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고하도 마을의 양식장이에요. 동네 앞 주차장에서 바로 보여요. 작은 풍차가 돌고 도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도 멋지고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 고하도 고하도 마을의 양식장이에요. 동네 앞 주차장에서 바로 보여요. 작은 풍차가 돌고 도는 것 같았어요. 너무나도 멋지고 아름답고 평화로웠어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높은 산 밑에 있는 섬'이란 뜻의 '고하도'(高下島). 목포 유달산 밑에 똬리를 틀고 있다는 그 고하도. 그곳에 보물이 숨겨 있대서 '보화도'(寶和島), 슬픔과 애탄이 서려 있어서 '비하도'(悲霞島)로도 불린다. 섬 모양이 바다로 나아가는 용의 형상을 닮았대서 '용섬'이라고도 불린다. 2012년 6월에 목포대교가 개통돼 누구라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고하도 바닷가예요. 뻘밭과 저 멀리 영암 삼호읍 아파트가 보이네요. 참 평화롭고 고즈넉합니다.
▲ 고하도 고하도 바닷가예요. 뻘밭과 저 멀리 영암 삼호읍 아파트가 보이네요. 참 평화롭고 고즈넉합니다.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임진왜란 당시 고하도는 이순신 장군이 일본 수군을 물리친 뒤 함대 정비를 위해 108일간 주둔한 곳이기도 하다. 목포 앞바다 쪽으로 길게 뻗어 있는 부분이 용머리처럼 생겨서 자연 방파제 역할도 했던 까닭이리라. 인근에 다도해 섬들을 여럿 끼고 있어서 잠시 숨을 고르기에도 안성맞춤이었을 것이다.

"서북풍을 막아주고, 전선을 감추기에 아주 적합하다. 섬 안을 둘러보니 지형이 대단히 좋다. 그래서 머물기로 했다."

이순신 장군이 <난중일기>에 쓴 고하도 글귀다. 섬의 둘레는 비록 12㎞에 불과하지만 '명량대첩'의 현장인 울돌목으로 가는 길목엔 둘 도 없는 요충지였으리라. 그만큼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곳이었으리라.

고하도 뻘밭에서 조개를 캐 내고 있어요. 뻘밭이라기 보다 그냥 바위틈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도로 옆에 내려가서 바로 캐 낼 수 있는 좋은 곳이었어요.
▲ 고하도 고하도 뻘밭에서 조개를 캐 내고 있어요. 뻘밭이라기 보다 그냥 바위틈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무튼 도로 옆에 내려가서 바로 캐 낼 수 있는 좋은 곳이었어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그런 역사성을 지닌 고하도. 이번 여행길에는 잠시 내려놓기로 했다. 올해처럼 무덥고 푹푹 찌는 듯한 무더위가 또 있었을까? 연일 35도를 기록하던 여름 한 달 동안의 날씨가 8월 27일을 기점으로 돌아섰다. 그날 불어오던 비바람이 한순간 초가을 날씨로 바뀌었다. 그 시원한 초가을 바람을 쐬러 고하도를 찾은 것이었다.

고하도 낚시꾼의 모습이요. 여러 분들이 이곳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데, 저 분만 포착이 됐네요. 저 모습 자체만으로도 풍족해 보이네요. 고기잡이 통통배도 있고 말이죠.
▲ 고하도 고하도 낚시꾼의 모습이요. 여러 분들이 이곳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는데, 저 분만 포착이 됐네요. 저 모습 자체만으로도 풍족해 보이네요. 고기잡이 통통배도 있고 말이죠.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목포에서 차로 10여 분. 오후 5시 무렵. 그곳 고하도의 하늘은 청명했고, 바닷 바람은 시원했다. 내 아내도, 우리 집 세 아이들도 무척이나 신이 났다. 한 달 내내 집과 도서관에 파묻혀 지냈는데, 이토록 시원한 고하도의 바다 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니. 실감이 나지 않는 표정들이다. 고하도 마을 동네 너른 주차장을 지나 곧장 바닷가 쪽으로 향했다.

고하도 무화과 밭이에요. 이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었어요. 고하도 무화과 맛이 일품일 것 같아요. 이렇게 멋진 태양과 바람을 먹고 자라고 있으니 말예요.
▲ 고하도 고하도 무화과 밭이에요. 이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무화과를 재배하고 있었어요. 고하도 무화과 맛이 일품일 것 같아요. 이렇게 멋진 태양과 바람을 먹고 자라고 있으니 말예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오후 5시 무렵. 벌써부터 바다 포구와 뻘밭을 찾은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고기를 잡아 올리려는 낚시꾼들, 그리고 조개를 캐내려는 가족 식구들. 그리고 한 걸음 한 걸음 고하도를 돌아보며 함께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젊은 연인들.

우리 식구들도 일단은 뻘밭에 달려들었다. 장화도, 호미도, 그물망도, 그 어떤 것도 없었다. 그럴 줄 알았다면 호미라도 챙겨오는 것인데. 그러나 어쩌랴.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했던가? 그 순간 뻘밭에 나뒹굴고 있는 여러 조개껍질과 돌멩이들을 주워서 조개를 캤다.

고하도 바닷가에서 찍은 우리집 식구들. 이제서야 올 여름 바닷가 구경을 해 보네요.
▲ 고하도 고하도 바닷가에서 찍은 우리집 식구들. 이제서야 올 여름 바닷가 구경을 해 보네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한 시간 넘게 열심히 뻘밭을 파헤쳤을까? 그래도 한 끼 분량의 조개는 건져낸 듯 싶었다. 시원한 국물 맛이라도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길로 조개 캐는 걸 접고, 이내 고하도를 한 바퀴 돌고 돌았다. 길 옆 능선에 늘어져 있는 잘 무과화 열매도 따 먹었다. 그러고 보니 이곳 고하도 마을 사람들은 다들 무화과 재배를 하고 있었다. 온 동네 들녘이 무화과 밭 천지다.

고하도 조개. 우리집 식구들이 열심히 캐서 잡은 조개들이에요. 이 정도면 내일 아침 조개탕 맛은 충분히 볼 수 있겠죠. 고하도에 가려면 호미 하나쯤은 챙겨야 할 것 같아요.
▲ 고하도 고하도 조개. 우리집 식구들이 열심히 캐서 잡은 조개들이에요. 이 정도면 내일 아침 조개탕 맛은 충분히 볼 수 있겠죠. 고하도에 가려면 호미 하나쯤은 챙겨야 할 것 같아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고하도를 돌아오는 길목에서야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고하도에는 용오름 둘레숲길이 있다는 것. 모충각에서 가까운 뒷도랑 잔등에서 시작되는 그 길을 따라 용의 등을 닮은 능선을 걷는 용머리 길목이 그곳.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탕건바위, 칼바위, 말바우, 뫼막개를 볼 수 있고, 왕복 6㎞ 가량 되는 그 길목은 대낮에도 뙤약볕을 피할 수 있는 호젓한 곳이라고 한다.

고하도에서 바라 본 목포 유달산 풍경이에요. 저 곳에서 이곳까지 해상케이블카가 연결된다고 하죠. 과연 그게 어떻게 될까요?
▲ 고하도 고하도에서 바라 본 목포 유달산 풍경이에요. 저 곳에서 이곳까지 해상케이블카가 연결된다고 하죠. 과연 그게 어떻게 될까요?
ⓒ 권성권

관련사진보기


지금은 그게 어느 단계까지 조정되고 있을까? 이곳 고하도로 유달산에서부터 1.9km 구간의 해상케이블카를 설치한다는 계획 말이다. 본래 다순금 마을과 고하도를 잇는 1.3km를 계획했다가 국내 최장 길이라는 상징성을 부각시키기 위해 그 노선을 연장했다고. 그 걸로 중국과 일본을 비롯한 국내외 관광객 유치에 큰 동력을 삼을 수 있다고 하는데 과연 그게 바람직한 일일까? 몇 번이고 더 심사숙고했으면 좋겠다.


태그:#고하도, #고하도 바다 바람, #고하도 조개, #고하도 용오름둘레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명확한 기억력보다 흐릿한 잉크가 오래 남는 법이죠. 일상에 살아가는 이야기를 남기려고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에요.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샬롬.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