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죽어가는 딸 앞에서 삼성이 '이걸로 끝내자'고 딸의 병원비로 내민 500만 원…. 치료비가 없어 그걸 뿌리치지 못해 눈물 흘린 유미 아빠 황상기씨는 9년 동안 삼성과 세상을 향해 삼성반도체 공장 노동자들이 처한 실상과 산재 사망을 알려왔다.

삼성이 온갖 수작으로 은폐하려 했지만 76명의 죽음이 드러났다. 그러나 삼성은 반성은커녕 세상을 조롱하고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이 회사의 비호하에 아무렇지도 않게 벌인 불법 성매매 (의혹) 뉴스를 보면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영상 속에서) 성매매 추정 여성에게 건넨 500만 원…. 유미 아빠에게 삼성이 건넨 500만 원은 조롱의 돈이다."

지난 21일 <뉴스타파>가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의 불법 성매매 의혹 뉴스를 보도해 파문이 이는 가운데, 삼성 반도체 직업병 피해자들과 함께 하는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활동가가 쓴 글이 눈길을 끈다.

반올림 상근활동가인 이종란 노무사는 23일 오후 본인 페이스북에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뉴스를 언급하며 이같이 썼다. 이 글에 등장하는 '유미'는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2007년 3월 급성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당시 23세)씨를 가리킨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왼쪽)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오른쪽).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2007년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황유미씨(왼쪽)와, 그의 아버지 황상기씨(오른쪽).
ⓒ 반올림

관련사진보기


2007년 당시 딸 유미씨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아버지 황상기씨는 또 다른 피해자들을 찾아다녔고, 이는 현재 '반올림'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됐다. 고 황유미씨와 황상기씨의 이런 사연은 2014년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통해 자세히 알려졌다.

황상기씨는 앞서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 한 인터뷰에서도 같은 내용을 언급한 바 있다.

"(삼성 측에서) 돈이 500만 원 이것밖에 없으니까 이것만 받고 말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돈이 넉넉히 있었으면 그 돈 안 받고 거기서 싸우고 싶었는데. 치료할 돈이 없어서 그 돈 500만 원을 받았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뉴스타파>가 공개한 성매매 의혹 뉴스에 따르면 이건희 삼성 회장이 당시 여성들에게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비용을 지급한 것으로 추정돼, 이 노무사가 참담한 심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관련 기사: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동영상 공개 파문 http://omn.kr/kghi).

이 노무사는 "직업병 문제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고 보상하라는 우리들의 외침이 그들에겐 얼마나 유치하고 우습게 보일까. 지금도 요양병원과 무균실에서, 암 병동에서 투병 중인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이 이 뉴스를 접한다면 얼마나 마음이 무너져 내릴까"라고 썼다.

그러면서 그는 "삼성은 스스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 삼성의 자정능력은 기대할 수 없다"라며 "삼성이 직업병 문제에 책임 있게 임할 때까지 노숙농성을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노무사 "병원에서 삼성 뉴스 접한 피해자들 마음은 어떻겠나"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숨을 거둔 고 황유미 씨 사연을 계기로 출범했다. 반올림에서 제보받은 피해자 수만 220명이 넘었고, 그중 76명이 중병으로 사망했다.
▲ 반올림 반올림은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공장에서 일하다가 급성 백혈병에 걸려 2007년 숨을 거둔 고 황유미 씨 사연을 계기로 출범했다. 반올림에서 제보받은 피해자 수만 220명이 넘었고, 그중 76명이 중병으로 사망했다.
ⓒ 임안섭

관련사진보기


2016년 7월 23일 현재 '반올림'에 따르면 여기에 제보된 반도체 피해자는 223명이며, 피해 사망자 수는 76명이다. 이 중 산업재해로 인정받은 피해자는 11명에 불과하다고 한다.

현재 피해자 가족 등 반올림 관계자들은 서울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삼성전자 홍보관 인근)에서 삼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촉구하며 295일째 노숙농성 중이다. 오는 28일 목요일 오후 7시 농성장에서는 농성 300일 맞이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한편 2014년 5월 삼성전자가 반도체 직업병 피해와 관련해 해결 의지를 밝히면서 같은 해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가 꾸려졌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족대책위원회-반올림 등 3개 교섭주체는 지난 1월 삼성 직업병 사태 3대 쟁점(재해예방, 사과, 보상) 중 재발방지대책 부분에 합의했다. 그러나 사과와 보상, 나머지 두 가지 의제는 미합의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올림 측은 삼성전자가 3자 합의보다 개별 보상에 나선 것을 지적하며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반올림은 7월 28일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에서 농성 300일을 맞아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 300일 문화제 반올림은 7월 28일 강남역 8번 출구 앞 농성장에서 농성 300일을 맞아 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 반올림

관련사진보기




태그:#이건희 회장, #성매매 의혹, #삼성 백혈병
댓글3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2,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