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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바른, 긍정의,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등의 단어가 차고 넘치는 시대다. 그런데 올바르고 긍정의 역사관을 담고 있어야 하는 '현대사'를 '나의' 관점에서 쓴다? 그걸 행동으로 옮긴 작가가 있다. 바로 유시민.

<나의 한국현대사>(1959-2014)는 유시민이라는 자칭 프티부르주아 리버럴이 체험한 한국 현대사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작가는 자신의 생애를 책 시작 부분에서부터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한다. 그 이유는 에드워드 카가 대신 말해주고 있다.

흐름 속에 있는 것은 사건만이 아니다. 역사가 자신도 그 속에 있다. 어떤 역사책을 집어들 때, 책 표지에 있는 저자의 이름을 살펴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출간 일자나 집필 일지도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것이 때로 훨씬 많은 것을 누설한다. - 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유시민이라는 저자의 이름과 출간 일자, 집필 일지가 누설하는 바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전혀 숨기지 않고 오히려 더 자세하게 자신을 설명한다. 이것은 마치 선전포고와도 같다.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
ⓒ 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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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나는 이런 배경을 갖고 있고, 이런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며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이야기하는 역사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볼 수는 없지만, 이런 배경을 가진 사람은 이러한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보기도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역사관이라도 이를 자유롭게 쓰고 출판까지 할 수 있는 나라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지금 이 안에 담겨 있다'고 말이다. 

유시민은 자신이 태어난 1959년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역사적 사건 몇몇을 선택해서 서술했다. 사회, 정치, 문화 등에 대해 폭넓게 이야기하면서도 작가가 선택한 역사적 사건들은 대개 자유, 권리, 민주주의를 침해받은 사건, 억압과 탄압에서 벗어나 권리를 되찾아 온 사건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4.19와 5.16, 민주화 그리고 민주화 이후까지를 이야기하며 우리 정치 발전의 역사, 시민의 정치의식의 발전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적 탄압과 해방이 반복되었던 사건들을 작가가 '나의 현대사'로 꼽은 이유는 나는 그가 자칭 '리버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민주주의의 발전을 이끌어 온 그 시대 지식인으로서의 자부심이 그런 선택을 한 거라고. 그런데 아니었다. 유시민은 그가 꼽은 '나의 현대사'가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이해하고 가까운 미래에 펼쳐질 상황을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가 풀어놓는 현재의 사실들과 과거 역사적 사건들 사이의 접점과 묘한 일치성은 또 다른 누군가의 <나의 현대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 같다.

사고하는 역사가는 엄밀하게 말하면 과거의 문제를 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우리를 짓누르고 있는 문제와 씨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긴급하게 해결을 요하는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우리의 역사성에 관한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책임감 있게 행동할 수 있기 위해서 우리의 역사를 회피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그것으로부터 우리를 분리해야만 하는 긴장관계를 견뎌 내야만 한다. - 한스 위르겐 괴르츠 <역사학이란 무엇인가>

나는 1992년도에 태어났다. 시기상으로는 노태우 정부 시절이지만 그해 12월에 제14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으니 나의 현대사는 김영삼 정부부터 시작한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와 함께 자라왔다.

오늘날 젊은 세대를 짓누르고 있는 노동시장에서의 배제, 은근한 억압, 빈곤 등의 문제는 1992년도에 태어난 에코세대로서 다뤄볼 만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여러분의 현대사는 어디서 시작하는가? 어떤 역사적 사건을 나의 현대사로 꼽겠는가?


나의 한국현대사 - 1959-2014, 55년의 기록

유시민 지음, 돌베개(2014)


태그:#유시민, #한국현대사, #역사,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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