때부터 창업에 관심을 가졌고 아티스트 비즈니스 플랫폼을 만들어 창직을 했습니다. 앞으로는 1인 또는 소그룹의 시대가 열릴 겁니다." - 송준호(30. 5년차 스타트업 대표)

많은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지만 다양한 '일거리'들이 새로 생겨나고 있다. <유엔미래보고서 2030>(박영숙·제롬 글렌 등 공저)에 따르면 "미래의 근로자들은 실업에 대한 걱정보다는 스스로의 역량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창의적인 사고로 일거리를 만들어야 한다, 일거리를 만들다 보면 사람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원하게 되고 이 서비스의 판매가 활성화되면 새로운 일자리가 된다"라고 해법을 제시한다.

일자리는 줄어들지만 일거리는 늘어난다

1인기업은 세계적인 추세다. '셀프 임플로이'(self-employed) '자영 노동자'(own account worker), '솔로 프레너'(solopreneur), '독립계약자'(independent contractor) 등 나라별로 지칭하는 용어는 다양하지만 경기 불안과 아웃소싱 비율 상승에 따른 1인기업 증가 추세는 크게 다르지 않다.

18년간 소규모 비즈니스 종사자들을 위한 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해온 박광회 르호봇 회장은 한국사회에서의 1인기업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시작된 소호(SoHo, small office and home office) 열풍이 1인기업의 원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통용되는 1인기업의 개념은 생계형 자영업과 벤처기업 사이의 프리에이전트(free agent), 즉 지식서비스 분야에서 교섭력을 갖고 마케팅 할 수 있는 소규모 비즈니스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죠."(참조 :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 있다> 다니엘 핑크 저)

그렇다면 왜 지금 1인기업에 주목해야 하는가. 박 회장은 "스몰비즈니스의 확산은 세계적인 산업 트렌드 변화의 큰 흐름"임을 강조했다.

"영국 경영학의 구루, 찰스 핸디의 저서 <코끼리와 벼룩>에서는 수많은 벼룩들이 코끼리와 공존하는 모델로 변화할 거라고 예측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수많은 1인기업과 소기업의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현장에서 직접 느끼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누구든지 일생에 한번은 창업을 하게 되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실업 문제의 탈출구?... 1인기업은 외롭고 힘들다

지난달 25일 열린 '10인10색 1인기업가 생존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 1인기업가들.
 지난달 25일 열린 '10인10색 1인기업가 생존기'에서 자신의 경험담을 소개한 1인기업가들.
ⓒ 나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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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막대한 연봉을 벌어들이는 일부 스타 1인기업가들이 언론에 조명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때론 허울만 1인기업일 뿐 결국 비정규직의 다른 이름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있다. 또 비즈니스 파트너로는 신뢰할 수 없는 불안한 존재로 치부되기도 한다.

사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험부담을 혼자 짊어져야 하는 데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게 끊임없이 자기계발 하고 콘텐츠를 업그레이드 해야 하는 압박감도 크다. 그렇지만 1인기업은 자유와 가치를 추구할 수 있고 자신의 강점과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일에 대한 만족도는 직장인보다 훨씬 높다.

"조직 내에서 일할 때는 본질보다 비본질적인 요소에 시간과 에너지를 뺏기는 경우가 많았죠. 대기업이라는 큰 범선에 올라탔지만 내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결정권도 없었어요. 지금은 불확실성은 커졌지만 본질에 집중할 수 있어 업무 만족도는 더 높습니다. 오히려 워커홀릭이 되지 않도록 절제해야 될 정도니까요." - 최윤섭(35, 디지털 헬스케어연구소장, 1인기업가)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은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팟캐스트 '나는 1인기업가다'를 운영하는 홍순성 홍스랩 소장은 최근 1인기업에 대한 관심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다. 방송 1개월만에 7000여 개 콘텐츠(팟빵 기준) 중 랭킹 순위가 200위권내 진입했고 6개월째 꾸준히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

"많은 실직자들이 모두 치킨집이나 식당을 차릴 수는 없습니다. 그들 대부분 오버스펙이라 재취업도 힘들죠. 조금만 방향을 달리하면 생각지도 못했던 자신의 강점이 비즈니스모델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해외에선 그런 사례가 많고요. 특히나 지금은 디지털 환경이 좋고 코워킹공간도 많아서 1인기업을 하기에 최적의 시대입니다."


태그:#1인기업, #미래학, #직장인, #비정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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