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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더우니까 시골 노인 양반들은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밭에서 일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그야말로 시골의 한낮은 적막강산입니다.

심심해서 우리 집에 온 옆집 아저씨를 위해 나는 차 시동을 걸었습니다.

"우리 사람 구경이나 하러 갑시다?"
"사람 구경하려면 마니산 주차장에 가면 되지!"
"거기보다 해수욕장으로?"
"동막리해수욕장?"

가까운 거리에 바다가 있어 언제든지 쉽게 갈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해수욕장에 도착하였습니다. 개펄에 물이 쑤욱 빠졌습니다. 사람들이 나무그늘 밑으로 숨어 들어가 바닷가는 한산합니다.

멋진 '반달모양' 분오리돈대

분오리돈대는 반달모양을 하여 멋스럽습니다.
 분오리돈대는 반달모양을 하여 멋스럽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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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동막리해수욕장 동쪽 끝에는 분오리돈대가 있습니다. 분오리돈대는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돈대(墩臺) 중 몇 안 되는 돈대입니다.

우리는 분오리돈대에 올라갔습니다. 사람들은 해수욕장에 관심이 있지, 이렇게 멋진 문화재가 있다는 것은 관심 밖인 모양입니다. 돈대에는 구경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시원한 바람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분오리돈대에서 본 동막리해수욕장. 마니산과 갯벌이 드러난 해안선이 아름답습니다.
 분오리돈대에서 본 동막리해수욕장. 마니산과 갯벌이 드러난 해안선이 아름답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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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기 참 멋지네! 바닷바람 솔솔 불고! 해수욕장 그늘막보다 여기 그늘진 곳에 앉으면 피서가 따로 없겠구먼! 이런 좋은 데를 사람들은 모를까?"

시야가 확 트여 전망 좋은 돈대에 사람이 없는 게 아저씨는 의아한 표정입니다.

분오리돈대는 해안으로 돌출되어 나온 산 능선 끝부분에 위치합니다. 좌우가 활모양으로 굽은 갯벌을 이룬 포구를 끼고 있어 시야가 확 트였습니다. 동쪽에는 자연암반을 활용하여 석축하고, 절벽을 이루었습니다. 땅 모양새에 따라 돌벽을 쌓아 전체적으로 반달 모양을 하고 있어 멋스럽습니다.

분오리돈대 들어가는 입구. 분오리돈대는 둘레가 113m이고, 성벽의 높이는 1.6m~4.4m입니다.
 분오리돈대 들어가는 입구. 분오리돈대는 둘레가 113m이고, 성벽의 높이는 1.6m~4.4m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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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돈대는 조선 숙종 5년(1676년), 병조판서 김석주의 건의를 받아들여 축조하였습니다. 실제 축성을 지휘한 사람은 당시 강화유수 윤이제입니다.

돈대는 소규모 군사기지에 해당합니다. 지금으로 말하면 감시초소입니다. 외적의 침입이나 적의 행동을 사전에 관찰하기 위해 해안지역에 흙이나 돌로 쌓은 방어시설입니다. 분오리돈대는 강화에 설치된 돈대 중 가장 남쪽에 설치한 돈대입니다.

돈대 포좌에 웬 음식이?

분오리는돈대는 4개의 포좌(砲座)가 있으며 37개의 첩(堞)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포좌는 대포를 올려놓는 자리이고, 첩은 성벽 위에 설치한 높이가 낮은 담입니다.

아저씨가 돈대 아래 포좌를 둘러보더니 나를 부릅니다.

"아니, 이게 대포 올려놓는 자리 아녀?"
"네. 포좌라고 해요!"
"근데, 이건 뭐시람?"
"왜요?"
"어서 와 봐요? 요상망통해서 그래요!"

돈대 포좌 안에서 발견한 재물 음식들. 무슨 염원을 담아 소원을 빌었을까요?
 돈대 포좌 안에서 발견한 재물 음식들. 무슨 염원을 담아 소원을 빌었을까요?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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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보니 아저씨가 호들갑을 떨만합니다. 작은 굴속의 포좌 안 포문에 음식이 차려져있습니다. 과일, 음료수, 술, 그리고 시루떡이 보입니다. 시루떡 위에는 향초가 꽂혀있습니다.

"누가 여기서 고사를 지낸 모양이네요."
"돈대에서 무슨 고사를?"
"무슨 염원을 빌었겠죠!"
"돈대가 신이 있는 곳도 아닐 텐데?"
"바다 용왕님께 바치지 않았을까요?"

우리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다른 포좌로 이동했습니다. 다른 포좌에도 음식이 놓여 있습니다. 음식 내용물은 비슷합니다. 

아저씨는 좀 못마땅하신 듯 혀를 끌끌 차십니다.

포좌마다 음식이 있었습니다.
 포좌마다 음식이 있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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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기서 고사를 지내면 소원을 들어줄까?"
"믿음이고, 피치 못할 사정이 있겠죠?"
"그래도 그렇지! 소원을 빌었으면 차려놓은 음식은 치우고 가야지!"
"그건 그러네요."

분오리돈대 안내 표지판.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6호입니다.
 분오리돈대 안내 표지판.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6호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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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는 문화재는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인정하고 잘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내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분오리돈대는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재 제36호로 지정되었습니다.

그래도 아저씨는 돌아서며 말을 합니다.

"기왕 여기서 염원을 빌었으니 그분 소원을 들어줬으면 좋겠네! 소원이 이뤄지면 다음엔 이러지 않을 거 아닌가?"


태그:#분오리돈대, #동막해수욕장, #강화군, #갯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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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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