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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이 몰아치는 바닷가. 이런 날씨라면 도보여행이 불가하다. 봄도 별로다. 황사가 심해서. 여름은 너무 덥고 장마는 더 곤란하다. 가을은 너무 짧기만 하며 추운 겨울은 지치도록 길다.
 태풍이 몰아치는 바닷가. 이런 날씨라면 도보여행이 불가하다. 봄도 별로다. 황사가 심해서. 여름은 너무 덥고 장마는 더 곤란하다. 가을은 너무 짧기만 하며 추운 겨울은 지치도록 길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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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기후를 가지고 있다, 고 초등학교 때부터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더스틴 같은 외국인을 만나면 말한다.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라고. 그게 무슨 대단한 자랑이라도 된다는 것처럼.

그래. 사계절이 뚜렷하니 봄에는 딸기를, 여름에는 수박을, 가을에는 포도를, 겨울에는 군고구마(?)를 즐길 수 있다. 멍하니 있다가도 아니 벌써 겨울이야? 하는 생각에 한해가 거의 저물어감에도 전혀 늘지 않은 통장 잔액을 확인하며 자기 자신을 채찍질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단점도 있다. 봄은 황사가 심하며 여름의 반은 불쾌한 장마철이고 그나마 좀 견딜만한 가을은 너무 짧기만 하며 그 뒤에 오는 추운 겨울은 지치도록 길다.

계절이 네 개나 되고 저마다의 계절의 성격이 너무나 확고한 한국의 기후 덕에 우리가 국토종단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시기는 극도로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야영할 생각에 텐트까지 들고 가는 여행이니 날이 너무 추우면 곤란하다. 따라서 12월부터 2월까지의 겨울은 제외. 하루 반나절 이상을 걸어야 하는 여행이니 해가 너무 뜨겁거나 기온이 너무 높으면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장마는 더 곤란하다. 따라서 6월부터 8월까지의 여름도 제외.

3월에서 5월 사이의 봄날에 여행을 떠나는 것도 괜찮겠지만, 황사가 심해 몸에 무리가 올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미 여름이 와 버린지라 봄에 여행을 떠나려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고로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늦여름에서 초겨울, 즉 8월 말에서 11월 사이뿐이다.

국토를 종단하는 수많은 방법, 우리의 선택은?

 하루 반나절 이상을 걸어야 하는 여행이니 해가 너무 뜨겁거나 기온이 너무 높으면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
 하루 반나절 이상을 걸어야 하는 여행이니 해가 너무 뜨겁거나 기온이 너무 높으면 몸에 이상이 올 수 있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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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기와 기간은 8월 말부터 11월 사이의 두세 달로 정해질 수밖에 없지만 선택할 수 있는 경로는 무한대다. 북에서 남으로 걸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남에서 북으로 걸을 수도 있다. 서북에서 동남으로 걷거나 북에서 남으로 걷다가 남쪽의 끝에서 동, 혹은 서로 꺾을 수도 있다. 대각선으로 걸을 수도 있다. 지그재그로 걸을 수도 있다. 서울에서 떠날 수도 있지만 마음이 내키는 아무 곳으로나 가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국토종단 여행을 했다는 사람들의 수기를 찾아봤다. 1번 국도만 따라 걸었다는 사람도 있고 동해 해안선을 따라 걸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해남 땅끝마을까지 걸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강원도 고성에서 전라남도 해남으로, 대각선 방향으로 걷는 사람도 있었다. 경로는 크게 세 가지로 추려졌다.

첫째, 동쪽 해안선을 따라가는 일명 해파랑길. 강원도 고성에서 부산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우리가 걷고 싶은 이상적인 길은 작은 시골 마을을 거쳐 가는 길인데, 어느 신문 기사에선가 해파랑길이 바로 그런 길이라고 읽은 적이 있다. 대한민국 전도에 해파랑길을 따라갈 경우 거쳐 가게 되는 도시들을 찍고 하나씩 연결해봤다. 고성에서 시작해 속초, 양양, 강릉, 삼척, 동해, 울진, 영덕, 경주, 울산, 부산까지 이어진 길은 다음으로 사천, 광양, 벌교, 장흥, 강진을 거쳐 땅끝에 이른다. 길이는 850km.

강원도와 경상도, 전라도까지 두루 거치는 길인 데다가 도보 길로 정해진 길이라 길 중간중간에 다음 경로를 모색하거나 꼼꼼하게 길을 찾을 필요 없이 정해진 길만 따라가면 된다. 단점은 길이 너무 바다에만 치중되어 있다는 것. 바다를 보는 것도 좋지만 산도, 논밭도 보고 싶다. 정해진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는 점도 마음에 안 들고…. 패스.

둘째, 서해안을 따라가는 길. 서울에서 출발해 땅끝마을인 전라남도 해남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북에서 남으로 직진해 걷는 길이기 때문에 거리는 600km로 상대적으로 짧다. 쉬지 않고 걸으면 20일이면 걸을 수 있다. 보름 만에 돌파했다는 사람도 있다. 서북쪽인 임진각을 시작으로 파주와 고양을 거쳐 서울을 지난 후 과천, 수원, 안중, 예산, 청양, 외산, 군산, 부안, 고창, 영광, 함평, 영암을 걷다 땅끝에 이른다.

서해안에 가까운 길이지만 길을 걷는 내내 바다를 보는 건 아니고, 걷다가 바다가 보고 싶다면 서쪽을 향해 걸으면 그만이라는 자유가 있다. 서울과 경기도권을 제외하면 큰 도시는 많이 거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걷고 싶은 작고 소박한 마을도 많이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단점은 길이가 짧다는 거다. 아무리 천천히 걸어도 한 달이면 도착할 거리라 길고, 힘들고, 쓸데없는 여행이라는 우리의 목적 중 '긴' 여행을 포기해야 한다.

 대한민국 전도에 점을 찍어봤다.
 대한민국 전도에 점을 찍어봤다.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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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강원도 고성에서 전라남도 해남까지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여태껏 읽어 본 국토종단 수기를 쓴 사람 대부분이 이 경로를 따랐다. 걸어서 닿을 수 있는 최북단, 최남단인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와 땅끝마을인 해남을 대각선으로 잇는 길이다.

강원도 고성 통일 전망대에서 시작한 길은 속초, 양양, 강릉, 대관령, 장평, 평창 등 강원도 지역을 거쳐 제천, 괴산이 있는 충청도를 지난 후 문경, 상주, 김천, 거창, 함양 등의 경상도 지역을 지난다. 남원, 순창, 담양, 광주, 나주, 영암, 강진 등 전라도 남쪽 마을을 두루 지난 길은 해남 땅끝마을에서 끝난다. 700km의 여정이다. 최북단과 최남단을 잇는다는 것이 마음에 들고 대각선으로 걸으며 동해안부터 남해안, 내륙지역, 경상도와 전라도 등 다양한 길을 거쳐 간다는 것도 마음에 든다.

하나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면 국토종단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선택하는 경로라는 거다. 그게 어때서? 라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나는 관심있던 책도 베스트셀러가 되면 읽기 싫어지고 좋아하던 연예인도 인기가 많아지면 흥미가 사라지는 꼬인 인간인지라….

그 밖에 강원도 철원에서 전라도 나로로 한반도의 정가운데를 북-남으로 통과해 걷는 길이 있다. 철원, 춘천, 홍천, 횡성의 강원도 지역을 지나 제천, 단양의 충청도를 지난 후 문경, 상주, 김천, 거창, 함양, 구례의 경상도를 거쳐 전라도인 벌교, 고흥, 나로로 이어지는 650km의 길이다. 거쳐 가는 지역은 마음에 들지만 아무래도 해안가를 전혀 거치치 않는 건 아쉽다.

단양까지 가다가 동해안으로 빠지는 길도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전도에 단양까지 이어지는 길을 잇다가 문경이 아닌 안동으로 빠지는 길을 멋대로 이어봤다. 안동에서 경주를 거쳐 울산으로 간 후, 울산에서부터는 해파랑길을 따라 부산으로 내려갈 수 있다. 800km의 거리다. 내륙과 바다를 두루 걸을 수 있다. 무엇보다 정해진 경로이거나 누가 걸어본 경로가 아니라 우리 멋대로 짠 경로라는 게 마음에 든다.

시기는 8월 말에서 11월 사이의 두세 달. 철원 출발, 부산 도착. 나름의 계획과 목표와 미션이 정해졌다.

이제 주변을 정리하자. 떠나자.

 이제 주변을 정리하자. 떠나자.
 이제 주변을 정리하자. 떠나자.
ⓒ 이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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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한 부부의 히말라야 여행,' '불량한 부부의 불량한 여행 - 인도편'을 썼습니다.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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