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농림축산식품부가 봉하마을 들판을 농업진흥구역에서 해제시키겠다는 것은 경지정리가 안 되어 농사가 어렵고 보전가치가 없어서가 아니라, 봉하마을의 친환경생태농업을 더 이상 지속·발전하지 못하게 방해 내지 저지시키고자 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인 친환경생태농업을 실천해 오고 있는 농업회사법인 '봉하마을' 김정호 대표이사가 한 말이다. 농림부가 봉하 들판을 '농업진흥구역 해제' 대상에 포함시키자 그 부당성을 지적하고 나섰다.

경남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과 들판 전경.
 경남 김해 진영읍 본산리 봉하마을과 들판 전경.
ⓒ 영농법인 봉하마을

관련사진보기


농림부, 6월 해제 대상지 정해 주민열람 과정

농림부는 규제 완화 차원에서 지난해 한국농어촌공사에 농업진흥구역 실태조사를 벌였고, 지난해 말 농업진흥구역 관리방안을 마련했다. 농림부는 지난 6월 해제 대상지를 정해 주민열람 과정을 진행했다.

정부가 밝힌 농업진흥구역 해제 기준은 '여건 변화로 3ha 이하 자투리 지역이나 홀로 남은 농업진흥구역', '도시지역 내 경지정리가 되지 않아 농업적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 '혁신도시와 산업도시 편입으로 제외 대상인 지역' 등이다.

농림부는 김해지역 496.7ha를 해제 대상으로 잡았는데, 이 중에 진영읍 본산리 봉하 들판이 포함됐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진 뒤, 재검토 제안이 있었고, 농림부는 95.6ha에 대해 8월말까지 해제 유보했다.

농업진흥지역은 아무런 건축행위를 할 수 없는데, 해제되면 건폐율 20% 내에서 농업용 시설 등을 지을 수 있는 농지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일정 정도 땅값 상승이 있을 수 있다.

상당수 봉하들판 토지 소유자들은 농업진흥구역 해제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봉하들판 토지 소유자는 197명으로, 김해시민이 131명이고 66명은 외지인이다. 농업진흥구역 해제를 바라는 토지 소유자들은 대책위를 구성해 '해제 촉구 서명'을 받아 정부에 제출할 예정이다.

김해시는 오는 28일 진영읍사무소에서 토지 소유자를 대상으로 의견 수렴할 예정이다.

친환경생태농업 자랑거리 ... 농업용수도 해결

봉하들판이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되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 귀향 이후 '성공적'으로 정착한 친환경생태농업을 못할 수도 있다. 노 전 대통령은 2008년 귀향 뒤부터 봉하들판에서 벼농사를 지을 때 오리농법을 선보였다.

현재 봉하들판는 김해는 물론 경남의 가장 대표적인 '친환경 생태농업단지'다. 지금은 봉화산과 화포천 유역의 5개 마을, 4개 작목반이 125ha(37만평)의 농경지에서 친환경 생태농업을 하고 있다.

그동안 이곳을 친환경 생태농업단지로 만들기 위한 투자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고질적인 농업용수 확보난을 해결했다. 낙동강 원수를 공급하는 수로공사를 국비사업으로 해결한 것이다.

2012년에는 봉하마을 복합가공센터와 바이오센터 건립사업이 경남도․김해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추진되었다. 영농법인 봉하마을은 '봉하쌀'을 생산해 전국에 시판하고 있으며, '봉하막걸리' 등 다양한 (가공)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또 봉하들판과 화포천은 생태적으로 중요하다. 2014년 3월 일본 도요오카에서 방사한 황새(천연기념물 199호)가 이곳에 찾아오기도 했다.

노무현재단은 생태환경․농업 체험 행사를 계속 열고 있다. 주로 어린이와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제비탐사, 모내기, 밀사리, 반딧불이 관찰, 농생물 조사, 벼 수확, 철새 관찰 등이다.

"친환경 봉하쌀은 전국 명품 브랜드"

김정호 대표는 26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봉하마을 농경지는 농업진흥구역으로 보호해야 하고, 농업진흥구역 해제는 터무니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6월 농림부가 봉하 들판 전체 농경지를 농업진흥구역 해제 대상에 포함하는 발표를 했다. 다들 뒤통수를 쎄게 맞은 것처럼 깜짝 놀랐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님 귀향 이래 9년째 친환경 생태농업단지로 지정되어, 이제는 경남과 김해의 자랑거리이자 상징적인 들판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친환경 봉하쌀이라는 전국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은 지 꽤 오래 되었기에, 봉하 들판이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적인 들녘별 경영체로 인정받아 전국에서 견학오기도 하고, 대표적인 친환경농업 선진지"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런 들판을 이제 더 이상 농업진흥지역으로 보전가치가 없어 개발한다는 판정을 믿을 수가 없다"며 "단지 쌀수급조절용으로 재배면적 축소를 위한 농업진흥지역 해제 대상에 봉하 들판을 포함시킬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말했다.

2016년 7월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2016년 7월 23일, 경남 김해 진영읍 봉하마을과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
ⓒ 윤성효

관련사진보기


김해시는 이런 사실을 알았을까? 김 대표는 "김해시 농업기술센터는 봉하마을 농경지가 농업진흥구역 해제대상에 포함된 것을 사전에 몰랐다고 한다"며 "농림부로부터 해제대상을 통보를 받아 공람 절차만 진행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김해시는 농업진흥구역 대상지에 대한 공람절차를 진행하라고 통보받은 후 실무자들이 여과하지 못한 것은 단순한 실수라고 인정하고 있지만, 이미 농림부에서 선정한 뒤의 일이고 해제대상지역을 선정하는 데 김해시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해제 대상지역 선정은 농립부가 했다는 것. 김정호 대표는 "농업진흥구역 해제대상 선정작업은 이미 1년 전부터 농림부가 주도하여 농어촌공사에 용역을 주어 비밀리에 사전조사와 대상지역의 선정작업을 해왔다"며 "이 진행과정에 지방자치단체의 실무담당자들의 집체교육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주지도 않았고 절대보안유지를 지시받아 대상지역 이해당사자와 사전공유나 협의 같은 것은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김해시의 공람절차는 농림부의 지시대로 지방자치단체에서 급하게 요식행위에 불과했을 뿐 선정과정과 절차가 비밀리에 일방적으로 진행되었고 농림부가 마치 군사작전 하듯이 농업진흥구역 해제를 발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경지정리 구역은 일부, 어처구니 없다"

봉하마을의 '미경지정리 구역'에 대해, 김정호 대표는 '어처구니가 없다'고 했다.

그는 "봉하마을을 한 번이라도 방문해보신 분들은 마을 앞 들판은 900평당 1구역씩 네모 반듯하게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며 "그런데 이곳이 미경지정리 구역이라니, 인정할 수 없다. 물론 철길 쪽 뱀산 모퉁이에 위치한 일부 논들은 지형적으로 곡각지이고 논이 세분화 되어 경지정리가 어려운 곳이 있지만 마을 전체 농경지로 보면 작다"고 말했다.

그는 "단지 농어촌공사의 '서류상 공부'에만 미경지정리구역으로 남아 있을 뿐 실제로는 경작자들이 자발적으로 경지정리를 이미 대부분 해온 곳"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농어촌공사가 국가예산 80억 원 이상을 들여서 2008~2010년까지 봉하마을 지표수 보강공사를 직접 실시하여 지금은 낙동강 원수를 봉하마을 들판의 농업용수로 공급하고, 농로도 포장을 해서 농작업의 기계화가 가능한 우량농지로서 농업진흥구역으로 보전가치가 매우 높다"며 "이러한 사실을 김해시는 물론 경남도와 농어촌공사가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님 귀향 이후 친환경 생태농업단지가 되고부터는 경작자들에 의해 자율적인 작답을 통해 실질적인 경지정리가 이루어져 왔다"며 "농어촌공사가 친환경 농업을 위해 고질적인 농업용수 확보난도 낙동강 원수를 공급하는 수로공사를 국비사업으로 해주어서 농업용수와 농로 문제도 근본적으로 해결 되었다"고 설명했다.

"국가적 차원의 경관 보호 더욱 필요"

김 정호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봉하마을에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전직 대통령의 생가, 사저, 묘역이 한 곳에 집중되어 있고 특히 국가보존묘역 1호인 노무현 대통령 묘역참배 등을 위해 연간 70만 명 이상의 내·외국인들이 방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노무현 대통령 묘역을 중심으로 한 생태문화공원이 조성되었고 사저 개방을 준비하고 있다"며 "지난 5월에는 한 달 동안 무려 2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이 다녀가셨다. 앞으로 사저 개방과 함께 대통령 기념관 건립사업도 추진하고 있어 보다 많은 방문객들이 오실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정호 대표는 "봉하마을과 들판은 경남의 대표적 역사문화, 생태 관광지로서 국가적 차원에서 경관보호가 더욱 필요한 실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농림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김 대표는 "봉하마을 들판은 여러 모로 농업진흥구역으로 적극 보전하고 더욱 지원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이에 역행해서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시키고자 하는 농림부의 처사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의 유지에 따라 봉하마을 주변의 어려운 환경과 여건을 극복해 왔다"며 "올해로 친환경 생태농업 9년째, 겨우 생산기반이 잡히고 생태농업단지가 안정화 되었다. 그런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쪽박을 깨지는 말아야 할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김정호 대표는 "봉하마을에서 노무현대통령의 유업인 친환경 생태농업이든 묘역공원화와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이러한 추모․기념사업이 추진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국민들이 더욱 많이 봉하마을을 방문하게 될 것은 자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박근혜정권과 그 하수인, 농축산식품부가 교묘하게 농업진흥구역 해제대상에 봉하마을 들판을 끼어넣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며 "봉하마을에서 모든 추모사업의 기반이 되는 친환경 생태농업을 흔들어 이를 방해, 저지시키고자 하는 의도가 없었다면 도무지 납득이 안되는 조처다"고 덧붙였다.

김정호 대표는 "적어도 농업진흥구역 해제나 개발을 찬성하는 지주들과 농업진흥지역 보존이나 친환경 생태농업의 지속을 바라는 노무현재단과 농업회사법인을 이간질시키고, 서로 대립과 갈등을 야기할 얄팍한 의도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며 "이런 의심이 기우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태그:#봉하마을, #농업진흥구역, #봉하쌀
댓글1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