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세번째 DL에 오른 추신수(출처:텍사스 구단 SNS)

시즌 세번째 DL에 오른 추신수(출처:텍사스 구단 SNS) ⓒ 텍사스 레인저스


올 시즌에만 벌써 세 번째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추신수(텍사스)의 행보가 국내 팬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추신수는 24일 현재 올 시즌 팀이 치른 98경기 중 고작 33경기 출전에 그쳤다. 성적도 타율 2할 6푼에 7홈런, 17타점. 텍사스는 AL 서부지구 1위를 달리고 있지만, 추신수의 기여도는 미미하다.

더구나 팀이 최근 10경기에서 2승 8패에 그치며 하향세를 보이는 가운데, 팀에서 가장 많은 연봉을 받는 베테랑 선수 중 한 명인 추신수는 계속해서 결장을 거듭하며 팬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참고로 텍사스는 추신수에게 2020년까지 평균 2000만 달러가 넘는 연봉을 지급해야 한다.

미국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 등 텍사스 지역 언론들은 "추신수가 2014년 텍사스 입단 후 잦은 부상으로 겨우 305경기에 출전했다"고 지적하며 추신수의 몸 상태와 장기계약의 효율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제기했다.

텍사스 언론, 추신수 장기계약에 회의적

또한 추신수와 마찬가지로 역시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고 있는 프린스 필더 역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필더는 올 시즌 89경기에 출장하고 있는 낫지만 2할대 초반에 그치는 빈타에 홈런도 8개에 그치고 있다. 부상으로 경기 자체를 좀처럼 못나서는 추신수와 경기에는 나서지만, 성적이 나오지 않는 필더 중 누가 더 진정한 먹튀인지는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추신수와 필더는 모두 팀 내 1, 2위를 다투는 장기계약의 고액연봉자들이자, 스캇 보라스라는 같은 에이전트를 둔 고객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두 선수 모두 텍사스에 입단한 2014년 이후 잦은 부상과 부진에 시달리며 고전하고 있다. 텍사스 언론들은 "앞으로 스캇 보라스가 담당하는 FA 선수들과는 장기계약을 주의해야 한다"며 이들의 영입을 주도한 존 대니얼스 단장의 판단을 비꼬기도 했다.

가장 큰 문제는 결국 내구성이다. 추신수는 그간 몸 상태에 큰 문제만 없으면 항상 일정 수준의 성적을 보장하는 꾸준한 선수로 꼽혔다. FA 자격획득 직전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낸 신시내티에서의 2013년이나, 텍사스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2015년 후반기 등이 대표적이다.

추신수, 박찬호와의 묘한 평행이론

시구하는 박찬호 지난 2015년 11월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경기 시작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박찬호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시구하는 박찬호 지난 2015년 11월 8일 오후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돔에서 열린 2015 WBSC 프리미어 12 한국-일본 개막 경기. 경기 시작에 앞서 시구자로 나선 박찬호가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추신수는 텍사스 이적 전까지만 해도 부상이 잦은 선수가 아니었다. 풀타임 메이저리그로 자리 잡은 이후 음주운전 파문과 사구로 인한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했던 2011년 정도를 제외하면 평균 150경기 이상을 소화하던 선수였다. 추신수가 텍사스와 FA 대박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도 꾸준한 기량만큼이나 내구성에 대한 부분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30대를 넘은 베테랑 선수와는 고액의 장기계약이 위험하다는 것은 메이저리그 FA 시장에서 불문율처럼 꼽힌다. 최근에도 라이언 하워드(필라델피아)나 트로이 툴로위츠키(토론토), 앨버트 푸홀스(LA 에인절스), 칼 크로포드(전 다저스)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추신수는 원조 메이저리거이자 텍사스 대선배이기도 한 박찬호와 달갑지 않은 평행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나이와 활약했던 시대, 투수와 타자로서 서로 다른 환경에서 야구를 했던 두 선수이지만 묘하게 공통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어린 나이에 미국 무대로 진출하여 마이너리그를 거치며 인고의 시간을 거쳐 성공한 베테랑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았다. FA 대박으로 인생역전에 성공했지만 이후 끊임없는 부상에 시달리며 커리어 후반기에 오점을 남기고 있다는 것도 비슷하다. 심지어 에이전트가 모두 스캇 보라스였고, 그들에게 FA 대박을 안긴 '희생양'이 텍사스였다는 것도 동일하다.

박찬호와 추신수에 대한 평가는 모두 텍사스와의 대형 FA 계약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박찬호는 97년부터 2001년까지 LA 다저스에서 5년 연속 30경기 이상을 꾸준히 선발 등판했고 평균 13승 이상을 연속으로 기록하며 리그를 대표하는 정상급 선발투수였다.

하지만 텍사스 이적 이후에는 고질적인 허리부상에 시달리며 슬럼프에 빠졌고 끝내 명예회복과 계약 기간을 채우는 데 실패하며 트레이드로 인연을 마감했다. 박찬호는 이후 샌디에이고와 다저스, 필라델피아 등을 거치며 불펜투수로 재기했지만 끝내 전성기의 기량을 다시 회복하지는 못했다.

박찬호의 '한국식' 희생, '최악 먹튀' 사례만 됐다

박찬호는 다저스 시절 부상을 숨기고 경기출전을 강행한 것이 독으로 돌아왔다. 박찬호는 웬만해서는 잔 부상을 참고 경기를 뛰는 것이 팀을 위한 희생이라는 한국식 마인드로 생각했지만, 훗날 텍사스에서 부상이 악화된 이후에는 'FA 계약을 위하여 부상을 숨겼다'는 비난의 역풍을 맞아야 했다. 박찬호는 지금도 메이저리그 최악의 FA 계약이자 '먹튀'를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사례로 회자된다.

추신수 역시 텍사스 이적 이후 첫 시즌에 팀을 위하여 부상을 참고 경기출전을 강행한 것이 장기적으로는 독이 되었다. 박찬호가 허리와 햄스트링 부위에 고질적인 부상에 시달렸다면 추신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부상의 범위가 넓고 다양해지며 점점 유리 몸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지적이 우려를 자아낸다. 최근 1년만 해도 팔꿈치, 손, 발목, 허리 등을 돌아가며 다쳤다.

시범경기만 해도 최고의 몸 상태를 보여줬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안타까운 대목이다. 결국, 부상만 없었다면 지난해 하반기처럼 좋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다는 의미지만 바꿔말하면 부상 없이 경기에 꾸준히 출전하는 것도 실력의 일부분이다. 잔 부상은 다른 야구 선수들도 일상적인 경우지만, 추신수는 해가 갈수록 부상으로 인한 결장 빈도가 더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몸값을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다.

추신수는 아직 텍사스와의 계약이 4년 이상 더 남아있다. 추신수의 나이도 어느덧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가운데, 잔부상과 노쇠화에 대한 우려는 해가 갈수록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국내 팬들이나 텍사스 입장에서는 박찬호의 흑역사 데자뷰를 떠오르게 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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