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만이 지닌 독특한 무늬를 따라 자유롭게 사는 사람은 종종 타인에게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조각가 방유석(56)은 장승과 솟대 조각가로 유명하다. 그를 닮아서일까. 그가 조각한 장승들은 하나같이 자유로워 보인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데다, 다소 해학적인 느낌까지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09년 안면도 꽃박람회에 전시된 방유석의 장승 조각은 대중들로부터 "편안하고 재미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전통적인 장승은 무섭고 진중한 느낌이 강하다.
그가 처음부터 장승을 조각한 것은 아니다. 그는 지난 1995년 강릉 관노가면극에 쓰이는 관노탈을 복원했을 정도로 유명한 하회탈 조각가였다. 하지만 지난 2000대 초부터 그는 하회탈이 아닌 장승을 조각하기 시작했다.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장승공원도 그가 주축이 되어 만든 것이다.
지난 26일 충남 예산군 덕산면 온천축제장에서 방유석 조각가를 우연히 만났다. 그는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그가 하회탈에서 장승 조각으로 작품을 갈아탄 이유는 비교적 간단했다. 방유석 작가는 "하회탈 조각에는 작가의 개인감정이 들어갈 수가 없다"며 "한결같이 웃는 모습을 담아내야 하는 것이 지루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국의 조형미를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것이 장승"이라며 "전통적으로 장승은 서민들의 바람과 소망이 담긴 결정체였다"라고 덧붙였다. 한동안 장승 조작에만 몰두해 있던 그가 올해 초부터는 또 다른 '외도'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도마에 꽂힌 것이다. 최근 그는 도마 1천개를 조각했다.
이에 대해 방유석 조각가는 "장승과 솟대는 나와 늘 함께 하는 분신과 같은 존재"라며 "여기에 도마가 하나 더 추가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도마를 조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실 방유석 조각가는 어릴 때 앓았던 소아마비로 인해 지금도 한쪽 다리가 불편한 상태다. 그런 그에게 어머니는 늘 각별할 수밖에 없는 존재였다. 그는 "도마에는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추억과 그리움이 담겨 있다"며 "도마 1천개를 조각하는 동안 돌아가신 어머니를 다시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여러 번 받았다"고 전했다.
방유석 조각가가 조각한 도마는 원재료인 나무에도 사연이 있다. 방 작가는 "도마의 원재료가 된 나무들은 모두 사연이 있다"며 "지금은 사라진 예산양조장 앞에 있던 목백합 나무로 예산황새를 형상화한 도마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의 도마는 실생활에서도 사용이 가능할까. 이와 관련해 방유석 조각가는 "도마는 10년 이상 말린 나무로 만들어야 물에 닿아도 변형이 안 된다"며 "10년 이상 말린 나무로 조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도마는 일상생활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쨌든 그의 작품 소재인 하회탈이나, 장승, 도마는 모두 원재료가 나무이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있어 나무는 단순한 재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나무는 자세히 보면 색과 무늬가 다양하다"며 "나무가 지닌 따뜻한 느낌을 살려 조각을 하는 것이 늘 즐겁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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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의 좌측은 예산황새마을의 황새를 형상화한 도마(작품)라고 한다. |
| ⓒ 이재환 | 관련사진보기 |