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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강 내성천이 완전히 풀밭으로 변해버렸네", "모래가 주인인 내성천의 모래입자가 점점 거칠어지고 있구나",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종1급 흰수마자가 내성천에서도 점점 줄어들고 있구나"

위 탄식들처럼 영주댐 건설로 인한 내성천의 생태환경의 변화가 극심한 가운데, 이번 20대 국회에 입성한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상돈 국민의당 최고위원이 보좌진들과 함께 지난 24일 내성천을 찾았다.

영주댐 현장에서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이상돈 의원에게 현장 보고를 하고 있다.
 영주댐 현장에서 수자원공사 관계자가 이상돈 의원에게 현장 보고를 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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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법 전문가인 이상돈 의원은 국회에 들어가기 전부터 보수성향의 학자로서는 아주 드물게 4대강사업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줄기차게 펴왔으며 내성천 문제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상돈 의원의 이번 내성천 방문으로 영주댐 건설로 망가져 가고 있는 국보급 하천 내성천 문제에 실마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이상돈 최고위원 일행의 첫 행선지는 영주댐 현장이었다. 영주댐 현장을 둘러보고 영주댐 건설단 단장으로부터 영주댐 현재의 공정률과 주민 이주 문제, 그리고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모래 유실 문제와 흰수마자 보존대책 문제 등에 대해서 브리핑을 들었다.

수자원공사와 의원실 관계자가 질의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수자원공사와 의원실 관계자가 질의응답을 주고받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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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은 "현재 98%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고, 올 10월 준공을 목표로 제반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번개들' 토지 보상의 꼼수?

간략한 브리핑을 들은 후 내성천에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들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번 내성천 답사일정에 함께한 박용훈 작가(지난 7여 년 동안 내성천을 기록하고 있는 사진가)가 주로 묻고, 영주댐 건설단 단장이 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박용훈(이하 박) : "최근에 댐 담수의 제일 끝부분인 이산면의 '번개들'이 보상에 들어갔다. 공사 처음에는 수자원공사가 번개들의 침수 문제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다가 이제 와서 보상에 들어간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인가?"

단장(이하 단) : "애초에 경상북도와 이 문제에 대해 협의할 때 경상북도에서 농지잠식이 많다고 했다. 그래서 번개들은 보상에 포함하지 말고, 제방 그라우팅과 배수펌프 등을 이용해서 침수대책 수립하려고 하니까, 이후에 주민들의 요구가 있었다. 보상을 안 받으려는 분도 있고, 강하게 이야기하는 분도 있고 해서 최근 보상을 하기로 한 것뿐이다."

영주댐의 전경. 이 댐을 그대로 두고봐야 한단 말인가?
 영주댐의 전경. 이 댐을 그대로 두고봐야 한단 말인가?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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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문제는 아주 민감하다.  공사초기 처음부터 '번개들'의 보상계획이 잡혀있었다면 공사비 전체가 늘어나게 된다. 그렇게 되면 비용이 더 늘어나기 때문에 B/C(비용편익분석)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 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는 B/C분석이 끝난 후, 보상을 하는 것은 수공과 국토부의 꼼수가 아닌가 생각하는 것이다.

주민에게 확인한 바, 번개들의 보상액도 수백 억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즉, 실제 공사초기에 번개들 보상이 계획됐다면 비용편익분석(B/C분석)이 1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수공의 급변한 태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다.

회룡포 환경영향평가, 잘못됐다

질의는 회룡포 문제로 이어졌다.

2009년의 회룡포
 2009년의 회룡포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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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의 회룡포. 모래톱 가장자리 쪽으로 식생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2015년 9월의 회룡포. 모래톱 가장자리 쪽으로 식생이 넓게 자리잡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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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 "애초에 환경영향평가에서는 회룡포에는 영주댐의 영향이 없을 것이라 했는데, 현재  회룡포도 풀(식생)이 들어와 그 원형을 잃어가고 있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 할 것이냐?"

단 : "회룡포는 영주댐으로부터 50㎞ 이상 떨어져 있다. 회룡포는 영주댐의 영향이라 보지 않는다."

영주댐 건설단 단장의 단정이 놀랍다. 그렇다면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모래톱에 풀이 들어오는 육화현상은 내성천 전 영역이 다 그러하다. 댐 공사와 4대강사업의 영향으로 모래가 쓸려내려간 것은 내성천을 자주 찾는 이들이라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마지막 4대강사업인 영주댐 공사와 회룡포의 모래 유실이 관계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수공의 억측으로 읽히는 부분이다.

배수관로 같은 것이 드러나 있다. 원래 모래로 덮혀있어야 하는데 드러났다. 모래 유실이 저만큼 심하게 일어난 것이다.
 배수관로 같은 것이 드러나 있다. 원래 모래로 덮혀있어야 하는데 드러났다. 모래 유실이 저만큼 심하게 일어난 것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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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육화현상, 영주댐 영향 있다

지난주에 방영된 하나뿐인지구 내성천편- "내성천은 자연이고 싶다"에서 제기된 또다른 쟁점 사항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기자(필자) : "수공에서는 그동안 내성천의 육화현상이 영주댐이 아니라 가뭄 탓이라고 주장해왔다. 그 근거로 내세운 것이 영주댐 아래서 내성천과 만나는 내성천의 지류인 서천과 영주댐 20킬로미터 상류 석포교 상하류의 육화현상이다.

그동안 수공에서는 영주댐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은 곳인데 육화현상이 진행된 것으로 봐 내성천의 육화현상은 영주댐의 영향이 아니라 가뭄탓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 하나뿐인지구팀에서는 서천과 석포교 상류에 수많은 보가 건설돼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 중에 몇 개는 최근에 신설한 것도 있었다. 결국 모래강에서 식생(풀)이 들어오는 것은 상류에 보 같은 구조물이 건설되면 나타나는 일반적 경향이란 것이 증명된 것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답할 것인가?"

내성천의 지류인 서천에 놓인 13개의 보, 그 중 4개가 신설된 보인데 이것이 육화현상을 만들었다. 즉, 보가 만들어지면 나타나는 일반적인 변화가 육화현상이라는 것이다.
 내성천의 지류인 서천에 놓인 13개의 보, 그 중 4개가 신설된 보인데 이것이 육화현상을 만들었다. 즉, 보가 만들어지면 나타나는 일반적인 변화가 육화현상이라는 것이다.
ⓒ EB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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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장 : "가뭄 탓만이라고는 안 했다. 댐의 영향도 있고, 가뭄의 영향도 있다고 시종 이야기해왔다."

영주댐의 영향을 인정한 공식 첫 발언이었다. 적어도 기자에겐 말이다. 그동안은 "사실상 댐의 영향이 아니다. 가뭄 탓이다. 이것은 전국적인 경향이다"라면서 다른 토론 자리에서 그동안 수공 측이 보여준 태도와는 사뭇 다른 방식의 대응이었다.

유사조절지와 흰수마자의 생존 문제

유사조절지 문제에 관해서도 고성이 오고갔다. 영주시가 수자원공사와  유사조절지에 쌓이는 모래를 골재 등으로 사용하는 것에 합의한 것은 아닌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애초에 수공도 쌓이는 모래의 일부를 영주시가 골재로 활용할 계획이라 했지만, 이후 내성천 모래유실 문제와 흰수마자 생존 문제가 쟁점이 되니까 영주시의 골재 이야기는 쏙 빼버리고 쌓이는 모래의 일부를 화물차 등으로 실어서 하류로 방류할 수도 있다는 애매한 소리를 흘리고 있는 것이다.

영주댐 상류의 유사조절지. 모래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댐이다.
 영주댐 상류의 유사조절지. 모래를 차단하기 위해 만든 또 하나의 댐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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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내성천에서 모래 문제가 중요하고, 현재 유사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흰수마자에 대해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역시 박용훈 작가가 물었다.

박 : "수몰예정지에서 흰수마자가 안 나온 이유가, 흰수마자가 산란 등을 위해 하류로 내려갔을 것이라고 했는데, 석포교 일대의 흰수마자는 그럼 왜 안 내려간 것인가?"

이 물음에 담당 직원이 대신 답을 했는데 즉답을 못한 채 "제 의견이 아니고, 어류 전문가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전하는 것뿐"이라면서 애매하게 한발 물러섰다.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1급종인 흰수마자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내성천의 깃대종이자 멸종위기1급종인 흰수마자 개체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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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위와 같이 의견을 나눈 후 이상돈 최고위원 일행은 유사조절지와 금강마을 전망대, 선몽대, 회룡포 등 내성천 거의 전 영역을 둘러봤다. 이상돈 최고위원은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 내성천 모습에 개탄했다.
이상돈 "우리는 모래강 내성천을 잃어버렸다"

"2013년 6월에 마지막으로 내성천에 가본 후 3년 만에 다시 왔다. 그런데 이제껏 우리가 알던 내성천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댐 담수 여부에 관계없이 이미 내성천은 철저하게 망가졌다. 마지막 남아 있던, 세계에서도 드문 모래강을 우리는 잃어버렸다."

금강마을 주민들은 이상돈 의원을 만나 이주단지에서 평은면 사무소까지 들어가는 신설교랑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금강마을 주민들은 이상돈 의원을 만나 이주단지에서 평은면 사무소까지 들어가는 신설교랑의 필요성을 강하게 역설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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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돈 의원은 금강마을 주민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민들이 이주한) 평은면사무소 쪽으로 이동하려면 새로운 다리가 필요하다는 민원도 함께 들었다. 주민들은 "수공에서 만들 길로 가려면 40분 이상이나 걸린다. 어떻게 길을 그런 식으로 밖에 내어줄 수 없냐"며 거칠게 항의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들은 후 이상돈 의원은 수공보다 오히려 영주시의 태도에 대해 일갈했다.

"영주시가 왜 그렇게 쉽게 영주댐을 허용했는지 모를 일이다. 4대강과는 달리 이곳에는 529세대의 수몰민이 생기는 일인데, 주민들의 생존 문제를 생각하면 그렇게 쉽게 생각할 문제가 아닌데 영주시의 무책임한 행정이 정말 문제다."

국가명승지 선몽대가 망가진 현장에서 이상돈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국가명승지 선몽대가 망가진 현장에서 이상돈 의원이 생각에 잠겨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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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그는 선몽대와 회룡포를 둘러보고 "회룡포 모래상실 문제, 흰수마자 문제는 환경영향평가가 얼마나 허술하고 정직하지 않은지 보여주는 또 다른 증거"라고 지적했다.

단장의 브리핑에서처럼 영주댐은 이미 거의 완공이 임박했다. 10월 말 준공예정이라 밝히고도 있다. 이제 담수를 언제 하느냐는 문제만 남은 것 같다. 댐에 물을 채우기 시작하면 돌이킬 수 없다.

과연 내성천을 이대로 수장시키고 말 것인가? 지구별 유일의 하천 내성천이 영주댐 담수 전임에도 그 모습을 점점 잃어가고 있다. 이 문제의 원인부터 밝혀야 한다. 이번 이상돈 최고위원의 방문으로 새로운 해법이 제시되길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7여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의 4대강사업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태그:#내성천, #이상돈, #영주댐, #회룡포, #흰수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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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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