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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들간의 간담회가 열리기 전 투쟁위원들과 국방부 관계자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과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원들간의 간담회가 열리기 전 투쟁위원들과 국방부 관계자 등이 자리에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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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사드 배치지역으로 결정된 성주군청을 찾아 주민들에게 사과하고 성산포대 대신 제3의 후보지를 거론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났다.

한 장관과 성주사드배치철회투쟁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약 2시간 정도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한 장관을 비롯해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 이완영 국회의원, 김항곤 성주군수, 투쟁위원 등 20여 명이 참석했다.

주민들 '원점 논의' 요구에 국방부는 원론적 답변만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와의 비공개 면담에 앞서 성주군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성주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성주사드배치철회 투쟁위와의 비공개 면담에 앞서 성주군민들에게 사과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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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에서는 우선 20여 분간 국방부가 PPT 자료를 이용해 사드 배치 지역을 성주로 결정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고 일문일답을 이어나가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군민들이 요구한 사드 배치 부지 평가표와 시뮬레이션 결과표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간담회에서 투쟁위원들은 사드 배치를 철회하고 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것을 주장한 반면 한 장관과 국방부 관계자들은 사드 배치의 필요성과 성산포대가 가장 적합하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이어갔다.

박수규 투쟁위 홍보분과 실무위원은 간담회를 마치고 난 후 "투쟁위는 사드 배치가 과연 북핵을 막기 위한 것이고 한국의 안보를 위한 것인지 원점에서 재검토하라는 것이 기본 논조였다"며 "하지만 국방부장관은 즉답을 피했고 제대로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 위원은 이어 "국방부가 PPT자료를 보여주며 북한에서 이동식 발사대로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대한민국 지역에서 방어할 사드 배치 지역을 3개 권역으로 나눠 검토했다고 했다"며 "그 중 성주지역을 포함한 중남부권역 5개 부지를 후보로 선정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투쟁위는 군사적 효용성에 대해서는 다룰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주민의 안전성을 고려했느냐고 질문했고 국방부는 군사적 효용성과 주민의 안전성을 중심 기준으로 잡아 성주를 선정했다고 말했다.

박 위원은 "성주처럼 주민의 밀도가 높은 곳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국방부는 그런 곳이 없었다고 답변했다"며 "사드 기지 밖으로 나오면 주민들에게 피해가 없기 때문에 성주 주민들의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고 전했다.

박 위원은 또 "국방부가 2017년 말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부지를 결정했다"고 말해 사드 배치 후보지를 결정하면서 주민들의 안전성에 대한 검토가 미흡했다는 것을 국방부가 실토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투쟁위 한 위원이 회의 말미에 제3후보지를 검토해 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성주군양봉협회 회원이기도 한 이 위원은 "지난 4일 대통령이 발언한 제3후보지에 대해 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이완영 의원도 "국방부가 사드 배치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성산포대를 특정하지 않고 성주군으로 발표했기 때문에 성사포대 이외의 장소도 가능한 거 아니냐"며 "조속한 시일 내에 제3의 후보지를 발표해 달라"고 거들었다.

이에 대해 한 장관은 "지역 의견으로 말씀을 주시면 검토하겠다"고 짧게 대답했다. 국방부는 이미 성주의 제3후보지로 검토되고 있는 롯데스카이힐 골프장을 비롯해 염속산과 까지산 등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간담회에서 제3후보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투쟁위 소속으로 참석했던 이수인 실무기획팀장이 장소를 박차고 나오면서 분위기가 냉랭해지기도 했다. 이 팀장은 군청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주민들을 향해 "투쟁위원 가운데 한 명이 제3의 장소를 거론해 화가 나서 박차고 나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오후 4시쯤 회의가 끝난 후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주군을 살리고 성주군민의 삶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말씀대로 국방부는 조속히 제3후보지를 면밀하게 검토해 빨리 발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한 장관에게 '성산포대보다 더 좋은 적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며 "우리지역 주민들이 말씀 주시면 더 조사도 하고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는 주민들의 요구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주민들 "제3의 후보지는 없었던 것으로 하겠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성주군민 100여 명이 성주군청 현관 로비에서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성주군민 100여 명이 성주군청 현관 로비에서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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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성주군민 100여 명이 성주군청 현관 로비에서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이 17일 오후 성주군청을 방문하자 사드 배치 반대를 요구하는 성주군민 100여 명이 성주군청 현관 로비에서 사드 반대를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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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투쟁위는 제3후보지에 대한 발언 내용은 공식 발언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투쟁위원들 간의 내부 갈등이 표출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일었지만 정영길 공동위원장이 나서 제3후보지에 대한 발언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정리하기로 결론을 내렸다.

박수규 홍보위원도 "오늘 참석자 중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이완영 의원, 김항곤 성주군수는 투쟁위 위원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의 발언은 공식 발언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해 제3의 장소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던 것으로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투쟁위와의 간담회가 끝나자 군수실로 이동해 잠시 쉬었다가 오후 4시 15분쯤 성주군청을 나섰다. 한 장관이 군청 밖으로 나오자 입구에서 간담회 결과를 기다리던 성주군민들이 강하게 항의했지만 한 장관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일부 주민들은 한 장관을 향해 물을 뿌리기도 했지만 한 장관은 경찰의 도움을 받아 곧바로 소형 버스에 올라탄 뒤 성주군청을 빠져나갔다. 한 장관이 빠져나가자 허탈하게 버스를 바라보던 군민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며 헌법1조를 함께 따라 불렀다.

투쟁위는 이날 성과로 그동안 소통이 없었던 국방부와 소통의 단초를 열었다는 데 두고 있다. 투쟁위 관계자는 "정치권의 국회의원과 정치인들이 성주를 찾았는데 국방부와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은 맞지 않다는 지적이 있었다"며 "우리는 언제든 만날 수 있고 소통할 수 있다는 데 오늘의 대화가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투쟁위는 오늘 간담회 내용을 오후 8시에 열리는 촛불집회에서 주민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기로 했다. 또 18일 오후 2시부터 성주군청 강당에서 주민들에게 다시 설명회를 열기로 했다.


태그:#한민구, #사드 배치, #성주 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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