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문화제에 참석한 조병옥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은 "부검 영장은 기각됐지만 검찰은 오늘 서울대병원에서 백남기 농민의 진료기록을 압수수색했다"라며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겠나. 진료기록을 토대로 다시 한 번 자신들의 논리를 만들겠다는 게 거듭 확인됐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최종수 전주교구 신부는 "쌀값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던 백남기 농민에게 돌아온 것은 무엇인가. 정부는 직사 물대포로 백남기 농민을 317일 동안 사경을 헤매게 만들고 책임도 지지 않았으며, 진실규명도 하지 않았다"라며 "백남기 농민을 이렇게 억울하게 보내드릴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 신부는 "그런데 검찰은 백남기 농민을 부검하겠다고 한다"라며 "부검은 누가 당해야 하나. 검찰과 박근혜 정권을 다 부검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백남기 농민과 생전 인연이 있었던 김미옥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경남연합지회장은 "(백남기 농민에게) 빚을 갚겠다는 생각으로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8일 동안 단식농성도 해봤고, 국회에선 청문회도 진행됐지만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라며 "이성이 없는 나라, 상식이 없는 나라, 양심이 없는 나라, 이런 나라를 갈아엎지 않으면 우리에겐 그 어떤 미래도, 희망도 없다는 생각뿐이다"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김성실(고 김동혁군 어머니)씨는 "내 새끼도 잃고, 백남기 어르신도 잃었다, 우리가 더 빨리 끝내지 못해 어르신이 이렇게 된 거 같아 너무 죄송하다"라며 "어떻게든 이 상황을 끝내고 (싸우는 것보다) 우리가 더 잘하는, 밥 하고, 자식 키우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가족을 돌보고, 내 이웃을 돌보는 것으로 2014년 4월 16일 이전 그토록 사랑했던 대한민국을 위해 이바지하고 싶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문화제에는 지난 25일부터 장례식장을 지킨 대학생들도 참여했다. 역사동아리 사다리 회원인 여성민씨는 "토요일 저녁 중학교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려고 했지만 이곳에 왔고, 일요일 지방에서 올라온 아빠와의 만남도 이곳에 오기 위해 일찍 끝내야 했다"라며 "지금처럼 살면 주변 소중한 사람들에게 실망과 걱정을 줄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우울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라고 고백했다.
이어 여씨는 "하지만 저는 지금 여기에 있다. 여기 오지 않았다면 주변인과의 불편한 상황을 피할 수 있었겠지만, 어제 경찰 진입 소식을 들었을 때 미안함, 죄책감, 고마움, 걱정, 함께한다는 확신 등 복잡한 감정이 저를 여기 있게 만들었다"라며 "여기 있는 분들과 백남기 농민을 지켜내고 함께 싸우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부산교대 학생 황선영씨는 "백남기 농민께서 돌아가신 일을 통해, 이 나라의 민주주의가 죽었다는 것을 너무나 가슴 아프게, 잔인하게 깨달아 버렸다, 백남기 농민이 주신 가르침을 잊지 않고 더 열심히 살겠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한편 이날 백남기 대책위는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 진상규명 책임자 및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로 체제를 개편하고, 매일 오후 7시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열 계획이다. 장례절차는 진상규명 및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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