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시절부터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한 소년이 있었다. 하지만 부모의 심한 반대로 일찌감치 야구선수의 꿈을 접었던 소년은 또래들처럼 집, 학교, 학원을 오가며 학업에 매진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틈틈히 프로선수의 투구 영상을 보며 창문에 비친 자신의 투구 폼을 다듬었고 부족하나마 동네 야구를 통해 야구에 대한 허기를 달랬다.

그러던 중 예상치 못했던 기회가 찾아온다. 소규모 대회에 나가게 되었고 그 대회에서 고교야구 관계자의 눈에 띄어 정식 야구 선수가 되는 꿈을 이루게 된 것. 하지만 그토록 원했던 고교야구 선수가 되었다는 기쁨도 잠시, 팀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한 소년은 신생야구부가 있는 전북 고창에 소재한 영선고로 전학을 하게 된다.

전학 후에도 일찍이 겪어보지 못한 고강도 훈련과 운동부 문화에 적응하지 못하던 소년은 야구를 그만둘 위기도 겪었지만 소속팀 감독 등 주변의 조언과 설득에 힘입어 드디어 야구 선수로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다.

정식으로 야구를 배운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팀의 에이스로 성장한 소년은  2016년 6월 마침내 영선고 야구부에 창단 첫 승의 기쁨을 안겨주게 된다. 이 소년의 이름은 바로 영선고등학교 야구부 에이스 임현찬이다.

 영선고 에이스 임현찬은 지난 6월11일 후반기 주말리그 화순고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영선고와 자신의 첫 승을 기록한 바 있다.

영선고 에이스 임현찬은 지난 6월11일 후반기 주말리그 화순고전에서 선발투수로 나서 6.2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영선고와 자신의 첫 승을 기록한 바 있다. ⓒ 임현찬


임현찬은 초.중학 야구 엘리트 교육을 받지 못했고 고등학교 1학년이 되어서야 정식으로 야구를 시작했다. 대부분 선수들이 초등학교 3,4학년에 야구를 시작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매우 늦은 시작이자 불가능에 가까운 도전이었지만 야구선수라는 하나의 꿈을 이루기 위해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그 결과 팀의 에이스 자리를 꿰찼고 팀과 본인에게 첫 승리의 기쁨을 선사했다.

임현찬과의 인터뷰를 통해 또래 선수들과 다를 수 밖에 없었던 한 야구 소년의 색다른 성장기를 만나봤다.

"야구하고 싶어 밤마다 프로선수 폼 따라 연습"

- 다른 선수들과는 달리 엘리트 야구교육을 거치지 않고 야구를 고등학교에 들어와서 시작했다. 어떤 계기로 야구를 정식으로 시작하게 됐나?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나.?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야구를 좋아했지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어요. 그래서 하는 수 없이  친구들과 하는 동네야구로 만족했는데 중학교 3학년 겨울방학 중에 처음으로 동아리 야구대회에 나가게 되었어요. 그 대회에서 제가 던지는 모습을 보신 백송고등학교 관계자 분의 눈에 띄었습니다. 그 이후에 입단 테스트를 받고 야구부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야구를 시작한 날은 정확히 2015년 6월 28일로 아직도 기억에 선명할 정도로 개인적으로 의미있는 날이라고 생각해요."

- 정식으로 야구를 시작하기 전의 투구영상을 본 적이 있다. 선수 출신이 아니란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공과 좋은 폼을 가지고 있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 그때 최고구속은 어느 정도까지 나왔나?
"동네야구 모임에서 찍었던 영상을 보신 듯 한데요(웃음). 초등학교 때부터 학원에 다니느라 운동장에서 공을 던질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도 야구가 하고 싶어서 매일 밤마다 프로 선수들 폼을 따라하면서 창문에 비친 제 모습을 보는 식으로 투구폼을 만들었어요. (정식 선수가 되기 전 임현찬의 투구 영상 보기)

그렇게 만든 자세에서 일반인치곤 좋은 공이 나왔던 것 같아요. 그 당시 가장 빨랐던 공은 중학교 3학년 때 던졌던 공인데요 최고 131km까지 나왔어요. 사실 그 영상에선 제 얼굴이 못생기게 나와서 처음엔 신기해서 몇 번 보고 안보다가 최근에야 다시 봤어요(웃음)."

- 야구선수의 꿈을 안고 백송고로 전학을 갔다가 지난해 말 또다시 지금의 영선고로 전학을 하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비록 제가 야구를 늦게 시작했지만 남들보다 두세 배씩 하면 따라 잡을 수 있다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직접 부딪혀보니 아니더라구요. 수년간 훈련을 해서 기본기가 탄탄한 기존 선수들의 두세 배는커녕 따라가기도 벅찼습니다.

처음 겪어보는 운동부 선후배 문화에도 적응이 필요했구요. 그 뿐 아니라 투수는 공만 잘 던진다고 끝이 아니잖아요. 경기운영 같은 부분이 많이 부족하니까 연습게임에 많이 나가야 되는데 갑자기 많은 공을 던지다 보니 어깨도 아프고 공도 안 좋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연습게임에 나가는 횟수도 적어지게 됐어요. 그렇게 시간만 보내고 있는데 그때 백송고등학교의 몇몇 선배들이 다시 한번 기회를 잡으러 영선고등학교로 전학을 가는 것을 보고 저도 영선고로 전학을 결심했습니다."

- 상대적으로 늦은 나이에 정식 야구 선수가 되면서 고비도 많았을 것 같은데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했나?
"우선 체력적인 부분에서 정말 차이가 많이 나더라구요. 러닝을 할 때 항상 다른 선수들보다 쳐지고 남들은 이미 다 뛰어서 쉬고 있는데 저는 여전히 뛰고 있고, 태어나서 한 번도 안 해본 뜀박질을 하려다 보니 발목도 많이 아팠어요.

힘에 부쳐서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도 많이 했었는데  문희수(전 해태 타이거즈 투수) 감독님과 부모님께서 잘 다독여 주셨습니다. 이제는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더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임현찬의 2016년 기록. (출처:대한야구협회)

임현찬의 2016년 기록. (출처:대한야구협회) ⓒ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오승환이 롤 모델, 구속 올리는 게 절실한 목표"

- 영선고로 전학을 가자마자 2학년임에도 가장 많은 이닝(37.1이닝)을 던지며 팀의 에이스로 거듭났다. 부모님이 특히 기뻐하셨을 것 같은데?
"영선고등학교에 전학을 오고 감독님께서 제게 정말 큰 믿음을 주셨어요. 제가 많이 부족하다 보니 더 신경 써서 지도해주시고 연습게임에서도 많은 경험을 쌓게 해주신 덕분에 실력이 많이 늘었어요.  부모님께서도 제가 시합을 뛰면서 생각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다 보니 기대도 커지시고 많이 기뻐하셨어요. 무엇보다도 저를 믿고 잘 지도해주신 문희수감독님 덕분이죠."

- 처음 영선고로 왔을 때를 다시 한 번 회상해보자. 문희수 감독이 선수출신이 아닌 임현찬 선수의 투구를 처음 봤을 때의 반응이 궁금하다. 어떤 반응을 보였나?
"고등학교 때 운동을 시작했는데도 불구하고 몸의 밸런스가 좋다고 하셨어요. 하지만 하체와 허리를 사용하는 부분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 하셨어요. 살도 빼라고 하셨구요."

-야 구 선수로서 가장 기뻤을 순간으로 가보자. 6월11일 후반기 주말리그 화순고와의 경기에 선발 투수로 등판해 6.2이닝동안 단 1점만을 내주고 팀 창단 첫 승리와 개인 첫 승리를 기록했다. 당시 여러 언론에서 주목했는데 주위 반응과 당시 기분은 어땠나?
"화순고등학교와의 경기를 앞두고 팀원 모두들 꼭 창단 첫승을 하자는 분위기였고 감독님께서 저를 선발투수로 정해주셨을 때 '반드시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더 신중하게 준비했어요. 그렇게 1승을 한 뒤 학교에 창단 첫 승리를 축하하는 플래카드도 걸리고 주위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어요. 무엇보다도 야구를 시작한지 1년이 되지 않았지만 첫 승리를 기록해서 기뻤어요."

- 올해 임현찬 선수를 주로 선발투수로 등판시키며 많은 기회를 주고 있는 문감독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나.
"혼자 벽에 공을 던지던 제가 문 감독님 덕분에 마운드에 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끔 말썽 피우고 속을 썩여서 죄송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해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 현재 최고구속과 구사할 수 있는 변화구는?
"빠른 공은 구속이 최고 137km까지 나오고 변화구로는 투심, 커브,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섞어던져요."

- 아무래도 야구 경력이 짧기 때문에  투구 후 수비동작이나 여러 부분에서 미숙한 부분이 있을 것 같은데.
"수비동작 같은 부분에서는 코치님들과 선배님들이 신경 써서 가르쳐주시고 저도 열심히 배우려 하다 보니 많이 좋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타석에는 들어가지 않아 배트를 한 번도 잡지 않아서 방망이는 일반인들보다도 못 치는 편이에요.(웃음)"

- 빠른 공을 던지는 유형의 투수는 아니라 탈삼진율이 낮은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로 어떤 볼 배합이나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풀어가나
"볼 배합은 거의 포수의 사인에 따라요. 아직 구속이 130km 중반 대이기 때문에 상대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닙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극복하기 위해 주로 범타 유도에 신경 쓰며 던져요."

-본 인이 생각하는 자신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앞으로의 발전가능성을 가장 큰 장점으로 뽑고 싶어요. 그리고 아직 경기 경험은 부족하지만 마운드 위에서 긴장을 하지 않는 것도 저만의 장점인 것 같아요. 또 체인지업 구사능력에도 자신이 있습니다. 제 체인지업이 좋은 편이라 생각해요."

- 탄탄한 하체와 안정적인 투구가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떠올리게 한다. 본인의 롤모델은?
"야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오승환 선수가 제 롤모델 이었어요. 성공을 향한 인내와 열정 그리고 몸 관리 같은 부분을 본받고 싶어요. 투구폼 같은 부분에서는 저와 사이즈가 비슷한 미국의 쿠에토선수나 일본의 노리모토 선수를 참고하고 있어요."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꿈과 각오를 듣고 싶다.
"가장 큰 목표는 구속을 올리는 겁니다. 고교야구에서 좋은 투수의 기준은 구속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게 가장 절실해요. 그리고 길게 보면 저처럼 늦게 운동을 시작해도 선수로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무엇보다도 남들보다 늦게 시작한 만큼 그 이상으로 오랫동안 야구를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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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 김민준 아마야구 전문 필진/정리 및 편집 : 김정학 기자 ) 이 기사는 프로야구 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에도 게재됩니다. 프로야구/MLB 객원필진/웹툰작가를 모집합니다.[kbr@kbreport.com]
고교야구 야구기록 KBREPORT 임현찬 영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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