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상문 감독 '축하드립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가 끝난 뒤 LG 양상문 감독이 NC 김경문 감독에게 축하를 하고 있다. NC는 이날 8대3으로 승리를 거두며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 양상문 감독 '축하드립니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가 끝난 뒤 LG 양상문 감독이 NC 김경문 감독에게 축하를 하고 있다. NC는 이날 8대3으로 승리를 거두며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 연합뉴스


LG 트윈스의 가을이 막을 내렸다. 비록 숙원이던 한국시리즈 진출까지는 뒷심이 모자랐지만 여기까지 달려온 것만으로도 박수를 받을 만했던 한 시즌이었다.

시즌 전 LG는 중하위권 전력으로 분류됐다. 지난 2015년을 9위로 마감한 데다 뚜렷한 전력보강요소도 없었다. LG의 상징으로 꼽히던 베테랑 9번 이병규는 올 시즌 내내 아예 전력에서 제외되었고 이진영도 kt로 이적했다. 마무리로 활약하던 봉중근이 지난해 극도의 부진 속에 선발 전향을 선언하며 뒷문 역시 물음표로 남았다. 양상문 감독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엇갈렸다.

하지만 LG는 세간의 섣부른 예상을 보기 좋게 비웃듯이 올 시즌 돌풍의 팀으로 거듭났다.

LG가 불러 일으킨 '신바람' 돌풍

승자와 패자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한 NC와 패배한 LG가 각자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승자와 패자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승리한 NC와 패배한 LG가 각자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LG는 KBO 역사상 최대의 5강 전쟁이 펼쳐진 중위권에서 당당히 정규시즌 4위에 오르며 2년 만에 가을야구 티켓을 탈환하는 데 성공했다. 심지어 포스트시즌에서는 와일드카드결정전에서 기아를,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각각 접전 끝에 물리치고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성과를 기록했다. 올 시즌 LG가 이렇게까지 비상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었다.

원인과 과정이 없는 결과란 있을 수 없다. 양상문 감독은 올 시즌 세대교체와 리빌딩을 통한 팀의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목표로 설정했다. 사실 이는 LG가 2000년대 초중반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부터 팀의 해묵은 화두로 거론되어왔으나 정작 제대로 성공한 감독은 아무도 없었다. 이순철, 김재박, 박종훈, 김기태 전 감독 등에 이르기까지 누군가는 팀 장악에 실패하고 성급한 물갈이를 시도하려다가 선수단과 여론의 반발을 초래했고, 누군가는 성적에 대한 압박으로 초심을 잃으며 용두사미로 끝나기 일쑤였다.

양상문 감독은 특유의 뚝심으로 성적과 미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데 성공했다. 양 감독은 그동안 이름값에 끌려다니던 관행을 과감히 극복하고 젊은 선수들을 꾸준히 중용했다. 채은성, 유강남, 김용의, 이천웅, 문선재, 이형종, 안익훈, 서상우, 임정우, 정찬헌, 김지용 등 소위 '양상문의 아이들'로 불리던 20대 선수들이 올해를 기점으로 LG 전력의 중추로서 급성장했다. 체질개선에 대한 양 감독의 확고한 의지와 소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변화였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LG가 시즌 중반 한때 8위까지 추락하자 올해도 가을야구는 어렵다는 비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미 부임 초기부터 양 감독의 리더십을 탐탁지 않게 보던 일부 극성팬들은 기회를 틈타 감독 퇴진을 요구하는 현수막 시위를 연이어 펼치며 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어지간한 감독이라면 성적에 대한 압박감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던 기기였다.

하지만 양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세대교체와 재건이라는 작업은 계속됐고, 성적에 대한 조급증으로 선수단에 인위적인 변화를 주거나 경기에 섣불리 개입하려는 무리수도 두지 않았다. 양 감독과 주장 류제국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선수단은 오히려 안팎의 불신과 압박에 보란 듯이 성적으로 보답했다.

LG는 8월 이후 상승곡선을 타며 후반기 승률 2위(0.587·37승 1무 26패)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후반기 외국인 투수 데이비드 허프가 가세한 것을 제외하면 전반기와 큰 변화 없는 같은 선수단과 용병술로 이뤄낸 성과였다. LG의 가을야구가 가까워지면서 양 감독과 구단을 끊임없이 비난하던 극성 지지자들의 야유는 어느새 꼬리를 내렸고, 대신 '무적 엘지'를 외치는 환호성만이 잠실구장을 가득 메웠다. 양상문 호의 방향성과 인내가 절대 헛되지 않았음을 당당히 증명해낸 반전이었다.

정규시즌은 오히려 예고편에 불과했다. 포스트시즌은 LG가 이제 충분히 강팀이 되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시간이었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준PO-플레이오프를 거치며 총 10번의 가을야구를 치렀다. 잠실 홈경기만 6번(4승 2패)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아쉬움이 남았던 LG 팬들은 모처럼 유광점퍼를 오랜 시간 착용하며 원 없이 가을야구를 즐길 수 있었다.

경기 내용도 짜릿했다. 와일드카드전에서는 기아를 상대로는 환상적인 투수전을 펼쳤고, 준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시즌 3위 넥센을 제압하는 '업 셋'을 이뤄냈다. 플레이오프에서 강력한 우승 후보인 NC를 상대로도 팽팽한 승부를 펼치며 끝까지 쉽게 물러서지 않는 뒷심을 선보였다. 비록 4차전에서는 총력전 끝에 전력이 고갈된 모습을 드러내며 무너지기는 했지만, 올가을의 LG가 박수받을만한 여정을 보여줬다는 것을 의심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위기도, 숙제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격 시작하는 LG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8회 말 2사 2·3루 LG 정성훈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추격 시작하는 LG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4차전 NC와 LG 경기에서 8회 말 2사 2·3루 LG 정성훈이 2타점 적시타를 쳐내고 있다. ⓒ 연합뉴스


여러 가지 성과가 많았던 LG였지만 아쉬운 부분도 없지는 않았다. 양상문호 LG의 색깔은 역시 투수력을 기반으로 한 야구다. 안정된 선발진과 젊어진 필승조를 중심으로 한 마운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고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투수력의 힘은 증명했다.

하지만 타선의 결정력은 아직 미완성이다. LG 타선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양현종-헥터(이상 기아), 밴 헤켄(넥센), 해커-스튜어트(이상 NC) 등 상대 에이스급 투수들이 등판했을 때 제대로 공략한 경우가 전혀 없었다. 기아와의 2차전에서는 9회 김용의의 결승 희생플라이로 간신히 0의 행진을 깨며 기사회생했고, 선발이 약했던 넥센전에서는 맥그레거나 신재영같이 밴 헤켄을 제외한 다른 투수들을 두들겨 승리를 따낼 수 있었다.

하지만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는 4경기 21안타 8득점에 그치는 극심한 빈타에 허덕이며 고개를 숙였다. 특히 득점권에서는 29타수 2안타에 그쳤다. 해커-스튜어트의 원투펀치가 나오지 않은 3차전에서도 상대 투수들의 제구력 난조로 16개의 사사구와 19개의 잔루를 얻어냈으나 고작 2점에 그쳤다. 4차전에서는 1차전에 이어 3일 휴식 이후 등판한 해커를 또다시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일시적인 부진이 아닌 LG 타선의 한계였다고 봐야 할 부분이다.

중·장거리형 교타자는 많지만, 히메네스 외에는 확실하게 한 방을 날려줄 수 있는 거포나 해결사가 부족했다. 내야의 핵이자 20홈런을 돌파한 오지환은 나이가 차서 군 복무 문제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내야진과 타선 역시 다음 시즌 일부 재편이 불가피하다. 양 감독은 내년에도 일단 외부 FA 영입보다는 내부 육성에 더 무게를 두는 가운데, 기존 선수들의 성장과 기동력의 강화에 주안점을 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경기 외적인 측면에서는 이병규의 1군 배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양 감독은 올 시즌 내내 이병규에게 아예 기회도 주지 않았다. 사실상의 강제 은퇴 종용이었다. 세대교체와 리빌딩이라는 방향성에는 대부분 공감하면서도, 20년 가까이 LG의 상징으로 군림해온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대우가 지나치게 가혹한 게 아니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LG 팬들 사이에서 적지 않았다. 올 시즌의 많은 업적에도 불구하고 옥에 티로 남을만한 대목이다.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LG는 올 시즌 빛나는 성과를 올리며 내년 이후의 기대감을 높였다. LG는 아직 완성된 팀은 아니다. 하지만 올 시즌 정규시즌과 가을야구를 거치면서 쌓은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향후 LG가 다시 한국시리즈에 도전할만한 강팀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되찾은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만하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야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