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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스터디를 한 지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스터디 구성원은 5명. 회사는 같지만 팀은 다르다. 일하는 게 다르니, 고민도 다르다. 상관 없다. 각자 관심있는 주제에 대해 일주일에 한 번, 한 시간씩 의견을 나누는 거니까. 그거 함께 이야기 해보자고 만든 거니까.

오히려 그게 재미다. 내 업무에 매몰되어 생각하지 못한 면면들을 알게 해 주니까. 물론 개인적으로는 관심 없는 분야거나, 재미없는 분야에 대해 의견을 나눠야 할 때도 있었을 거다. 그래도 괜찮은 것 같았다(속마음까지 괜찮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런 자리가 아니었으면 평생 안 듣고 살았을 이야기'라고 웃어 넘겨 주니까. 의견이 다르다고 '쪼인트 까지' 않으니까. '스터디 준비를 왜 이 모양으로 해왔냐'고 지청구 주지 않으니까.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아쉽게', 넘치면 넘치는 대로 '신나게' 한다. 누가 시켜서 하는 게 아니니까. 안 나오면 벌금 내라고 하지 않으니까. '빠지면 손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 만큼 기다려지는 스터디다(혹시 나만 그런가?).

이런 스터디를 처음 제안한 건 나였다. 입사 10년이 넘으면서 뭔가 새로운 '공부'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그러나 나는 하루의 반(12시간)을 집 밖에서 보내는 장거리 출퇴근(왕복 3시간) 직장맘(하루 근무 9시간). '공부하고 싶다'고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공부할 수 있는 형편이 못 됐다.

고민 끝에 방법이 생각났다. 스터디를 만드는 것이었다. 잠 자는 시간을 빼면 집보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동료들이 있지 않을까. 행동은 빠를수록 좋다고 했다. 일상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는 같은 부서보다 다른 부서 동료들을 만나 의견을 구했다.

후지하라 가즈히로 <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
 후지하라 가즈히로 <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
ⓒ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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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이런 취지를 공감해주는 동료들이 있었다. 그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이런 고민(뭔가 사람들과 함께 공부 비슷한 것을 하고 싶은)을 많은 사람들이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이었다. 당장은 이런저런 사정으로 못할 뿐이지.

그러나 아무리 좋은 스터디라 해도 가끔은 상대에게 공격적으로 들리는 말을 해서 분위기가 묘하게 흐르던 때도 있다. 그럴때면 '내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눈치가 보이기도 한다. 모르면 모른다고, 내 생각은 좀 다르다고 웃으면서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이게 이 스터디의 장점이었는데...

그런 고민을 하던 중에 <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한스미디어)라는 책을 만났다. '나의 가치를 높이는 앞으로의 일하는 법'이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려고 하면서 불안감을 느끼는 이 시대의 직장인들에게 '어제처럼 일하는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며 앞으로 일하는 법에 대해 설명한다. 그중 내 시선을 끈 대목이 있으니 바로 이 부분이다.

'정보 편집력을 기르는 방법으로서 가장 먼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브레인스토밍입니다. 납득해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완벽한 답을 도출해 내려 하지 말고 머릿속에 떠오른 것을 일단 말하거나 시행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다음 주위의 반응을 살피면서 차근차근 수정해 나가면 됩니다. 즉 시행착오의 달인이 되라는 이야기입니다.'

이어 저자는 '좋은 브레인스토밍'이 갖춰야 할 요건에 대해 설명한다.

'같은 부서 사람이나 마음이 맞는 동기가 아니라, 대각선 관계(상사나 부하 동기나 친구가 아니라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운 제삼자와의 관계)에 있는 사람을 끌어들일 것. 수직적 관계도 수평적 관계도 아닌, 적절한 긴장감이 형성될 만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 멤버로 삼는 것입니다.'

'대각선 관계야말로 인간관계의 폭을 넓히고 조직을 단단하게 만든다'면서. 저자는 또 이러한 멤버를 모았다면 다음의 두 가지 규칙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①타인이 낸 의견을 절대 깎아내리지 않는다... 타인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든 무조건 칭찬하라.

②맨 처음에는 일단 터무니없는 의견을 낸다... 당신 한 명이 바보가 되면 모두가 정답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저자는 브레인스토밍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성별이나 상하관계를 끌고 들어와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행여나 싫어하는 사람이 섞여 있더라도 그 사람이 내는 아이디어는 전부 받아들이고 칭찬해야 합니다. 아이디어와 인격을 별개로 간주하는 것도 브레인스토밍을 성공시키는 하나의 요령'이라면서.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내가 하고 있는 스터디가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이었음을 알게 됐다. 또 이 스터디가 오래 지속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됐고. 나부터라도 구성원 누구의 아이디어라도 토달지 말아야겠다. 무조건 칭찬하고 나부터 엉뚱한 질문을 던져야겠다. 그래야 모두가 정답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

물론 이 책의 저자가 말하려는 것은 브레인스토밍의 중요성만은 아니다. 저자는 '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삼각형 모델을 제안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이 모델을 이루기 위한 한 과정일 뿐. 그는 삼각형 모델을 통해 각기 다른 개개인이 중요해지는 21세기 성숙사회에서 '개인이 희소성을 갖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세한 삼각형 모델 설명은 책과 함께 아래 이미지로 대체할까 한다.

후지하라 가즈히로 <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
 후지하라 가즈히로 <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
ⓒ 한스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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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 - 나의 가치를 높이는 앞으로의 일하는 법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유나현 옮김,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2016)


태그:#브레인 스토밍, #10년 후에도 일해야 하는 당신에게, #인크루트, #동료, #회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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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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