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눈송이 모습을 한 판씩 떠서 이어붙인 뜨개이불
 눈송이 모습을 한 판씩 떠서 이어붙인 뜨개이불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곁님이 뜨개이불을 마무리짓습니다. 조금 더 크게 떠서 마무리를 짓고 싶었다지만, 더 크게 하면 너무 무거워진다고 합니다. 한 땀씩 천천히 떠서 빚은 뜨개이불을 마무리짓기까지 한 달 가까이 걸렸습니다.

손수 짓는 살림을 생각하면서 옷이나 이불을 우리 손으로 이루어 보자는 뜻을 품습니다. 손수 짓는 살림은 한꺼번에 이루지 못합니다. 언제나 천천히 하나씩 이룹니다. 더욱이 손으로 뜨개질이나 바느질을 해서 얻는 옷 한 벌이나 이불 한 채란, 퍽 긴 나날을 들이고 오랜 품을 바쳐야 해요.

작은 눈송이를 뜬다.
 작은 눈송이를 뜬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여러 빛깔을 섞어서 뜨기에 여러 빛실을 책상에 올린다.
 여러 빛깔을 섞어서 뜨기에 여러 빛실을 책상에 올린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한 판씩 마무리짓는 데에도 품이 많이 든다.
 한 판씩 마무리짓는 데에도 품이 많이 든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한 달 동안 뜨개를 해서 이불 한 채를 얻는다면, 이 이불은 얼마쯤 되는 값을 붙일 만할까요?

나는 예전에 이 대목을 미처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이를테면 돗자리나 양탄자가 있어요. 돗자리나 양탄자 하나를 이루자면 그야말로 긴 나날과 오랜 품이 들지요. 우리가 오직 돈으로 돗자리나 양탄자를 장만한다고 하면 얼마쯤 되는 값을 치러야 '돗자리 지은 사람'이나 '양탄자 지은 사람'이 바친 땀에 걸맞다고 할 만할는지요.

뜨개이불을 마무리지은 아침에, 아이들한테 보여준다.
 뜨개이불을 마무리지은 아침에, 아이들한테 보여준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물에 담가서 빨래를 하기
 물에 담가서 빨래를 하기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하루 내내 뜨개를 해서 한 달을 바치는 뜨개이불 하나를 얻는 일은 고지식할까요? 아니면, 어리석을까요? 또는, 바보스러울까요? 그런데 면실로 한 땀 두 땀 석 땀 넉 땀 찬찬히 들여서 짓는 이 뜨개이불은 '우리 살림'이 됩니다.

두고두고 누리면서 즐거울 살림이 됩니다. 앞으로 이 뜨개이불은 아이들이 물려받을 수 있습니다. 너무 낡으면 다시 흙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너무 낡더라도, 군데군데 낡은 곳만 잘라내어 새로 뜨개를 해서 이을 수 있습니다.

곁님이 뜨개이불을 밤새 마무리지은 뒤 아침에 아이들을 부릅니다. 아이들은 뜨개이불을 뒤집어쓰면서 신납니다. 뜨개질을 마쳤으니 물에 담가서 빨래를 합니다. 뜨끈뜨끈 좋은 여름볕에 말립니다. 마당에 뜨개이불을 말리려고 펼쳤더니 어느새 두 아이는 이불빨래 밑에 슬금슬금 들어갑니다.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널기
 빨래를 마치고 마당에 널기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한 땀씩 스민 손길을 읽는다.
 한 땀씩 스민 손길을 읽는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여러 빛깔로 새로운 눈송이가 빛난다.
 여러 빛깔로 새로운 눈송이가 빛난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집이야! 여기 우리 집이야!"

두 아이는 이불빨래가 마르는 빨랫대 안쪽을 조그마한 놀이집으로 삼아서 그늘도 누리고 놀이도 누립니다. 뜨개이불 한 채 손수 짓기를 마친 곁님은 이제 새로운 뜨개로 나아갑니다. 잘했다고 북돋우면서 꼬옥 안아 줍니다.

'집놀이'를 하는 두 아이.
 '집놀이'를 하는 두 아이.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살림을 짓는 즐거움을 생각합니다.
 살림을 짓는 즐거움을 생각합니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이불로는 나중에 쓰기로 하고, 먼저 마루에 깔아 본다.
 이불로는 나중에 쓰기로 하고, 먼저 마루에 깔아 본다.
ⓒ 최종규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전남 고흥에서 '사진책도서관+한국말사전 배움터'인 '숲노래'를 꾸립니다. (http://blog.naver.com/hbooklove)



태그:#시골노래, #뜨개이불, #살림짓기, #삶노래, #뜨개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