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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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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단어가 공공연히 쓰이는 시대, 언론이 신뢰를 잃어가는 사회, 사람들이 믿을 만한 '공정 언론 세우기'는 가능할까?

이 물음에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이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였다. 이날 광장에서는 전국언론노동조합(김환균 위원장, 아래 언론노조) 주최로 '공정언론 바로 세우기 콘서트- 공정언론 다시 시작입니다'가 열렸다.

최승호 전 MBC PD(현 뉴스타파), 정영하 MBC 전 노조위원장(언론노조), 조승호 전 YTN 기자 등 각 언론사 해직자들이 중심이 돼 열린 이번 콘서트에는 전·현직 언론인과 정치인뿐 아니라 공정 언론을 원하는 시민 등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이 참석했다. 진행은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와 노종면 전 YTN 앵커가 맡았다.

콘서트는 밴드 '크라잉넛' 노래로 시작됐다. "저희도 오늘은 공정하게 노래하겠다"며 시작된 크라잉넛의 노래 '말 달리자'에 맞춰, 참가 시민들은 '언론'의 첫 글자 '말씀 언(言)'자가 새겨진 큰 노란 풍선 공을 함께 머리 위로 굴렸다. 영상 속 시민들도 공정 언론을 향한 바람을 전했다.

"언론의 역할은 힘없는 사람들을 대변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요새는 (언론) 안 봐요. 보면 화나잖아요." (40대 추정 남성 시민)
"보이는 그대로만, 있는 그대로 내보내 줬으면 좋겠어요. … 이런 역할을 언론이 해야 하는데 언론이 제대로 해요?" (광화문 세월호 분향소 여성 자원봉사자)

시민들 "있는 그대로 보여주길"... 언론인 "우리 힘만으로는 한계"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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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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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 참석한 해직언론인 최승호 PD(가운데)가  정영하 전 언론노조MBC본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 참석한 해직언론인 최승호 PD(가운데)가 정영하 전 언론노조MBC본부장과 대화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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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레기'를 만드는 요인에는 언론인들을 탄압하는 언론사 책임도 있다. 이를 방증하듯 이날 문화제에서는 각 언론사 노조원(언론노조 소속)들이 가면을 쓰고 나와 본인 언론사의 상황을 증언했다. 영상을 통해 나온 언론인 중 일부는 징계를 우려해 목소리 변조를 하기도 했다. 다음은 가면 쓴 언론인들의 말이다.

"사실 이런 가면조차도 저는 부담스럽습니다. 제 목소리를 내고 의견을 말한다는 것이 부담스러운 건 사실입니다."
"지금이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땡전 뉴스' 때와 전혀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대통령 제1대선 공약을 정면 비판하는 기사를 계속 보도했는데, 그렇다 보니 국장에게 호출당해서 엄청 혼났죠. 저 같은 경우는 그래서 다른 회사에 (아이템을) 줬어요."

영상에서는 심해진 '자기 검열'과 사내 압박에 대해서 고백하는 언론인들도 있었다.

"열심히 취재했는데, (보도가) 안 되니까 나중에는 아예 '안 해버려야겠다'는 식이 돼버리는 거죠. 열심히 해서 깨진다는 두려움의 문제라면 그래도 해 보자는 생각이 들 텐데, 열심히 해 와도 나가지를 않으니까요."

"요새 주변에서 MBC 뉴스를 누가 보느냐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 자신도 부끄럽고…. 점점 제한이 가해지고 더 센 잣대를 들이대서 못 하게 만드는 경향이 심해졌는데, 최근 1~2년 사이에는 그 전과는 다른 강도로 (압박이) 또 오는 것 같아요."

또 다른 기자는 "이제 기자들 힘만으로는 (언론을) 바꾸는 데 한계가 있는 것 같다"라며 시민들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MBC와 KBS, YTN과 SBS 등 4개 언론사가 건강한 긴장 관계를 이뤘다면, 지금은 아닌 것 같다"는 고백이 이어졌다. 5분가량 진행된 영상은 "이제 가면을 벗을 시간이 됐습니다"라는 문구로 끝났다.

언론노조 측은 "'언론장악'이란 말이 나온 지 벌써 7년째"라며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14년 57위에서 2016년 70위로 떨어졌다"고 알렸다.

이 문화제에서는 7년간 투쟁을 담은 영상 '그들이 없는 언론'도 방영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구본홍 낙하산 사장 저지 투쟁'을 하다가 해고(6명) 등 중징계를 당한 YTN, 김재철 전 MBC 사장 반대 투쟁 및 공정 방송 쟁취 파업을 하다가 해고당한 MBC 등 언론인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안산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라는 오보를 낸 2년 전 4월 16일 당시의 언론도 보였다. 한편 과거 YTN 주주총회 당시, 구본홍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좋은 언론 만들자더니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이 회사에 내 청춘을 바쳤는데 그 결과가 이거냐"라며 눈물 흘리는 YTN 조합원들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언론사는 욕해도 언론인들은 응원해 달라"... 박수로 화답한 시민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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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서 '옥상달빛'이 노래를 하고있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서 '옥상달빛'이 노래를 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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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24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가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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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에는 크라잉넛 외에도 브로콜리 너마저, 옥상달빛, 전인권 밴드 등 음악가들이 함께했다. 이 외에도 해직언론인이 참여한 '해직자 토크',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IN 기자가 나와 20대 국회에 공정 언론을 어떻게 세울지 방안을 모색하는 토크쇼 등을 진행했다. 최명길(더불어민주당), 노회찬(정의당), 김경진(국민의당) 의원도 참석했다.

노회찬 의원은 "오늘날 방송의 상황은 '시일야방성대곡'"이라며 "더 두고 볼 수만은 없어 오게 됐다"고 말했다. MBC 기자 출신인 최명길 의원은 "국민들께서 20대 국회에 좋은 지형을 만들어 주셨는데도 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최선을 다 하겠다"며 "공영방송의 지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덧붙였다.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번 행사에 대해 "언론노동자와 언론 현장을 떠나야 했던 그리운 해고동지들,  그리고 시민들이 함께 공정언론을 향한 열망과 의지를 확인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언론의 주인은 청와대도, 국회도 아닌 시민들"이라며 "그간 열심히 싸웠지만, 한층 더 힘내서 싸우겠다, 함께해 달라"고 말했다.

올해 들어서도 언론의 '불공정 보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폭로된 '백종문 녹취록' 중 "이놈(최승호·박성제)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서 해고를 했다, 나중에 소송하면 그때 받아주면 될 것"이라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발언, 국정홍보채널인 KTV(정부운영 정책전문방송)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방송되는 MBC, KBS 뉴스 또한 그 일부다.

그럼에도 참가자들은 끝내 언론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노종면 전 YTN 앵커는 "언론을 바로 세우려는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가 여기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아직 이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무대에 선 조승호 전 YTN 기자도 "언론사는 욕해도 모니터 뒤 언론인들은 응원해달라"는 부탁을 남겼고, 시민들은 박수로 이에 화답했다.

"일반 시민들이 느끼는 뉴스에 대한 실망, 그 이상으로 저희(언론인들)도 실망이 큽니다. 하지만 모니터 이면을, TV 화면 너머를 봐 주셨으면 합니다. 6.10 민주항쟁 관련 영상은 못 나갔어도 제 후배는 어떻게든 내보내려고 했습니다. 여러분께서 YTN은 욕해도, YTN 노조원들은 응원해주셨으면 하는 게 제 바람입니다." (조승호 전 기자)


태그:#기레기, #공정방송, #해직언론인, #언론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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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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