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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전선희 씨가 만드는 대나무봉. 대나무로 만든 안마 도구다.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을 돕는 치료 보조기구로 쓰인다.
 이종필·전선희 씨가 만드는 대나무봉. 대나무로 만든 안마 도구다. 우리 몸의 혈액 순환을 돕는 치료 보조기구로 쓰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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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오십시오. 맞고 가는 집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실컷 두드려 드리겠습니다.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맞고 가실 때는 고맙다고 인사하고 갈 겁니다."

깜짝 놀랐다. 두드려 패고, 맞고 가는 집이라니. 그럼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 된다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지난 10월 13일 만난 이종필(51)·전선희(47)씨 부부 얘기다.

이들 부부는 전남 담양에서 대나무봉을 만들고 있다. 대나무봉은 공기압과 파동을 이용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촉진시키는 안마 도구다. 전 씨의 아버지(전중찬씨, 85)가 고안해 실용신안과 발명특허를 획득한 혈액순환 치료 보조도구다. 미국 특허까지 얻었다.

"두드려라, 그러면 건강할 것이다"

담양에서 대나무봉을 만드는 이종필(오른쪽)·전선희(왼쪽) 씨 부부. 집 옆 대밭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활짝 웃고 있다.
 담양에서 대나무봉을 만드는 이종필(오른쪽)·전선희(왼쪽) 씨 부부. 집 옆 대밭에서 이야기를 나누다 활짝 웃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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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봉은 옻칠로 마감을 해 고급스럽다. 이 봉으로 우리 몸의 곳곳을 두드려주면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고.
 대나무봉은 옻칠로 마감을 해 고급스럽다. 이 봉으로 우리 몸의 곳곳을 두드려주면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고.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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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드리라, 그러면 건강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제 아버지의 경험에서 나왔어요. 한때 고혈압에 당뇨까지 겹쳐서 고생을 많이 하셨는데, 대나무봉으로 몸을 두드리면서 활력과 건강을 찾으셨거든요."

전씨의 말이다. 대나무봉의 생김새는 ㄱ자, 7자 모양으로 아주 단순하다. 하지만 이것으로 우리 몸을 두드려주면 근육과 신경세포가 자극을 받아 산소를 공급해주고 혈액 순환을 돕는단다. 대장간의 쇠붙이가 두드릴수록 강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대나무봉으로 우리 몸을 두드려주면 피부에 탄력이 생기고 마음까지 편안해진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라고.

이종필 씨가 집 옆 대밭에서 대나무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댓잎을 만져보고 있다.
 이종필 씨가 집 옆 대밭에서 대나무의 생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댓잎을 만져보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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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봉의 재료로 쓰이는 대나무. 이종필 씨가 대나무를 들어보이며 대나무봉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대나무봉의 재료로 쓰이는 대나무. 이종필 씨가 대나무를 들어보이며 대나무봉의 원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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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나무봉은 인천에서 처음 만들어졌다. 대나무봉을 개발한 전중찬씨가 인천에 살았기 때문이다. 이종필·전선희 씨 부부도 인천에서 컴퓨터를 활용한 일을 하다가 아버지의 부름을 받았다. 가족이 매달려 대나무봉을 만들기 시작했다. 판매도 잘 됐다.

"난감했던 게요. 많은 분들이 전화를 해서 '거기, 담양 아니에요?' 하는 겁니다. 인천이라고 하면 '왜 대나무봉을 인천에서 만들어요?' 하고 되묻더라고요."

이종필·전선희 씨 부부가 인천에서 담양으로 옮겨온 이유다. 전씨의 본관이 담양이란 걸 빼고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고장이었다. 담양으로 이사온 이들은 여기서 대나무봉을 만들기 시작했다. 벌써 10년이 넘었다.

"지금은 '담양입니다' 하면 끝나요. 더 이상 묻지도 않습니다. 역시 대나무 제품은 담양에서 만들어야 했어요."

이씨의 말이다.

이종필 씨가 대나무봉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자르고 있다. 대나무의 길이에 따라 대나무봉의 길이도 달라진다.
 이종필 씨가 대나무봉을 만들기 위해 대나무를 자르고 있다. 대나무의 길이에 따라 대나무봉의 길이도 달라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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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전선희 씨 부부가 만든 대나무 찻상. 죽공예품 경진대회에 출품, 전통미와 현대미가 조화를 이룬다는 평을 받으며 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종필·전선희 씨 부부가 만든 대나무 찻상. 죽공예품 경진대회에 출품, 전통미와 현대미가 조화를 이룬다는 평을 받으며 상을 받은 작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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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부부가 만드는 대나무봉은 일주일에 200여개. 길이와 굵기에 따라 수십 가지로 나뉜다. 길이와 문양을 따로 주문받아 만들기도 한다. 대나무봉에 옻칠을 입히기도 한다. 겉보기엔 간단해 보이지만, 수많은 공정을 거쳐서 만들어진다고. 대나무봉의 길이에 따라 자르는 방법이 다르고, 각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대나무봉뿐만 아니다. 이들은 대나무를 이용한 새로운 죽공예품을 만드는 일에도 정열을 쏟고 있다. 크고 작은 죽공예품 경진대회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옻칠로 마무리 해 전통미와 현대감각을 조화시킨 대나무 찻상을 출품, 대상(국무총리상)을 받기도 했다.

"남편이 컴퓨터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저는 매킨토시 컴퓨터를 자유자재로 다뤘고요. 그 경험이 대나무봉을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돼요. 컴퓨터로 기획하고 디자인을 하거든요. 레이저 조각기로 문양을 찍어 넣고요."

전씨의 말이다. 작은 대나무봉에 세세한 문양까지 새길 수 있는 비결이다. 담양을 제대로 알고, 담양 특산의 제품을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따로 공부를 해 문화관광해설사 인증도 받았다. 덕분에 담양에 사는 자긍심도 높다.

이종필·전선희 씨 부부가 만든 대나무찻상. 죽공예품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이다.
 이종필·전선희 씨 부부가 만든 대나무찻상. 죽공예품 경진대회에서 입상한 작품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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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선희 씨가 집을 찾아온 손님의 온몸을 대나무봉으로 두드리며 안마를 해주고 있다.
 전선희 씨가 집을 찾아온 손님의 온몸을 대나무봉으로 두드리며 안마를 해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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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적으로 아픈 부위가 문제 있는 곳이에요"

대나무봉에 대한 얘기를 끝낸 이씨가 "이제는 두드리고, 맞아야 할 시간"이라며 옆에 있던 간이침대에 엎드려보라고 했다. "맞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다"라고 했더니 "여기서 나가려면 맞아야 한다"라는 말이 돌아왔다.

강권에 못 이겨 침대에 얼굴을 묻고 엎드렸다. 이씨가 들고 있던 대나무봉이 발바닥부터 머리끝까지, 온몸을 골고루 두드렸다. 두드리는 그 소리에서 리듬감이 느껴졌다. 기억 저편에서 가물거리는 다듬이 소리 같았다. 그렇게 10분, 20분 남짓 두드려 맞았다.

"크게 아픈 곳은 없죠? 상대적으로 아프게 느껴지는 데는 문제가 있는 부위입니다. 그 부위를 대나무봉으로 자주 두드려줘야 해요. 날마다, 수시로 두드려주면 더 좋죠."

처음 만났을 때 이씨가 건네던 말처럼 여지없이 두드려 맞았다. 다소 아픈 느낌은 들었지만, 내 몸과 마음이 한결 가뿐해졌음을 부인할 수 없다. 특별히 눈여겨보지 않았던 작은 대나무봉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전선희 씨가 대나무봉으로 안마를 해보이며 손등까지 살살 두드리고 있다.
 전선희 씨가 대나무봉으로 안마를 해보이며 손등까지 살살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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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이종필, #전선희, #대나무봉, #대나무안마, #대나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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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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